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대부분의 정비사업장에서 건설사와 정비 조합 간 수의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 비강남권 재건축 시공권을 놓고도 수주 경쟁이 펼쳐졌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등 대형건설사가 입찰하는 정비사업 현장에선 대부분 수의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7년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됨에 따라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시 한 곳의 건설사만 입찰하면 유찰되고, 유찰이 2회 이상 반복되면 입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됐다.
현대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앞세워 올해 수주한 모든 사업장에서 수의계약을 이끌어냈다. 현대건설은 1분기 대전 유성 장대B구역 재개발과 광주 서구 광천동 재개발 사업, 서울 용산 이촌강촌 리모델링 등을 수의계약을 통해 따냈다.
삼성물산도 1분기 공사비 4476억원 규모의 서울 용산구 이촌동 코오롱아파트 리모델링 사업과 3696억원 규모 서울 서초구 방배6구역 재건축 사업에 단독 입찰해 수주에 성공했다.
GS건설은 용산구 한강맨션 재건축과 영등포구 신길 13구역 재건축, 부산 구서 5구역 재건축 등을 수의계약을 통해 수주했다. 은평구 불광5구역에선 경쟁입찰 형태가 갖춰지긴 했지만 경쟁사는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무효표 보다도 적은 득표를 받았다. 실질적 경쟁은 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2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단독 입찰을 통해 2분기 공사비 1조원 규모의 경기도 과천주공 8·9단지 재건축 수주를 앞뒀고, 롯데건설 역시 서울 성북구 돈암6구역 재개발과 동대문구 이문4구역 재개발에 단독 입찰한 상태다.
업계에선 건설사 간 출혈 경쟁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수의계약이 이어지는 현상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정비사업 수주전이 과열될 경우 간접비 지출로 인해 사업을 수주하고도 본전을 못 찾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며 “지난해 과열됐던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재건축 수주전 등을 보며 이를 반면교사 삼자는 분위기가 업계에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정비사업 조합원들은 다소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건설사 간 경쟁이 펼쳐지지 않을 경우 조합원들은 시공사로부터 좋은 조건을 제시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수도권 한 정비 조합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 유치도 좋지만 경쟁이 이뤄지지 않으면 좋은 조건을 제안받을 수 없게 된다”며 “빠른 사업 진행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건설사의 경쟁 입찰이 적어져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박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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