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서방 경제제재로 일상이 힘들어지고 있는 러시아 국민들
[우크라 침공] 서방 경제제재로 일상이 힘들어지고 있는 러시아 국민들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2.03.13 06:59
  • 수정 2022.03.1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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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지초한 러시아판 '고난의 행군' 시작
금융시장 불안에 현금 인출 서두르는 러시아인들 [출처=연합뉴스]
금융시장 불안에 현금 인출 서두르는 러시아인들 [출처=연합뉴스]

푸틴의 정치적 모험으로 러시아 국민들의 삶만 피폐해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러시아 사업 철수 결정이 줄을 잇는 가운데, 최근 사업을 러시아에서 지속하기로 했던 맥도널드, 스타벅스, KFC, 피자헛, 코카콜라 등의 식음료 브랜드도 결국 사업 중단을 발표했다.

이러한 글로벌 브랜드들의 러시아 사업 중단 결정은 국제금융 결제 시스템 SWIFT에서 러시아 배제, 러시아 공장으로의 원자재 공급 제한, 러시아산 에너지원 수입 축소, 러시아 항공기의 운항 금지 등의 서방의 초강수 제재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 화폐 루블의 가치는 급락하고 수입 물품의 가격이 치솟게 됐다. 지난달 23일 1달러에 80루블이었지만, 11일 기준 135루블로 크게 올랐다.

유로뉴스는 12일(현지시간) 러시아 내에서 수입에 의존하는 업체들의 경우 패닉 상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마리나 알비는 식자재 공급업체로부터 30~ 50% 가격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 식당은 일본산 건해조류와 구운 두부, 칠레산 아스파라거스, 인도산 쌀과 코코넛오일을 사용하고 있다. 알비는 “우리가 구매하는 모든 것들의 가격 인상 쓰나미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프랑스의 대형 마트 브랜드 오숑(Auchan)의 대대가 텅텅 비어있는 상황이 전해지고 있다. 한 오숑 이용객은 “오숑은 러시아에 그대로 남아 있을 거라고 들었다. 그런데 내가 구매해 온 상품들이 없다. 제재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겪고 있고, 곧 나아질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모스크바 주민들은 아직은 품절 대란을 겪고 있지는 않지만, 가격이 오르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러시아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러시아 내 외국산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가격이 3월 초부터 15% 인상됐다.

식품 가격 또한 오르고 있다. 설탕의 경우 3월 첫 주 가격이 3.3% 오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설탕, 밀가루 등을 얼마나 살 수 있는지에 대해 공유하고 있다.

제재로 인한 실업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러시아의 실업률은 4.4%였으나, 수 개월 내에 두 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사업을 철수하고 러시아 기업들에 대한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서 이에 따라 실업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러시아 경제학자 안드레이 모프찬은 “기업들이 문을 닫고, 원자재가 부족하게 되고, 수요가 부족해지고, 사람들이 더 가난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잃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외국어를 가르치는 나탈리아는 학생들이 해외에서 돈을 보낼 수 없어 학생들을 잃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학생들이 송금할 때 이용하는 페이팔을 러시아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됐어요. 달러와 유로화 환율이 100루블을 넘으면서 모든 것이 비싸지고 있습니다. 나는 외국어 수업으로 먹고 사는데, 상황이 계속 이렇게 되면, 러시아 학생들에게 외국어는 더 이상 필요없게 될 것입니다.” (나탈리아)

모스크바에서 어머니와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19세 리사는 일본 패션업체 유니클로 매장에서 일자리를 얻은지 얼마 안 됐다. 그런데 최근 유니클로가 러시아에서의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리사는 “나는 유니클로에서 일하는 게 좋았다. 그런데 이제 끝났다.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한다”라며 어머니도 실직 상태라 자신이 가족 전체를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 정부는 실업률의 증가를 막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고 말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기업들이 떠나고 있지만,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노동 시장에서의 실업률과 위기를 막는 조치가 우선적 과제다. 곧 정부로부터 계획된 조치에 대한 말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의 외환 보유고를 막아 버렸지만, 러시아 정부의 재정 상태는 낮은 부채로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채권자가 대부분 해외 투자자들이 아닌 러시아 국내 은행들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경제에 아주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큰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발표했다.

늘어나는 제재와 전쟁에 대한 불확실로 인해 단기적으로 러시아 경제에 미칠 영향은 더 광범위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자산관리사 블루베이(BlueBay Asset Management)의 애널리스트 팀 애쉬는 “러시아인들은 더 크게 가난해질 것이다. 터키에서 휴가를 보내거나 서방에 아이들을 유학보낼 돈이 없게 될 것이다. 심지어 푸틴 때문에 해외에서 환영받지도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애쉬는 러시아의 경제가 10%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경제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도 나쁘다. 전쟁 이전부터 몇몇 소수의 내부자들이 주요 기업들과 산업 섹터들을 통제해 왔고, 이로인해 경쟁력과 새로운 투자가 위축됐다. 러시아는 원유와 가스 외에 경제 성장을 위한 산업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데 실패했다. 2020년 1인당 국민소득은 2014년과 비슷할 정도였다. 

소련의 붕괴 이후 30년 동안 쌓아올려온 외국인 투자와 이 덕분에 생긴 일자리들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애플, 이케아, 폭스바겐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 내에서 영업을 중단했고, BP, 엑손, 쉘 등의 글로벌 에너지 회사들은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8일 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Fitch)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 단계로 내리며 디폴트를 경고했다.

2014년 크림반도 점령으로 제재가 시작된 이후로 러시아 정부는 제재가 서방의 최선의 무기인 것을 예측해 왔다. 영국의 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의 러시아경제 전문가 리처드 코놀리는 이를 두고 소위 ‘칼라시니코프 경제(Kalashnikov economy)’라고 부르고 있다. 칼라시니코프는 러시아 소총의 이름이다.

코놀리는 “칼라시니코프 경제는 오래 지속되는 원초적인 시스템”이라며, 정부는 낮은 부채 하에서 대부분의 은행 시스템과 중앙은행을 통제함으로써 통화와 은행을 지탱하는 데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상업 거래와 상품 공급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루블 가치의 하락은 러시아 정부가 원유를 통해 돈을 더 벌 것임을 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유 가격은 달러로 지불되기 때문이다. 콜로니는 러시아가 2019년에 비해 원유로부터 루블 기준 2.7배를 벌고 있다고 보며, 이것으로 임금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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