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건강 책] 신은 아직 활을 거두지 않았다
[의사의 건강 책] 신은 아직 활을 거두지 않았다
  • 김민정 칼럼
  • 승인 2022.03.11 15:02
  • 수정 2022.03.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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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건강책방 일일호일]
[출처=건강책방 일일호일]

“유행병은 언젠가 끝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모습과 우리의 역사가 만들어질 것이다.”

코로나19 감염병의 대유행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지금 대유행의 중심인 오미크론 변이가 상대적으로 증상이 가볍고 치명률이 낮다는 점에 안도하다가도 연일 최다 신기록을 갱신하는 확진자수를 보면 다시 두려움이 몰려온다. 코로나 대유행의 정점 시기를 추측하고 코로나 이후를 이야기하는 여론 그리고 추적되지 않는 확진자 동선, 예측하기 어려운 감염 경로 속 하나 둘 늘어가는 주변인들의 확진 소식을 들으며 일상을 위해 군중 속을 파고드는 나 사이의 괴리를 마주하다 보면 지금 우리는 코로나 종식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 코로나 종식을 강요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신의 화살’은 코로나 대유행의 정점과 그 이후를 준비하는 이 시점에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지침서이다. 그동안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과 그 의미를 성찰하는 많은 책들이 소개되었지만 신의 화살처럼 다층적인 맥락에서 코로나 19 팬데믹을 분석하고 이를 통합적이고도 명쾌하게 설명한 책은 드물었다. 이 책이 이토록 넓고도 깊은 코로나19 유행병에 대한 통찰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저자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가 생물학자이자 의사, 공중보건학 박사, 사회학 박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통섭형 학자라는 영향이 크다. 그는 미국의 코로나 대유행이 확산되던 2020년 집에서 원격강의와 연구를 진행하며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책의 시작은 SARS-CoV-2 극미한 존재인 코로나 바이러스의 출연과 대유행의 과정에 대한 설명이다. 그는 오랜 기간 국제 공중보건 프로그램을 지휘한 경험과 생물학, 의학, 데이터 과학의 이론을 적용하여 코로나19의 역학적 특성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이 작은 바이러스가 과거의 신종바이러스와는 다르게 범지구적인 재앙을 일으켰던 이유를 분석한다. 지난 2년간 우리가 수도 없이 강조했던 마스크사용, 신체적 거리두기(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소독 등의 비약물적개입(NPI(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의 유행병 완화 효과를 데이터 과학 접근의 연구결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과학과 사회학, 인류학을 넘나드는 통섭으로 팬데믹의 혼란을 분석하는 저자의 통찰이다.

“똑같은 재앙이 50년이나 100년의 주기를 두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갈 때쯤 되풀이해 찾아오는 현상은 우리 인류를 초라해 보이게 하는 면이 있다. 그런 재앙이 다시금 닥칠 때면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어야 했다는 자괴감이 우리의 고통을 더한다. 유행병은 대개 인간이 가진 속성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가장 진화된 면들을 파고든다.”

저자는 인간을 “집단을 이루며 서로 어울려 살고 신체를 접촉하며 애정과 친밀감을 나누고, 죽은자를 땅에 묻고 애도하는 동물”이라 정의하며 전염병을 퍼뜨려 우리의 목숨을 앗아가는 병원체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퍼지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인간다움을 위협받는 대유행에는 어느 정도의 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전염병은 언젠가는 끝이 났고 우리는 다시 일상을 되 찾아왔다. 문제는 이 위기가 되풀이 된다는 것, 전염병은 인간의 삶에 늘 따라오는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을 우리가 쉬 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코로나 팩데믹을 “인류가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처음 겪는 일일 뿐이다”라 말한다. 우리가 이 위기를 어떻게 겪어내느냐가 다음의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힘과 경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세계최대의 강대국이란 명성에 맞지 않는 미국의 무능한 방역정책을 마주해서일까. 저자는 책 곳곳에서 팬데믹을 대하는 정치지도자들의 태도와 소통방법에 대한 예리한 비판과 조언을 이어간다.   

“사회 기능을 저해하되 인명을 살리는 개입 조치를 시행하려면 대중의 신뢰가 필요하고, 대중의 신뢰를 얻으려면 모든 정책안의 논리적 근거를 정직하게 알려야 한다. 까다로운 절충이 필요하다는 점도 숨김없이 논하고, 여기에 불확실성이 따른다는 점도 알려야 한다. 이것이 공중보건뿐 아니라 시민의 참여의식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이 책은 코로나 1차 대유행 시기인 2020년에 쓰였지만, 혜안의 저자는 코로나 대유행의 종식을 앞둔 지금에도 유효한 담론을 이어간다.
 
“이른바 종식에 대한 여러 질문의 답을 결정하는 것은 의학적 공중보건학적 데이터가 아니라 사회정치적 과정이다.” (앨런 브랜트)

책은 범유행이 누구의 관점에서 종식됐는가 하는 문제에도 사회적 변수와 가치관이 개입됨을 설명한다. 우리에게는 감내할 만하고 순조로운 일상의 회복이 어떤 이들(고령자, 만성질환자, 빈곤층 등의 사회적 약자)에게는 멀고 험난한 일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코로나19가 사회적 구성물이듯 범유행의 종식에도 생물학적 정의만이 아닌, 사회적 정의가 동반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나라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대통령 선거일이 지났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바이러스 변이가 등장하지 않는 한 새로운 정부에서 지난 2년간 우리를 뒤 흔든 코로나 대유행은 종식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의 마지막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어찌 보면 코로나19 범유행은 향후 다른 범유행뿐 아니라 그 밖의 거대한 지구적 문제에 대비할 예행연습 기회를 제시한 셈이다. 우리는 이제 역병이라는 오랜 위협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리고 똑똑히 알고 있다. 범유행을 헤쳐나가려면 지도자들도 우리 자신도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사실을.”

/건강책방 일일호일 책방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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