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깨진 독 물붓기’ 실손보험…밑지는 장사 계속하는 이유는
[이슈진단] ‘깨진 독 물붓기’ 실손보험…밑지는 장사 계속하는 이유는
  • 김수영 기자
  • 승인 2022.04.15 07:44
  • 수정 2022.04.15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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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 대부분 철수…손보, 사업 유지하며 개선 촉구
국민 다수 가입 중...고객유치 차원서 철수 어려워
“생보·손보 구조적 문제…박리다매라도 끌고 가야”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사진=연합뉴스]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출처=연합뉴스]

“실손의료보험·자동차보험 연간 계획을 잡을 때 ‘올해는 이 정도 선에서 방어하자’는 걸 목표로 삼는다. 작년 자동차보험 같은 경우는 특별한 케이스다.”

최근 한 보험사 관계자의 말이다. 높은 손해율로 시름을 앓는 실손·자동차보험의 연간 사업계획 수립 시 적자를 기본 전제로 둔다는 얘기다.

기업은 자선단체나 사회활동집단이 아니다. 초기 자본주의에 비해 CSR·ESG 등 기업의 사회환원활동, 책임경영 등이 늘었지만 여전히 기업활동의 본질은 이윤추구에 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때론 큰 결정을 감행하기도 한다. 장밋빛 꿈을 안고 출범한 사업이 예상보다 수익이 나지 않거나 마이너스로 접어들면 철수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매년 본전도 찾지 못하는 실손 사업을 접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8년 122%, 2019년 135%, 2020년 137%로 나타났다. 작년 손해율도 131% 수준이다. 실손보험료로 1만원을 거둔 뒤 1만3000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얘기다. 보험사의 사업비를 감안하면 실제 부담규모는 더욱 커진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은 사업 철수는커녕 오히려 금융당국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보험료 인상이나 실손보험의 높은 손해율을 잡을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매년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면서 실손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럴 수 있다. 법이나 제도적으로 판매가 강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과거 생명보험사들도 실손보험을 판매했지만 대부분은 사업을 접었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현재 실손보험을 판매 중인 생보사는 한화·삼성·흥국·교보·NH농협생명 등 5개사에 그친다.

과거 생보사들이 실손을 판매했을 때의 손해율 역시 손보사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고, 높은 손해율과 사업비 부담으로 사업을 접었다는 것이 복수 생보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반면 손보사들은 대부분 실손상품을 계속 판매하고 있다. 실손보험은 제3보험으로 분류돼 손보·생보 모두 다룰 수 있다. 하지만 한 쪽은 손해율 부담으로 대부분 사업을 접은 반면 다른 한 쪽은 사업을 유지 중인 것이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백내장수술 지급심사 강화 등 실손의료보험금 누수에 대한 대책마련에 나선다. [출처=연합]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백내장수술 지급심사 강화 등 실손의료보험금 누수에 대한 대책마련에 나선다. [출처=연합]

손보사들이 계속 ‘적자사업’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로는 실손보험이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릴 만큼 다수가 가입 중이라는 점이 지목된다. 손해율 부담 등을 감안하면 사업을 접는 것이 맞지만 고객유치를 위해 철수를 고려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각 사의 상품이 유의미한 보장 차이를 두지 않는 만큼, 핵심적으로 고려하는 상품의 유무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령 A사의 종합보험엔 실손보험이 없고 B사의 종합보험엔 실손보험이 있다면 당연히 고객들은 B사로 눈을 돌린다”라며 “워낙 많은 고객들이 가입해 있고 신규 고객들도 실손 가입을 당연시하기 때문에 실손보험 유지는 거의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구조상 손보사들은 실손보험 사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3보험인 실손보험 쪽으로 발을 넓혔지만 구조적으로 판매 영역이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뿐인 만큼 발을 빼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손보는 자동차보험이나 장기보험 뿐이라 실손보험 진출 후 박리다매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생보는 종신·보장성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들고 있어 실손보험 같은 경우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철수했지만, 손보는 자동차보험도 적자고 대체로 보험가입기간이 짧아 박리다매라도 어떻게든 사업을 유지하고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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