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사들은 알고리즘, 빅데이터 분석 등으로 자산을 관리하는 로보어드바이저(RA) 서비스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인공지능(AI) 분석 등에 기반한 프로그램을 통해 맞춤형 자산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투자자들과 업계의 기대를 받고 있다.

18일 코스콤에 따르면 RA테스트베드를 통과한 증권사 운용의 66개 상품 평균 누적 수익률은 24.36%다. 하지만 3개월 기준으로 보면 마이너스 2.12%를 기록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er)의 합성어로 AI와 빅데이터 분석 등으로 투자자 자산운용을 자문해주는 서비스다. 사람이 직접 포트폴리오 관리를 해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수수료나 인력 고용 부분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통 자산관리 서비스에 비해 가입금액이 낮고 수수료도 적어 부담을 덜 수 있다. 

증권사들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증권전산업체 코스콤의 RA테스트베드를 통해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 또 자체개발에 힘을 쏟으면서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업체와도 활발히 협업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대표업체로는 쿼터백그룹, 콴텍, 디셈버앤컴퍼니 등이 있다. 

NH투자증권은 코스콤의 RA테스트베드가 처음 시작된 2016년부터 계속 참여하고 있으며 업체, 대학들과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대학교 산업시스템혁신연구소 산하의 데이터 마이닝 센터와 빅데이터, 머신러닝, AI 관련 퀀트 리서치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맺고 퀀트 투자모델 개발에 나섰다.

2020년에는 로보어드바이저 자문서비스를 EMP로 확대한 'NH로보EMP자산배분'을 출시했다. 이는 AI 기반의 경제지표 데이터를 자동 수집 및 분석해 시장을 진단하고, 현재 시장 상황에서 유효한 주식, 채권, 대체투자 자산군의 비중을 먼저 배분한다. 이후 모멘텀 스코어를 활용해 국내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중 최상위 ETF를 선정해 개인 투자 성향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 이외에도 'QV 글로벌 자산배분' 'QV 연금포트폴리오' 'NH로보 ETF 모멘텀' 등을 운용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 1월, 퇴직연금 '연금S톡'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적용해 시장에 선보였다. 해당 서비스는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자신의 투자성향과 소득, 연령 등을 입력하면 55개 유형으로 세분화해 각 유형에 맞는 펀드들과 각각의 비중을 제시해준다. 현재는 펀드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으나, 조만간 ETF도 추천 상품에 추가해 연금가입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지난해 5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키우GO'를 출시한 키움증권은 마이데이터 사업과 연동해 금융 투자 측면에서 차별화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객의 투자성향, 자산 규모 등을 반영한 빅데이터 기반의 초개인화 금융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올 2월 쿼터백과 비대면 투자일임서비스 및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19년에는 미국에 상장된 ETF에 투자하는 '신한 쿼터백 글로벌 로보랩'을 출시한 바 있다.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은행, 카드, 라이프 등 그룹사의 다양한 디지털 사업에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활용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데, 올 초 신한캐피탈에서 운용 중인 그룹의 SI(Strategic Investment) 펀드 '원신한커넥트 신기술 투자조합 제 1호'의 100억원 투자를 통해 쿼터백과의 강력한 파트너십 구축을 지원했다.

김장우 신한금융투자 디지털그룹장은 “신한금융투자의 우수한 금융인프라와 쿼터백의 RA 기술력이 만나 쉽고 간편한 투자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콴텍투자자문의 멀티 팩터 모델에 기반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한화 AI알고리즘 랩'을 선보였고, KB증권은 지난달 핀테크 업체 퀀팃과 서비스형 뱅킹 기반 비대면 투자일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출시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6월말 RA테스트베드센터 집계 기준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가입자 수는 38만명이며, 관리자산 금액은 2조원 수준이다. 

로보어드바이저 유형은 크게 상품추천형, 투자자문형, 투자일임형, 정보제공형 등으로 구분된다. 상품추천형은 은행의 펀드 RA가 해당되며, 투자자문형 또는 투자일임형은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투자자문업자 또는 투자일임업자가 제공한다. 정보제공형은 금융상품이나 상장종목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3월말 테스트베드센터의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 성과를 분석한 결과, 상품 간 자산관리 성과의 격차가 분명하게 존재했다"라며 "특히 분석대상 상품 중에서 비정상 초과수익률을 실현하고 시장수익률을 잘 추종하며, 양호한 리밸런싱 성과를 보이는 로보어드바이저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처럼 상품 간 자산관리 성과 격차가 뚜렷하게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금융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공시체계를 금융소비자가 쉽게 조회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 유치 성과를 보면 자산관리 성과가 반드시 고객유치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특히 로보어드바이저 제공업체가 증권사인 경우 은행이나 투자자문·일임업자에 비해 자산관리 성과가 뒤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고객유치 성과를 보인다. 이 점을 고려할 때 증권사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서비스 접근성을 대폭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위키리크스한국=이주희 기자]

jh224@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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