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X파일(117) 북한에 쌀 15만톤 퍼주려다… 태극기-인공기 교체 게양사건, 남북관계 뒤흔들다
청와대-백악관X파일(117) 북한에 쌀 15만톤 퍼주려다… 태극기-인공기 교체 게양사건, 남북관계 뒤흔들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2.20 08:13
  • 수정 2022.02.2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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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치 40년 비사를 엮는 청와대-백악관 X파일. [위키리크스한국]
한-미 정치 40년 秘史로 엮는 청와대-백악관 X파일. [Wikileaks Korea DB]

북한 경수로 제공문제를 둘러싸고 미 백악관- 공화당 -한국 정부- 북한 정권의 미묘한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수로 공급 합의를 위한 협상이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렸다.

미국의 토마스 허바드 국무부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차관이 대표 협상자로 나섰다. 한국 정부는 워싱턴 소재 한국 대사관 관려 한 명을 파건, 한국과 미국 간의 긴밀한 조율을 이끌어냈다.

한국의 여론은 한국이 경수로 사업들 지원하게 될 경우 정당한 입장으로 협상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회담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경수로를 ‘울진 3호’와 ‘울진 4호’라 명명하고 ‘참조 설비자료’로 부르자는 안건이 논의됐다.

1995년 6월 11일. 드디어 한반도에너지개발기수(KEDO) 이사회 회의가 미국, 일본, 한국 간에 이뤄졌다.

클린턴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 표준형 모델이 공급될 것이고 한국전력공사가 주계약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하지만, 북한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북한 군 당국이 ‘경수로가 한국형이라고 언급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 차관의 입장이 심각하게 난처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문제는 그해 12월 15일 뉴욕에서 KEDO와 북한이 경수로 공급의 협약에 서명하면서 종결되었다. 협약에 따르면 한전은 주계약자가 될 것이며 ‘참조설비자료’라는 용어가 사용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치권 내에서는 여전히 제네바합의 이행과 관련,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 충돌이 지속됐다.

공화당 의원들은 “제네바 합의는 클린턴 행정부의 실수”라며 북한을 테러지원국, 국제사회의 문제아라고 지칭하며 경수로 지원에 반대 입장을 계속 펴나갔다.

북한행 쌀 선적작업. /연합뉴스
북한행 쌀 선적작업. /연합뉴스

제네바 합의 문제가 한-미-북 정권의 첨예한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북한 경제는 그야말로 침몰 상태였다.

1995년 중순, 한국정부는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상당량의 쌀을 북한에 제공하기로 했다. 6월 27일 지방 선거를 앞두고 한국 정부는 15만톤에 달하는 쌀을 북한 청진항으로 보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청진항에 정박하고 있던 한국 배에 북한 당국은 태극기를 내리고 인공기를 게양하도록 강요했다. 또 다른 배에서는 항구에서 허락 없이 사진을 찍었다는 트집을 잡아 선원을 억류했다.

그 무렵 한국은 대북관계를 개선시키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에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제3국으로부터 쌀을 구입해 더 많은 지원을 할 수도 있다고 발표까지 한 상태였다. 하지만 두 가지 사건으로 한국내 여론은 등을 돌리게 됐다.

1995년 12월 12일. 워싱턴에서 한-미 외무부 차관급 전략 회담이 열렸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식량원조는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한의 ‘연착륙’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좋을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한국은 식량 원조를 하면 북측도 변화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한국이 대량으로 쌀을 지원했을 때 북한이 보인 것과 같은 행동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1996년 1월, 미국은 미공법 480호에 준거해 세계식량계획(WEF)을 통한 200만달러 상당의 대북식량지원 계획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타진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아무리 적은 규모라도 미공법 480호를 통한 정부 지원은 상징적인 중요성을 지니기 때문에 미국의 계획을 지지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한국은 비정부 조직이 제공하는 적은 규모의 인도주의적 지원에는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한 원조를 할 경우 투명한 배급을 위해 적절한 감시 체제가 수반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1996년 5월 WEF는 북한의 식량 부족 상태가 상당히 악화한데다 재고도 심각하게 줄었다고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즈와 같은 미국 언론들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호소했다.

이런 상황이 되자, 한국 일본 미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각각 300만달러, 620만달러, 600만달러에 달하는 대북 식량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북한은 기회가 될 때마다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에 식량 지원을 요청했다.

[특별취재팀= 최석진, 최정미, 한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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