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단' 한동훈, 정권수사→좌천→부활... 尹 행보 밟나
'윤석열 사단' 한동훈, 정권수사→좌천→부활... 尹 행보 밟나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2.03.10 18:05
  • 수정 2022.03.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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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2013년 원세훈 국정원장 선거법 기소로 좌천
고검검사 전전하다 2017년 중앙지검장 파격승진
한동훈 '조국 수사'로 초임 검사장 보직으로 밀려
이후 수사권 없는 연수원 전보 이후 피의자 전락
지난 2020년 2월 13일 당시 검찰총장 신분으로 부산고·지검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출처=연합뉴스]
지난 2020년 2월 13일 당시 검찰총장 신분으로 부산고·지검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출처=연합뉴스]

'윤석열 사단'의 상징인 한동훈 검사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행보를 따라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를 수 있을까. 한 검사장 역시 윤 당선인처럼 정권의 유력인사를 수사했다는 이유로 찍혀 한직에 좌천된 이력이 있다. 앞서 윤 당선인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약하면서 차기 중앙지검장 검증 명단에 한 검사장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측근 검사들을 중용해 보복수사를 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물음에 "왜 A 검사장을 무서워하나. 이 정권에 피해를 많이 입어서 중앙지검장 하면 안 되는 건가. 말이 안 된다"라고 답했다. A 검사장은 한 검사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됐고 윤 당선인은 부인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이 먼저 언급한 '중앙지검장'에 오를 경력(중앙지검 3차장검사, 대검 반부패부장)과 사법연수원 기수(27기)에 '이 정권에 피해를 많이 입은 검사'를 대입하면 한 검사장 이외 또 누가 있는지 찾기 어렵다. 한 검사장은 반부패부장 시절인 2019년 가을 '조국 수사'를 지휘하다 신임 검사장 보직인 2020년 1월 고검 차장검사로 사실상 좌천됐다. 대검 부장(검사장급)을 6개월도 못하고 전보된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후 그는 수사권이 없는 법무연수원과 사법연수원에서 연구직을 맡아야 했다.

실제 한 검사장은 검찰 내 본인의 역할이 남아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한 검사장은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진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돌자 "검사로서 할 일이 아직 남아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남은 할 일이 뭔가' 질문에는 "진영에 상관없이 법과 상식, 정의감에 맞게 수사하는 게 검사의 일"이라고 했다. 차기 정권을 누가 잡든지 상관하지 않고 계속 검사로 일하겠다는 말이다. 이제 그 정권을 윤 당선인이 잡게 됐으니 한 검사장은 '윤석열 정부 검찰청 검사'가 됐다. 

윤 당선인보다 더 화려한 특별수사 경력을 자랑하는 한 검사장이 특수통으로서 하지 못한 직은 중앙지검장이 유일하다. 검찰총장직은 오히려 정권 수사를 많이 한 특수통 인사들이 배제되는 것을 감안하면 한 검사장에게 남은 유일한 검사로서의 길이다. 그는 검사로 임용된 지 2년째인 2002년 서울지검 형사9부에서 특수통 검사를 걷기 시작한다. 당시 형사9부는 '금융조사부' 역할을 했다. 이때 만난 이인규 당시 부장과 이듬해 대검 반부패부의 전신인 중앙수사부에 검찰연구관으로 파견돼 윤 후보와 첫 인연을 쌓는다. 그해 둘은 불법대선자금수사팀에도 파견됐다. 이 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복심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구속됐다. 2006년 미국 컴럼비아 로스쿨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한 검사장은 다시 중수부에 파견됐고 다음해 처음으로 지방 검찰청에서 일하게 된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부산지검 특수부에서 근무한 한 검사장은 2009년 기획보직인 법무부 상사법무과로 발령난다. 그해 한 검사장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 선임행정관으로 이동하면서 처음으로 검사를 사직한다. 2010년까지 민정수석실에서 일한 그는 2011년 평검사 최고 보직인 법무부 검찰과 검사로 일하게 된다. 검찰과 검사는 예산과 인사를 다뤄 검찰 내부에서 '1-1'로 불린다. 민정수석실에서 검찰과로의 인사는 검찰 역사상 딱 두 번 있었다. 검찰과에서 2년 머문 한 검사장은 '에이스의 에이스'가 간다는 대검 정책기획과장으로 2년 재직한다. 한 검사장 스스로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보직이 정책기획과장이다. 이때 전문검사(벨트)제도가 한 검사장 작품이다. 

