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줌인] 러시아에 맞선 서방의 연합전선, 과연 견고할까... 흔들리는 공동 목표
[우크라 줌인] 러시아에 맞선 서방의 연합전선, 과연 견고할까... 흔들리는 공동 목표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2.04.30 06:45
  • 수정 2022.04.3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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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인도주의 위기에 관해 러시아 책임 인정하는 결의안 채택한 유엔총회.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인도주의 위기에 관해 러시아 책임 인정하는 결의안 채택한 유엔총회. [사진=연합뉴스]

전쟁이 일어나기 전,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서방 국가들은 동맹에 서로 의구심을 가졌고, 일부 국가들은 국가주의 정서가 거세지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으로 자유와 주권, 법치를 상기한 서방 국가들이 연합해 러시아에 대항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전방위적인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서방 국가들이 계속 같은 배를 타고 가는 것을 힘들게 만드는 어려움들이 앞에 놓여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갈등이 전쟁의 목적을 바꿀 수도 있다. 지금 서방은 우크라이나 수호를 위해 뭉쳤고, 우크라이나에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러시아의 적대적 행위의 중단이 목표이지만,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주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은 의회에서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을 완전히 실패하게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공동으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실패’의 의미가 무엇인지 존슨은 명확히 하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의 정권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확실히 거부했다.

그는 “중요한 건 러시아의 지도자를 제거하거나 정치를 바꾸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에 관한 문제이다. 푸틴은 이를 자신과 서방의 갈등으로 프레임을 씌우려고 할 것이지만, 우리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미국이 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 국방부 장관 로이드 오스틴은 러시아군이 패하게 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한 일 같은 것들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지는 것을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의 국방 부분에 대한 제재를 뜻하는 것일 수 있다. 또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군사력에 큰 타격을 주기 위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생각에 서방 전체가 공감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방이 러시아에 실존적인 위협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푸틴이 이러한 발언을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서방은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뭉쳤지만, 세부적인 측면에서는 그 양상이 다르다. 일부 국가들은 유혈사태를 더 길게 끌 수 있다는 우려에서 중화기 제공을 꺼리고 있다. 다른 국가들은 더 강력한 무기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영국 국방선정위원회의 토비어스 엘우드는 BBC 라디오 방송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지만, 이들이 확실히 이기도록 하는 데는 충분하지 않다”며 더 많은 지원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수호가 러시아와의 전면적인 전쟁이 될까봐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 국가들도 있다. 이들은 푸틴이 전쟁을 더 키우거나 다른 서방 국가를 타겟으로 하게 만들거나 사이버 공격, 또는 대량파괴를 가져오는 무기를 사용하게 만들까봐 우려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산체스(우) 스페인 총리와 프레데릭센(좌) 덴마크 총리/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산체스(우) 스페인 총리와 프레데릭센(좌) 덴마크 총리/ 연합뉴스

러시아의 외교부 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는 ‘심각한 진짜 핵전쟁의 위험’이라는 표현과 함께 서방의 군사적 지원에 대해 경고했었다.

군사적 교착상태와 압박이 정치적 안정이 돼버릴 수 있고, 이와 관련해 여러 문제들이 깔려있을 수 있다. 일부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추구할 것을 요구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리더십은 계속 싸우기를 원할 수 있고, 또 일부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 제한을 둘 수도 있다. 아니면 우크라이나는 정치적 안정에 동의하지만 서방은 이것이 러시아에 많은 보상이 돌아가는 거라 생각하고 반대할 수 있다. 일부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거부하고 평화 협상을 좌절시킬 수도 있다.

러시아가 장악한 영토를 다시 수복하는 것이 우선인지, 종전 후 우크라이나의 남은 부분의 향후 안보, 보존, 생존을 확립하는 것이 우선인지도 문제가 된다.

서방의 한 고위 관료는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자주적인 국경선을 힘으로 바꾸는 데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위한 우리의 장기적인 계획은 자주독립 국가로서 우크라이나가 성공하는 것이다”라며 두 가지 동시에 이뤄지길 바라는 것을 시사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정치적 안정에 대한 합의에는 어려운 선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국방부 장관 벤 월리스는 어느 선택이든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푸틴은 크림반도와 도네츠크를 불법적으로 침공했다. 그는 국제법을 따라야하며, 결국에는 우크라이나에서 떠나야 한다”라고 말했지만, 모든 서방 국가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제재에 대해서도 서방 국가들의 생각이 서로 다를 수 있다. 러시아에 얼마나 처벌을 가하느냐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특히 러시아산 에너지 제재에 대해서 그렇다.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러시아산 에너지 없이 자국의 경제가 지탱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쟁이 지속되면, 반격을 당할 수 있다. 일부 국가들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제재를 더 강화하고 싶어하지만, 다른 국가들은 자국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부분의 제재를 줄이고 싶어할 수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장기적인 미래에 대해서도 서방 국가들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에 분열이 생길 수도 있고, 전쟁이 계속되기를 원하는 민족주의자들이나 중재를 원하는 이들의 파벌이 일어날 때 서방이 어떤 자세를 취하게 될지도 예측이 분분하다. 일부 분석가들은 1922년 아일랜드에 빗대며 우크라이나의 내전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러시아 전문가이자 미 국가안보회의의 관료였던 피오나 힐은 우크라이나가 자체적으로 핵무기 보유를 추구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푸틴이 점점 핵무기들로 우크라이나 같은 국가들을 압박할수록 자국을 지킬 길은 핵무기를 갖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방이 계속 기꺼이 우크라이나에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려고 할지, 아니면 유럽연합에 가입시키는 것을 고려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서방 국가들의 연합 이면에 각국의 입지들이 계속 충돌하고 있고, 각자의 이해와 실리에 따라 연합이 흔들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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