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의 부인 김건희(49·사진) 코바나컨텐츠 대표와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의 통화 녹음파일이나 발언 원문을 방송하거나 배포해도 되는지 법원의 가처분 결정문은 20일 현재 2개다. 먼저는 지난 14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박병태 수석부장판사)가 김 대표의 3개 발언을 금지한 결정문이다. 나중은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송경근 수석부장판사)가 김 대표의 2개 발언을 금지한 결정문이다. 두 결정문의 차이 핵심은 수사 및 재판 중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관련 김 대표 발언의 공개 금지 여부다. 검찰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지난해 12월 구속기소했지만 주가조작 선수에게 10억원 증권계좌를 맡긴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 대표에 대해선 "계속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출석조사 일자를 정하지 못한 상태다.
서부지법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향후 채권자(김 대표)가 위 사건에 관하여 수사 내지 조사를 받을 경우 형사절차상 보장받을 수 있는 진술거부권 등이 침해될 우려가 커 보이는 점"을 들어 <문화방송> '스트레이트' 프로그램의 김 대표 발언 방송을 금지했다. 반면 중앙지법 재판부는 "수사기관 밖에서 한 발언이 보도됐다고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거나 그 권리가 침해될 우려가 크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의 김 대표 발언 배포를 허용했다. 진술거부권은 수사 또는 재판 중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주어진 헌법상 권리인 까닭에 그 기본권 침해도 수사기관 또는 법정 진술 때에만 가능하다는 관점이다.
<위키리크스한국> 취재 결과 두 재판부는 공통적으로 2007년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박정헌 수석부장판사)가 심리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의혹' 사건 방영금지가처분 사건을 검토했다. 당시 김 회장 측은 '추적60분' 프로그램을 통해 이 사건 방송을 예고한 피신청인 <한국방송>을 상대로 '수사 진행 중인 사건'에 관한 의견을 냈다. 해당 결정문에 따르면 김 회장 측은 "현재 신청인(김 회장)에 대하여 수사가 진행 중에 있고 조만간 신청인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관한 재판이 있을 예정"이라며 "신청인에게 불리하게 사실관계를 왜곡한 이 사건 프로그램이 방송될 경우 여론의 악화 등으로 인하여 수사 및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줄 수 있으며"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수사와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 주장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한국방송>은 경찰청의 수사상황보고서 등을 입수한 상태였다. 재판부는 김 회장 측의 주장을 인용하지 않는 대신 "신청인(김 회장)에 대한 폭행 의혹 사건에서 경찰청의 수사상황보고서의 내용이라거나 피해자로 조사받는 측의 주장이라는 점을 언급하지 아니한 채 수사상황보고서의 내용이나 피해자의 주장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내용"의 방송금지를 명했다. 또 "신청인에 대한 폭행 의혹 사건에서 경찰의 수사보고서의 내용 및 피해자로 조사받는 측의 진술서에 기초하여 재구성하였다는 점을 언급하지 아니한 채 위 사건을 재구성하여 보도하는 내용" 역시 방영을 금지했다. 다만 '진술거부권 침해 여부'가 명시적으로 검토되진 않았다. 가처분 사건 단계에서 김 회장에 관한 경찰 수사가 상당수 진행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대표의 관여 여부는 충분한 조사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이 점이 서부지법 재판부 결정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김 대표를 대리한 홍종기 변호사는 지난 14일 서부지법 사건을 마치고 법원 청사를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잠시 기자와 대화를 나눴을 때 "한화 사건 선례가 있다. 재판부가 검토한 것 같다"고 짧게 언급했다. 당시 기자가 '수사 중 사건의 언론보도는 오히려 공익성이 높아 법원이 허용할 수 있지 않나'라고 묻자 답한 것이다. 기자의 질문 배경에는 이날 오전 심문 당시 재판부 발언이 있다. 심문에서 박병태 수석부장판사는 "도이치(모터스) 수사 내용이 (방송 내용에) 포함돼 있나. 수사 중 사건은 조금 더 (공개에) 조심해야 하지 않나"라고 <문화방송>측에 물었다. <문화방송>을 대리한 법무법인(유한) 한결 소속 김광중 변호사는 "수사 내용 중 채권자의 해명만 전달한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심문 도중 '수사 또는 재판 중 사건' 관련 김 대표 발언의 허용 여부 심증을 드러낸 대목이다.
김 대표 발언 허용 여부를 두고 또 다른 재판부의 결론이 곧 나온다. 김 대표와 직접 통화를 한 당사자 이 기자가 속한 <서울의 소리>가 피신청인인 사건이다. 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김태업 수석부장판사)는 20일 오후 2시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남부지법 재판부는 양측이 추가자료 제출 의사를 밝히면서 21일 오후 중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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