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제재 폭탄' 맞은 러 국민 '고난의 행군' 시작됐다
[우크라 침공] '제재 폭탄' 맞은 러 국민 '고난의 행군' 시작됐다
  • 강혜원 기자
  • 승인 2022.03.01 06:03
  • 수정 2022.03.01 0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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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루블/ 연합뉴스
불안한 루블/ 연합뉴스

서방 세계의 초고강도 경제 제재로 인한 러시아 일반 국민의 타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자 러시아인들은 현금을 찾아 달러를 사려고 안간힘을 썼다.

외신들은 서방과 교역이 막히고 물건값이 치솟으면 러시아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28일(현지시간) AP·AFP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후 러시아 곳곳의 자동화기기(ATM) 근처에는 현금을 찾으려는 인파가 장사진을 이뤘다.

러시아인 안톤 자하로프(45)는 "우리는 1998년에 이런 대재앙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은행과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가 없다"고 말했다.

옛 소련 붕괴 직후 혼란이 극심했던 1990년대 중후반 러시아는 '국가 부도' 사태를 겪었다.

AP는 당시 치솟는 물가로 서민들이 고통받았고, 많은 은행 고객이 예금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러시아 중앙은행은 1만 루블화 액면가를 10루블로 변경하는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을 단행했다.

모스크바 시민 스베틀라나 파라모노바(58)는 "지금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서 현금을 찾아서 집에 보관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며 불안을 호소했다.

루블화를 가진 러시아인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달러를 확보하려고 동분서주했다.

프로그래머인 블라디미르(28) 씨는 "한 시간 동안 줄을 서고 있다"며 "외화가 어디에도 없고 루블화밖에 안 남았다"고 말했다.

러시아 현지 은행들이 루블/달러 환율을 지난 종가보다 3분의 1 이상 높은 달러당 100루블에 달러를 팔고 있음에도 달러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서방 세계의 각종 제재로 루블화가 붕괴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 조치로 서방 세계가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고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화보유액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또 유럽은 유럽 영공에서 러시아 항공기의 운항을 금지하기로 했고, 애플페이와 같이 러시아에서 대중적인 지급결제 시스템도 중단됐다.

러시아 대중교통부는 이날 제재 대상이 된 국영 VTB 은행 문제로 버스, 지하철, 트램(노면 전차) 요금 결제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루블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이 일반 러시아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현격히 낮출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는 많은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 물건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자국 통화 가치 하락으로 러시아인들에게 해외여행은 더욱 비싸질 전망이다.

이날 모스크바 시내 곳곳의 환전소, 식료품점에서도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등 인파가 몰렸다.

모스크바 소재 컨설팅업체 대표인 크리스 위퍼는 BBC 방송에 "무역 제한과 통화 가치 폭락으로 물건값 상승이 예상돼 일부 식료품점에서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제재는 결론적으로 보통 러시아인들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서민들의 고행길은 이제 시작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서방이 러시아를 SWIFT에서 차단하겠다고 발표한 후 맞은 첫 영업일인 28일 루블화 환율은 한때 30% 이상 상승(루블화 가치 하락) 했다.

환율 방어를 위해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했고 시세 폭락이 예상됐던 증권시장과 선물시장은 문을 열지도 못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무역업자들에게 외화 수입 80% 매각 의무를 부과하고 외화의 해외 송금을 금지하는 처방까지 내렸지만 이미 패닉에 빠진 시장이 안정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반적으로 경제위기 신호에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금융시장과는 달리 생활 물가와 일자리, 기업 경영 등에 미치는 영향은 좀 더 서서히 나타난다. 러시아의 경우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날이 갈수록 고통은 더욱 가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루블화가 폭락하는 등 러시아 경제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서방의 전방위적 제재로 인한 충격파가 가시화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황이 좋지 않게 흘러간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입지에도 상당한 후과가 있을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위키리크스한국=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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