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프리즘] BBC가 잠입취재한, 미성년자들을 가상 스트립클럽으로 유혹하는 메타버스 앱
[테크 프리즘] BBC가 잠입취재한, 미성년자들을 가상 스트립클럽으로 유혹하는 메타버스 앱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2.25 06:08
  • 수정 2022.02.25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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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BBC는 잠입취재를 통해 메타버스 가상 세계 내의 일부 앱들이 ‘위험하게 설계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24일(현지 시각) 이를 보도했다. 이와 관련 전국아동학대방지협회(NSPCC)는 가상현실 세계가 미성년자들에게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BBC의 이 보도가 다시 한 번 확인해주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이 잠입취재기의 전문이다.

13살 소녀로 가장한 조사원은 가상현실(VR) 세상에서 그루밍(심리적으로 통제한 뒤 가하는 성폭력), 성적 자료, 인종차별적 모욕, 그리고 성폭력 협박을 경험했다.

이에 대해 전국아동학대방지협회(NSPCC)는 ‘충격적이고 화가 치미는’ 결과라고 말했다.

영국의 전국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앤디 버로우즈는 메타버스 가상현실 내에서 미성년자에게 ‘해악을 미치는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BBC 조사원은 최소가입연령이 13살로 책정된 앱을 이용해 아바타들이 성적인 활동을 시뮬레이션하는 가상현실 방들을 둘러보았다. 그럴 때마다 수많은 성인 아바타들이 그녀에게 접근해 성기구와 콘돔을 보여주었다.

메타버스는 사용자들이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게임을 하거나 현실 세상과 같은 경험을 하는 온라인 공간을 말한다. 이전에는 게임에 국한되었던 이 메타버스 기술은 업무에서부터 놀이, 콘서트에서 영화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버스가 차세대 인터넷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작년 말 페이스북의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고 자사의 오큘러스 헤드셋(Oculus Quest)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지금은 ‘메타 퀘스트(Meta Quest)’로 이름이 바뀐 오큘러스 헤드셋은 관련 분야에서 75%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메타 퀘스트는 BBC 조사원이 해당 앱과 메타버스를 탐사할 때 사용했던 헤드셋 중 하나이다. 그리고 VRchat라는 해당 앱은 사용자가 3D 아바타로 변신해 활동할 수 있는 온라인 가상 플랫폼이다.

이 앱은 페이스북이 만들지는 않았지만, 페이스북의 메타 퀘스트 상에 존재하는 앱스토어에서 연령 확인 없이 다운받을 수 있다. 가입 시 필요한 절차는 페이스북 계정뿐이다.

BBC 조사원은 허위 신원 정보를 통해 계정을 만들었지만, 그녀의 진짜 신분은 걸러지지 않았다.

VRchat 내에는 사용자들이 어울릴 수 있는 방들이 있었으며, 맥도날드 레스토랑처럼 무해하며 일상적인 방들도 존재했다. 그러나 폴댄스나 스트립클럽 같은 방들도 있었다.

이런 방들에서 아이들은 성인들과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다.

한 남성은 BBC 조사원에게 아바타가 ‘옷을 벗고 입에 담기 힘든 짓들’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은 ‘에로틱한 역할극(erotic role-play)’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BBC 뉴스의 탐사보도를 대하고, 전국아동학대방지협회(NSPCC) 측은 온라인 안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NSPCC의 앤디 버로우즈 대표는 BBC가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완전히 부적절하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해로운 경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테크놀로지 기업들이 소셜미디어 1세대들이 저지른 실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계부터 위험하게 만들어진 앱입니다. 감독 소홀 때문이지요. 우리는 안전에 대한 경고나 규제와는 상관없는 앱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밝혔다.

메타(페이스북)는 자신들의 상품에는 플레이어들이 다른 플레이들을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으며, 안전 조치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BBC는, 몇 개월 동안 VRchat 앱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유튜브에 올려놓은 한 안전 운동가와 대화를 나누었다.

