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근의 시선집중] 한국광해광업공단, 니켈 광산 매각과 '각구주검'
[박영근의 시선집중] 한국광해광업공단, 니켈 광산 매각과 '각구주검'
  • 박영근 기자
  • 승인 2022.03.09 08:24
  • 수정 2022.03.09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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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전지 핵심 소재' 니켈, 몸값 천정부지로 치솟아
현대자동차·포스코 등 국내 기업들, 니켈 확보 총력
한국광해광업공단, 이런 상황서 니켈 광산 매각 추진
한국광해광업공단 황규연 사장 사진=한국광해광업공단

초나라의 한 젊은이가 강을 건너던 중 자신이 소중히 여기던 칼을 빠뜨렸다. 당황한 그는 얼른 주머니에서 다른 칼을 꺼내 칼을 빠뜨린 부분의 뱃전에 표식을 남겨놨다. 칼이 떨어진 자리를 표시해놨으니, 강을 건넌 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윽고 배가 언덕에 닿자 뱃전에 표시 해 놓은 물속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러나 그 자리에 칼은 없었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비웃었다. 

흘러간 물에 발을 두 번 담굴 순 없다. 물이 역행해 다시 돌아올 순 없기 때문이다. 경영자의 결정도 마찬가지다. 어리석은 판단으로 한 번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이후 다시 돌려놓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암바토비 니켈 광산 매각 추진 사례를 보면 앞서 언급했던 '각구주검'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황규연 사장이 이끌고 있다.

테슬라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지난 2020년께 한 포럼에서 "모든 광산 회사들은 니켈을 많이 채굴해야 한다"면서 "니켈을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채굴하면 테슬라는 그 기업과 오랜 기간 엄청난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켈은 통상 스테인리스강 합금 재료로 사용된다. 주로 전기도금, 전기통신기 재료, 항공, 우주선 등에 쓰인다. 특히 니켈은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도 사용된다. 일론 머스크가 니켈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그래도 몸값을 올리고 있던 니켈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니켈은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전거래일 대비 62% 상승을 기록했다. 전일에는 하루만에 90% 올랐다. 니켈의 이같은 가격은 지난 2007년 최고가인 5만1800달러를 찍은 이후 처음이다. 로이터 등 외신은 니켈값 폭등으로 배터리 가격이 인상돼 전기차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상황이 이렇자 발등에 불이 붙은 분위기다. 포스코그룹 지주사로 출범한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일 7대 핵심 사업으로 리튬과 니켈을 꼽았다. 또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인도네시아로 날아가 현지 기업과 합작하는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도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을 위해 현대차와 손잡고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X인터내셔널은 아예 니켈 광산 인수에 팔을 걷었다. LX인터내셔널은 이르면 올해 안에 인수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현 상황을 검토해보면 정부가 니켈값 안정 및 공급망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오히려 보유하고 있던 니켈 광산 매각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광물공사가 멕시코 구리광산에 과투자하면서 재무구조가 나빠지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암바토비는 15년간 해마다 니켈 3만t을 우리나라에 공급하고 있다. 세계 3대 니켈 광산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매장량이 풍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광산엔 니켈 외에도 값비싼 코발트도 생산되고 있다. 코발드 역시 니켈, 리튬과 함께 2차 전지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다. 8일 기준 니켈 값은 톤당 42,99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공단의 연간 수입 예상액은 약 1조2,08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달 18일 예상액 약 6884억 원의 두 배 가량이다. 이제서야 '물 만난 고기'가 된 암바토비를 매각하는 게 과연 적절한 판단인지, 경영진은 '각구주검' 사자성어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겠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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