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율표로 읽는 산업] 치열해진 수소패권 경쟁… 정말 '친환경'일까?
[주기율표로 읽는 산업] 치열해진 수소패권 경쟁… 정말 '친환경'일까?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04.02 07:59
  • 수정 2022.04.0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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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와 전기, 열을 생산하는 트라이젠을 통해 완전 전동식 로더와 수소차를 동시에 충전하는 콘셉트 [출처=두산]
수소와 전기, 열을 생산하는 트라이젠을 통해 완전 전동식 로더와 수소차를 동시에 충전하는 콘셉트 [출처=두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보편화되고 있는 가운데 2일 업계에 따르면 수소 경제가 산업계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수소는 주기율표의 가장 첫 번째(1족 1주기) 화학 원소로, 기호는 H다. 우주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만큼 가장 흔하고 가볍고, 범용성이 높다. 생명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물(H2O)을 만드는 데 두 개의 수소(H) 원자가 필요한 만큼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수소 산업이 각광받는 데는 높은 에너지 의존도 영향이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1차 에너지 수요량 2억9208만 toe(석유환산톤) 가운데 수입은 2억7097만 toe를 차지한다. 국내에서 쓰이는 에너지 92.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중 석유 37.7%, 석탄 24.7%, 액화천연가스(LNG) 18.8% 등 화석연료 비중이 절대적이다.

여기에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해 10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다국적 비영리기구 CDP(Carbon Disclos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에서 인정하는 친환경 발전원은 태양광, 태양열, 풍력, 수력, 지역, 바이오매스, 바이오가스, 그리고 '그린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이다.

지난 6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된 국회 수소경제포럼에서 수소경제 현황과 정책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출처=김종민 의원실]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된 국회 수소경제포럼에서 수소경제 현황과 정책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출처=김종민 의원실]

그린수소는 원자력이나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여 얻어지는 수소다. 전기분해는 화합물에 높은 전압을 걸어 산화 환원 반응을 일으켜 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이다. 수소는 우주에 가장 많은 원소지만 순물질은 실온에서 기체상태의 H2로만 존재한다. 공기 중 기체 상태의 수소 비중은 매우 희박한 만큼 화합물에 에너지를 가해 분리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수소를 생산하는 데 오히려 탄소가 배출돼 '친환경'이 진정 맞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생산되는 수소의 95% 이상은 화석연료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그레이 수소'다.

그레이수소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과 고온의 수증기를 촉매 화학반응을 통해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는데, 약 1kg의 수소를 생산하는 데 이산화탄소 10kg을 배출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블루 수소는 포집·활용·저장 기술을 이용해 그레이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일 수 있지만 이 역시 탄소가 배출된다.

앞서 언급한 그린수소는 수소에너지 중에서도 가장 바람직한 미래다. 신재생 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기에너지를 물에 가해 생산하는 만큼 탄소 배출이 전혀 없다.

궁극적 방향은 그린수소지만 아직 효율이 떨어지고, 기술 개발이 필요해 걸음마 단계에 그치고 있다. 수소 산업 비중도 대부분 그레이 수소다 보니 전격 전환이 쉽지 않다.

G5(주요국) 제조업·탄소다배출 업종 비중. [출처=전국경제인연합회]
G5(주요국) 제조업·탄소다배출 업종 비중. [출처=전국경제인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지난해 12월 국제비교를 통해 ▲재생에너지·그린수소 경쟁력 부족을 탄소감축 저해 요소로 꼽았다. 전경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주요 42개국을 대상으로 한 지리·자연환경에 따른 재생에너지 전력공급안정성 분석 결과, 좁은 국토면적과 부족한 일사량·풍속으로 42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수소차 보급 등에 필수적인 그린수소의 국내 생산잠재력 역시 한국은 주요국 대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향후 막대한 수입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린수소 산업이 성장하는 데 진통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그린 수소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국회에서 법안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법사위 문턱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이하 수소법)' 개정안에는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등 수소시장을 확대를 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문제는 청정수소의 범위에 그린수소 외에 블루수소까지 포함시킬지 여부 등을 놓고 정부와 일부 의원 사이에 의견이 갈린다는 점이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3MW 초과 연료전지발전소 중  그린수소를 사용하는 사업자는 단 한곳도 없다며 그린수소만 청정수소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 파워팩과 파워팩을 이용해 충전하는 '엠비전 팝' 모습 [출처=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 파워팩과 파워팩을 이용해 충전하는 '엠비전 팝' 모습 [출처=현대모비스]

산업계는 반면 그린수소 생태계가 성숙하지 않으니 제도를 빠르게 도입해 수소 생태계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직접 행동에도 나섰다. 지난해 12월 21일 현대차, SK, 포스코 등 16개 회원사로 구성된 민간 협의체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국회를 향해 수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법안 처리가 어려워지면서 수소경제 실현은 냉각 노선을 타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약속하던 임기 내 수소경제 실현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리는 자원빈국에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만큼 선제적인 지원으로 수소 생태계를 먼저 키우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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