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난민을 대하는 서방의 이중적 태도... 우크라이나 난민 vs 시리아 난민에 대한 '선택적 연민' 논란
[월드 프리즘] 난민을 대하는 서방의 이중적 태도... 우크라이나 난민 vs 시리아 난민에 대한 '선택적 연민' 논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3.19 06:40
  • 수정 2022.03.19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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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은 눈동자로 차창 밖 바라보는 우크라 피란 어린이 : 지난 14일(현지시간) 폴란드 남동부 메디카에서 국경을 넘어 온 우크라이나 피란 어린이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해맑은 표정으로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러시아군 침공 이후 이날까지 국외로 탈출한 우크라이나 난민이 280만 명을 넘어섰고, 이 중 절반 이상이 폴란드로 향한 것으로 집계됐다. [메디카 AFP=연합뉴스]
해맑은 눈동자로 차창 밖 바라보는 우크라 피란 어린이 : 지난 14일(현지시간) 폴란드 남동부 메디카에서 국경을 넘어 온 우크라이나 피란 어린이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해맑은 표정으로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러시아군 침공 이후 이날까지 국외로 탈출한 우크라이나 난민이 280만 명을 넘어섰고, 이 중 절반 이상이 폴란드로 향한 것으로 집계됐다. [메디카 AFP=연합뉴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난민과 시리아 난민에 대해 이중적인 잣대로 연민의 정을 표출하고 있다."

CNN방송은 18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난민을 대하는 태도가 과거 시리아 난민 등 타 지역 난민들과 얼마나 다른지 주목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처에 전례 없이 협력과 일치를 보이고 있다. 서방 정부, 기업, 개인 들은 대(對) 모스크바 제재와 보이콧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유럽은 밀려드는 우크라이나 난민에 문을 활짝 열고 있다.

하지만 온정의 손길이 물밀 듯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유럽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대하는 태도와 지구상 남반구 난민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달라 눈길을 끌고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 위기는 위중하다. 유엔난민기구(UNHCR : UN Refugee Agency)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 이후 300만 명 이상이 피난길에 나섰다고 한다. 반면에 2013년 시리아 난민의 경우 100만 명이 시리아를 떠나는 데 6개월이 걸렸다. 시리아에서 내전이 벌어진 지 거의 2년 동안이나 걸쳐 발생한 숫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시리아 전쟁은 서로 다른 시간과 다른 지역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시리아 난민의 역경과 다르게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유럽에서 훨씬 따듯한 대접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정부들이 비교적 손쉽게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은 범상치 않습니다. 나아가 러시아 침공에 따른 난민들의 고통이 압도적 연대의식으로 이어지는 모습 또한 기이합니다.”

‘카네기 국제평화 기금’의 H.A.헬리어 연구원은 이렇게 분석했다.

‘UN 인도주의 업무 및 긴급구호’ 조정관 마틴 그리피스는 “난민들을 대하는 우선순위에서 놀랄 정도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인 터키와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받아들인 파키스탄을 예로 들며 이웃 국가들이 대량 난민을 흡수하는 것이 비정상은 아니라고 말했다.

덴마크는 유럽 내 대표적 강경 반이민 정책 국가이다. 그런 덴마크 정부가 팔을 활짝 벌리고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모든 난민은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시리아에서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시리아 난민들을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내몰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예는 유럽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의 극우 대통령 후보 에릭 제무르는 지난 8일 BFM TV에 나와 유럽 국가 난민과 아랍 무슬림 국가 난민에 차등을 두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랍이나 무슬림 이민자들은 우리와 너무 먼 거리에서 온 사람들로 우리 문화에 물들고 우리와 동화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유럽 기독교 국가 난민에 더 우호적인 건 당연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폴란드 메디카 국경검문소를 통과한 우크라이나 여성이 인터뷰를 하다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폴란드 메디카 국경검문소를 통과한 우크라이나 여성이 인터뷰를 하다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러시아 침공이 발발한 지 며칠 뒤, 불가리아의 보이코 보리소프 총리는 난민을 수용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곧 발생할 난민 물결에 대해 걱정하는 유럽 국가는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유럽 동포들 사이에서 난민이 발생한 겁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나 다른 유럽 국가들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할 겁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다시 말하면 이 사람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부닥쳤던 그런 난민들이 아닌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난민들은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알 수 없었던, 과거가 불투명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테러리스트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난민을 대하는 태도가 이처럼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받아들이는 나라와 우크라이나와의 지리적 인접성 때문일 수도 있고, 러시아가 이번 전쟁을 통해 유럽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절박한 판단 때문일 수도 있다고, 헬리어 연구원은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환영이 훨씬 더 원시적이고 부족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점만은 무시할 수 없다"며 "그리고 상당수 유럽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백인이고 기독교 문화를 공유하기 때문에 더욱 연민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인권감시기구 유럽 및 중앙아시아 분과’의 주디스 선더랜드 부국장은 “연민과 연대의 손길은 우리와 비슷하게 생기고 우리와 같은 기도를 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위기에 처한 모든 난민들에게 펼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은 이번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국경을 개방하고 우크라이나 난민 보호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자비와 연대의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대단히 잘 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현재 유럽의 태도는 그동안, 대부분이 갈색 피부와 검은 피부를 지닌, 다른 지역 난민들에게 보였던 정책 및 행동과 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1년 UN 보고서에 따르면 피난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거의 700만 명에 달하는 시리아 난민 중 약 100만 명이 유럽에 거주 중이라고 한다. 이들 시리아 난민들 중 70%를 독일과 스웨덴 두 나라가 받아들였다.

한편, 2018년 유럽에서 난민 문제가 고조되었을 때 중부유럽 국가들은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정상회담에 참여를 거부했다. 당시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이 문제가 “유럽 전체를 광란으로 몰아갈 것(pan-European frenzy)”이라는 말까지 했다. 당시 중부유럽 국가들은 어느 정도 난민을 수용해달라는 다른 유럽 국가들의 요청을 이미 거절해놓은 상태였다. 현재 헝가리나 슬로바키아 같은 중부유럽 국가들은 수십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편견에 맞서 다원주의의 우월성을 긍지로 내세우는 대륙에서, 홀로코스트의 끔찍한 악몽을 공유하는 대륙에서, 보스니아의 인종학살을 경험한 대륙에서, 시민의 권리 쟁취를 위한 역사를 공유하는 (특히 서부) 대륙에서 상당수 유럽인들이 광범위하게 부족적이고 인종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서글픈 현실입니다.”

유엔난민기구는 CNN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3백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망명 신청과 보호 요청이 이웃 국가들에서 조건 없이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우리는 똑같은 연대의식과 연민, 지원이 전 세계적으로 자신의 나라를 피해 난민 길에 오를 수 밖에 없는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도 주어지기를 희망합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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