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해외곡물 수출터미널 인수해 식량유통 사업 추진
GS건설, KT 등 국내 기업, 우크라이나 에너지 사업 진출
세계 9대 항공국가… 항공우주 사업 협력에도 지장 예상
동유럽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공화국을 놓고 국제사회의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에 서방 국가들이 일제히 경고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영국 대사관 일부 직원이 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 국가들의 경고에도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과 산업 협력에 적잖은 피해가 예상된다.
BBC는 지난 24일 영국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 일부 철수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영국 외교관이 특별히 위협받은 건 아니며, 절반가량의 직원은 대사관에 남아 업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미국 국무부는 앞서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들의 가족 철수 지시를 내린 바 있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보고, 대사관 비필수 인력의 출국 허용 및 미 시민의 출국 권고도 발표했다. 아울러 미 국무부는 지역 긴장 고조와 미 시민에 대한 괴롭힘 가능성을 들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여행 금지 권고를 내렸다.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 국가 중 가장 국토가 넓은 국가 중 하나로, 철광석·석탄·천연 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과 비옥한 땅을 보유하고 있어 과거 소련의 요충지였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세계 주요 곡창지대 중 하나로 옥수수, 밀, 대두 등 주요 곡물의 5대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미국 카길과 스위스 글렌코어 등 곡 물 메이저 회사와 중국 중량그룹(COFCO), 일본 스미토모 등이 이미 우크라이나 식량 사업에 진출해 있다.
국내에선 포스코그룹 자회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9년 식량유통 사업을 본격 추진하면서 사업에 필요한 인프라인 해외 곡물 수출터미널을 인수했다. 포스코인터는 같은해 2월 우크라이나 물류기업인 오렉심그룹이 보유한 곡물 수출터미널 지분 75% 인수 계약을 체결해 국내 기업 최초로 해외 곡물 수출터미널 운영권을 확보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 터미널을 통해 유럽연합(EU)과 중동, 북아메리카, 아시아 지역에 옥수수와 밀, 보리 등 다양한 곡물을 판매한다.
침공이 이뤄질 경우 포스코인터내셔널에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포스코그룹이 지주사체제 전환을 의결하면서 식량사업을 '7대 핵심사업'에 포함시키며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식량사업은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 이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주요 수익원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에는 2019년 9월 연간 250만 톤 규모의 곡물터미널을 준공했다. 2023년 곡물 트레이딩 1천만 톤 체제를 구축하는 목표도 세웠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터미널 자체가 우크라이나 남부 니콜라이프항에 위치해 있어 침공 가능성이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과는 거리가 있어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라면서도 "미·러 담화나 주요 이벤트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재생 에너지 사업도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화력발전소 및 송배전 시설의 노후화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력시장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로 동부지역 석탄, 가스 등 전통 에너지 자원 수급 문제를 겪게 되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수요가 확대됐다. 우크라이나는 EU 가입을 위해 에너지산업분야 개혁을 추진, 그 일환으로 2014년 ‘National Energy Efficiency Action Plan 2020’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액션 플랜을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11%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6년 이후 우크라이나 경기회복세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일부 중소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문의는 있으나 적극적인 투자 움직임은 없었다. 정정 불안에 따른 국가 리스크가 높아 국내 기업에서 쉽게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중에선 GS건설이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태양광 개발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GS건설은 지난 2019년 6월 우크라이나 자카르파티아(Zakarpattia) 지역에서 설비용량 기준 24MW급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우크라이나 서부 헝가리 국경지역 인근인 자카르파티아주 무카체보시 인근 45헥타르 부지에 각 12.6MW와 11.5MW 용량의 2개 태양광 발전소를 동시에 건설하는 건이다. 총 사업비는 2400만 달러로 30%는 GS건설에서 자본금을 출자하고, 나머지 70%는 현지은행에서 차입해 조달하는 구도로 알려졌다.
GS건설 측은 해당 발전소가 완공돼 가동중인 만큼 영향은 없을 것이라 밝혔다. 발전소가 위치한 자카프파티아 지역도 서남부라 침공 지역과는 거리가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2019년에 공사해서 2020년 초에 완공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KT도 2020년 11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와 '우크라이나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전력 스마트미터링 신규 비즈니스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KT는 AI·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에너지 관제 기술을 적용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관제 솔루션을 개발할 방침이다. KT는 같은해 9월에도 우크라이나 흐멜니츠키주 60만 가입자의 전력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흐멜니츠키 전력회사와 사업개발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항공 산업에도 균열이 예상된다. 우크라이나는 구소련 지역 인프라를 물려 받은 만큼 세계 9대 항공산업 국가로 불린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항공기인 An(ANTONOV)-시리즈의 경우 총 20종 100개가 넘는 기종으로 전 세계에서 6500대가 운행 중이다. 우크라이나는 여기에 로켓의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공정이 가능한 세계 5개국 중 한 국가로,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50여 개의 우주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과거 우리나라와 우주기술협력협정을 체결했고, 사업화 역량이 뛰어난 국내 기업과 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아자로프 전 우크라이나 총리는 "한국이 항공 우주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데 우크라이나 잠재력과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달라"고 구애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순수 국산 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를 계기로 우주 산업을 주요 미래 먹거리로 선정했는데, 러시아의 행보에 따라 협력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KOTRA는 이달 발간한 '2021 우크라이나 항공우주산업'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항공우주산업 개발에 관심을 갖고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항공우주산업 개발 관련 동향 및 정책을 주시하면서 사업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전문가들은 향후 5년간 항공우주산업 발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더이상 회복이 어려워 농업만이 유일한 우크라이나 대표 산업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라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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