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X파일(116) 북핵 제네바 합의를 둘러싼 미 백악관- 공화당- 한국 정부의 ‘3자3색’ 신경전
청와대-백악관X파일(116) 북핵 제네바 합의를 둘러싼 미 백악관- 공화당- 한국 정부의 ‘3자3색’ 신경전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2.12 06:46
  • 수정 2022.02.12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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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치 40년 비사를 엮는 청와대-백악관 X파일. [위키리크스한국]
한-미 정치 40년 秘史로 엮는 청와대-백악관 X파일. [Wikileaks Korea DB]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김일성-김영삼’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들고 청와대로 왔을 때만 해도 남북 관계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듯 했다.

그러나 1994년 7월 9일 김일성 사망으로 모든 정상회담 추진 프로젝트는 원점으로 돌아갔고 한반도는 새로운 안갯속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다행히도 중단됐던 북-미 대화는 1개월여 후 제네바에서 재개됐다. 2개월 동안 이어진 힘겨운 협상 끝에 미국 협상대표 로버트 갈루치 대사와 북한의 강석주 외무성 차관은 1994년 10월 21일 제네바합의서에 서명했다.

주요 합의 내용은 연락사무소 개설, 경수로 제공 및 IAEA 특별사찰이었다.

합의가 이뤄지자 북핵문제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흘러나왔지만, 그 효용성에 대한 여론은 분분했다.

국내 보수론자들의 주장은 다섯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남북 관계에 있어 실질적인 발전이 없는 한,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더 진척되어서는 안된다.

둘째, IAEA 특별 핵사찰이 경수로의 핵심기기가 전달된 뒤 5년 후에 실시될 경우 과거 북한의 핵 활동을 증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다.

셋째, 한국은 경수로를 건설하는 엄청남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넷째, 북한이 한국 경수로 모델을 거절할 수도 있다.

다섯째, 김일성 사망 후 북한 정권이 얼마나 갈지, 어떤 소용돌이에 빠져들지 모른다.

미국의 정치상황도 문제였다.

제네바 합의가 이뤄진 것은 미국의 중간선거가 실시되기 불과 3주전이었고 선거결과 공화당은 30년만에 처음으로 상하 양원을 장악하게 됐다.

이는 클린턴 대통령이 자신의 외교정책을 펼칠 때 의회로부터 막대한 정치적 압력을 받게 되리라는 의미였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클린턴 행정부는 제네바합의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과 한국인들의 반응을 면밀히 살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공화당원들은 이 합의를 실패작으로 치부했고, 북한에 대한 중유 제공등 합의 내용을 이행하는 단계에서 비협조적으로 나올 것이 분명했다.

북한 핵 문제 /KBS 캡쳐
북한 핵 문제 /KBS 캡쳐

1995년 들어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미간 입장차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제네바합의를 지지하지만, 남북관계가 발전되지 않은 채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진전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과정은 남북대화를 촉진하려는 목적과 궤를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연락사무소 개설로 미국과 북한이 완전히 수교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관계 정상화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도록 미국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북한에 제공되는 경수로는 한국형 모델이어야 한다. 한국 시장자유화 같은 한-미간 무역 분쟁이 해결돼야 한다는 것 등이 한국정부가 미국정부와 해결해야할 현안들이었다.

미 국무부의 예산을 관리하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제네바 합의를 생각보다 훨씬 더 심하게 반대했다. 

제네바 합의를 놓고 백악관- 공화당- 한국 정부의 입장이 확연한 차이가 있었고,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강석주 부부장(차관)은 1995년 2월 로버트 갈루치 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형 경수로 모델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공급계약서에 서명하기로 한 날짜가 임박하자, 미국은 한국형 모델이 제공될 것이라고 규정하는 문구를 놓고 부심해야 했다.

스트로브 탤벗 미 국무부 차관은 북한이 반대하는 상황에서는 직접적으로 ‘한국형 모델’이라고 표현하는 것보다 ‘두 단위의 1,000MW 경수로’와 같이 간접적인 표현을 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그것이 한국의 원자로를 의미한다는 것을 모두 알 것이라고 전제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으려 했다.

[특별취재팀= 최석진, 최정미, 한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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