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별세] 서울공대 86학번·벤처 1세대… '월트 디즈니' 꿈꾸던 기업가 잠들다
[김정주 별세] 서울공대 86학번·벤처 1세대… '월트 디즈니' 꿈꾸던 기업가 잠들다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03.02 06:22
  • 수정 2022.03.0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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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치료 받아온 고인… 유족 마음 헤아려주시길"
1995년 국내 최초 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 출시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 연달아 히트
도쿄 증시 입성 이후 진경준 게이트·매각 무산 등 위기
김정주 NXC 대표. [사진제공=넥슨]
김정주 NXC 전 대표. [출처=넥슨]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전 NXC 회장이 미국 하와이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향년 54세.

넥슨 지주회사인 NXC는 1일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 이사가 지난달 말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했다"고 밝혔다.

NXC는 "유가족 모두 황망한 상황이라 자세히 설명드리지 못함을 양해 부탁드린다"며 "다만, 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악화한 것으로 보여 안타까울 뿐"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조용히 고인을 보내드리려 하는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려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정주 전 회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학사)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전산학과 석사를 취득했다. 박사과정을 6개월 만에 그만두고 1994년 넥슨을 창업했다. 학부 시절부터 관심이 많았던 게임 개발에 본격 뛰어든 것이다.

이후 같은 86학번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동기였던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와 넥슨 최초의 게임을 내놓는다. 김 전 회장과 송 대표는 카이스트 대학원까지 같이 다니다 1995년 '바람의나라'를 만들었다. 두 사람은 넥슨을 공동창업한 절친이기도 하다.

송 대표는 과거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넥슨을 창업했던 당시 나와 김정주 대표는 아무런 경험이 없었다. 오히려 나는 한글과컴퓨터를 다녀봤고 김 대표는 아무런 경험이 없는 박사과정 학생이었다"며 "모두 처음이고 즐거운 일이었다. 그때 나는 개발만 하고 귀찮고 신경 쓰이는 일은 김 대표가 다 했다"고 회고했다.

창립 이후에는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크레이지아케이드, 마비노기 등 온라인게임을 히트시키며 넥슨을 국내 최고의 게임사로 성장시킨다. 이후에도 외부 투자를 단 한 차례도 받지 않고 주식회사 상장까지 이뤄냈다. 넥슨은 도쿄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자 본사를 일본으로 옮긴 뒤 지주사인 NXC를 2011년 도쿄 증시에 상장시킨다. 

김 전 회장은 네이버 창립자인 이해진 네이버 전 이사회 의장,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함께 국내 벤처붐을 일으킨 1세대 벤처기업인으로 추앙받는다. 세 사람 모두 창업 과정에서 별다른 외부 투자 없이 상장까지 이뤄낸 벤처 성공 신화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특히 여느 대기업들처럼 승계와 상속이 일절 없는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한국 최고부자에 등극한 것은 이런 사실을 방증한다. 세 사람은 서울대학교 86학번 동기이기도 하다. 특히 이해진 전 의장은 김 전 회장과 카이스트 대학원에 같이 진학하며 룸메이트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넥슨의 성공에 힘입어 포브스 기준 한국 부자순위 2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김 전 회장은 여전히 넥슨을 '한국의 디즈니'로 키우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디즈니랜드처럼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즐거운 추억을 선사할 수 있는 게임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꿈이다. 

김 전 회장은 넥슨의 창업 과정을 다룬 '플레이'라는 책에서 "디즈니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좋은 회사로 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넥슨 콘텐츠는 재미는 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불량식품 같은 재미이고, 누군가에게 게임은 미운 존재"라며 "디즈니는 아이들을 쥐어짜지 않으며, 아이들과 부모들이 한참 줄서서 디즈니의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이 부럽다"고 말했다.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이사 별세/ 연합뉴스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이사. [출처=연합뉴스]

성공 가도를 달리던 그였지만 이내 시련은 찾아왔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6년 당시 진경준 검사장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을 제공해 수백억원의 시세 차익을 줬다는 혐의를 받으면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진경준 게이트'라고도 불리는 해당 사건은 박근혜 정부의 중요 정권비리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NXC 매각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김 회장은 대법원 재상고심을 거쳐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9년부터는 NXC 보유 지분(67%)을 매각할 의사를 밝혔다. NXC는 일본 증시에 상장돼 있는 넥슨재팬의 지주사로 넥슨재팬의 지분 47%를 갖고 있다. 넥슨코리아는 넥슨재팬의 100% 자회사다. NXC가 넥슨제팬을, 넥슨제팬이 넥슨코리아를 지배하는 구조다.  

김 전 회장은 같은 해에 디즈니 고위 관계자를 직접 만나 지분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디즈니가 인수 제안에 화답하지 않으면서 매각 절차는 난항을 겪었다.

김 전 회장은 이후 블록체인·가상자산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다. 넥슨은 실제로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을 인수하고 넥슨 블록체인 자회사인 ‘블록체인엔터테인먼트랩’을 설립해 가상자산 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하지만 2020년 하반기 블록체인엔터테인먼트랩을 매각하는 등 사업을 접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넥슨코리아는 같은 해 9월 해당 자회사 지분 100%(14만5000주)를 노기태 블록체인엔터 대표에게 매각했다. 인수가는 10억원으로 적은 액수를 써서 냈다. 그럼에도 넥슨은 지난해 비트코인 1억 달러(약 1204억원) 어치를 사들이며 가상자산 분야에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16년 만에 NXC 대표이사에서도 물러나며 경영에 손을 뗐다. 김 전 회장의 사망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넥슨 관계자는 "국내 조문 등 장례 절차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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