이 안전 운동가는 VRchat 플랫폼 상에서 그루밍의 희생자가 되고, 가상 섹스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미성년자들과 대화를 나눈 경험을 지니고 있다. 그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 신원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 운동가는 가상현실 세계가 너무 몰입적이기 때문에 미성년자들이 실제로 성적 행동을 연출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BBC 조사원 제스 셔루드가 VRchat에서 경험한 것들

나는 메타버스가 얼마나 몰입적 세상으로 유도하는지 정말 놀랐다. 다시 어린이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어떤 어른이 나에게 왜 학교에 안 갔는지 묻고 가상 섹스를 하자고 유도했을 때 더욱 혼란스러웠다.

VRchat는 절대적으로 어린이보다는 성인에 합당한 플랫폼처럼 느껴졌다. 많은 방들이 현실 세상의 암스테르담 홍등가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붉은 네온등이나 밤의 런던 소호의 칙칙한 거리처럼 유혹적인 색깔로, 대놓고 성적 암시를 하고 있었다. 안에는 성기구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플레이어들에 의해 통제되는, 이런 방들의 음악들은 이들이 어린이들에 적합한 방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방들의 모든 것들은 뭔가 불안한 느낌을 주었다. 크게 무리를 이루어 성적 행동을 시연하고, 성인 연기를 하는 어린이들처럼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매우 불안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는 계속 머무르면서 지켜보거나,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는 다른 방으로 옮겨가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많은 경우 실제로 그렇게 권유받았던 것처럼 그들의 행위에 참여하는 수밖에 없었다.

조정 과정의 부재

가상현실 발전에 관계하는 전문가들도 우려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가상현실 콘텐츠 자문회사인 ‘리미나 이머시브(Limina Immersive)’의 대표 캐서린 알렌은 현재 ‘엔지니어링과 테크놀로지 기술원(Institute of Engineering and Technology)’을 위해 가상현실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그녀는 자신의 조사원들이 가상현실 세상에서 ‘재미있고 초현실적인’ 많은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 다른 조사원들은 ‘엄청난 트라우마와 괴로움을 안겨주는’ 경험도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메타(페이스북) 소유의 한 엡에서 7살짜리 소녀를 만난 경험도 털어놓았다.

이 7세 어린이와 알렌을 둘러싼 일단의 남성들이 그들을 강간하겠다고 협박을 했다. 알렌은 이 소녀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가운데로 끼어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나는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제재 시스템이 전혀 없거나 있어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가상현실이나 메타버스는 현재 영국에서 준비 중인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Bill)’에 특별히 언급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증거를 통해,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 나딘 도리스는 입법을 통해 관련 기술을 통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게 되면 유해한 콘텐츠로부터 미성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플랫폼과 공급업자 들에 주의 의무가 부과된다.

VRchat 측은 BBC에 자신들이 ‘안전을 위해 노력 중이며 모두에게 즐거운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VRchat은 ‘우리 플랫폼에서는 약탈적이고 해악을 미치는 행동은 설 자리가 없다’고도 밝혔다.

메타의 가상현실 통합 부문 생산책임자인 빌 스틸웰도 성명을 발표하고,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통해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손쉽게 유해한 환경을 피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사에 착수했고, 행동에 나설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스틸웰은 나아가 “교차 플랫폼 앱들을 위해 …… 우리는 플레이어들이 비행(非行)을 보고하고 불량한 사용자를 차단할 수 있는 도구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라고도 말했다.

“우리는 메타버스에서 상호교류에 대한 정보가 늘어나는 만큼 그에 대한 대비를 더욱 철저히 할 예정입니다.”

관련 운동 단체들은 부모들에게, 자녀들이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어떤 앱에 접근하는지 점검하고, 가능하다면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부적당한 앱을 걸러내도록 충고하고 있다.

많은 앱들은 메타버스 상의 경험을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통해서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들은 관심만 있다면 아이들이 가상현실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도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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