2015년엔 다시 중앙지검으로 돌아와 공정거래조사부장을 맡고 2016년엔 수사 기능을 회복한 대검 반부패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에서 2팀장에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팀'에 파견된다. 당시 특검팀장이 윤 당선인이었다. 박영수 당시 특별검사는 검사 파견의 경우 윤 당선인에게 전권을 위임한 바 있다. 한 차례 기각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한 것도 한 검사장이 해낸 일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윤 당선인과 한 검사장에게 구속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 검사장은 중앙지검 3차장으로 국정농단 수사와 사법농단 수사를 지휘했고, 이례적으로 2년간 자리를 지키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했다. 2019년 윤 당선인이 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하면서 한 검사장도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승진한다. 한 검사장과 윤 당선인이 처음 만난 곳의 책임자가 된 것이다. 윤 당선인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팀'에 한 검사장은 공식 직함은 없었다. 그런데도 한 검사장은 청문회 당일 국회를 찾아 윤 당선인과 답변을 조율했다. 청문회 종료 후 차량으로 윤 당선인을 수행한 것도 그다.  

잘 나가기만 하던 한 검사장이 고꾸라진 건 문 대통령으로부터 검경수사권 조정 전권을 위임받은 조국 전 민정수석을 수사하면서부터다. 윤 당선인을 지휘감독하는 법무장관에 지명된 조 전 수석은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와 함께 자녀의 입시비리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혐의를 받았다. 조 전 수석 청문회 당일 밤 정 전 교수가 기소됐다. 정 전 교수는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조 전 수석은 끝내 법무부장관에 취임했지만 35일만에 그 역시 부인처럼 혐의가 구체화되면서 스스로 물러나야만 했다. 이때가 2019년 10월이다. 후임 장관으로 임명된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윤석열 사단' 찍어내기를 감행한다. 중앙지검의 모든 특별수사부서를 동원해 '조국 일가'(조국 부부, 조국 동생, 조국 5촌 조카)를 통째로 재판에 넘긴 한 검사장이 윤 당선인의 '좌천의 역사'를 따라가게 된 이유다. 윤 당선인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팀 팀장으로 있으면서 중앙지검장 승인 없이 국정원을 강제수사하고 원세훈 국정원장을 재판에 넘겼다가 감찰을 받고 고검 검사로 좌천됐었다. 한 검사장도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전보됐다. 이 시절 총장 지방 순회로 부산고검을 들른 윤 당선인과 한 검사장이 말 없이 악수하는 사진은 그들의 인간관계의 두터움을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이다. 

2020년 3월 한 검사장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 피의자로 전락한다. 수사팀인 중앙지검 형사1부는 대검 형사과의 반대에도 한 검사장을 강요미수 공범으로 입건하고 압수수색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지만 그 다음 강제수사 절차인 구속영장 청구로 나아가지 못했다. 강요미수 혐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동재 전 채널A기자와의 공모를 입증하는 직접증거가 전무했던 까닭이다. 이 의혹을 최초 보도했던 <MBC>가 그리는 검언유착은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공모해 신라젠 대주주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 대표를 협박해 노무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작가의 비리를 캐내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강제수사가 적절하지 않다는 대검 형사1과장 의견을 수용해 이 사건을 지휘했다 총장직 사직으로 이어지는 징계를 받기도 한다. 한 검사장은 수사를 받다 당시 형사1부장으로서 수사팀장이던 정진웅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피해자가 됐다. 윤 당선인과 한 검사장이 모두 이 사건으로 직격타를 받은 것이다. 별개로 수사 진행 당시 유 전 장관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노무현재단을 한 검사장이 계좌추적했다는 의혹을 연거푸 제기했다 허위사실로 드러나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한 검사장은 이 사건 피해자로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에 출석해 증언하면서 '처벌불원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오는 5월 10일 대통령에 공식 취임하는 윤 당선인 일정상 한 검사장의 화려한 복귀는 그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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