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FOCUS] “출혈경쟁 막아라”…대형건설사, 과도한 입찰보증금 탓 ‘경쟁 입찰’ 손사래
[건설FOCUS] “출혈경쟁 막아라”…대형건설사, 과도한 입찰보증금 탓 ‘경쟁 입찰’ 손사래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2.05.05 08:04
  • 수정 2022.05.0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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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롯데 등 대형건설사, 올해 수주한 도정사업 중 80% 단독 입찰
도정법 제29조4 의거 2회 이상 유찰시 단독 입찰 건설사 시공사로 선정
공사비 5% 규모 입찰보증금, 최근 10% 수준↑…입찰보증금 1000억원 등장
높아진 입찰보증금, ‘경쟁입찰’ 제한 우려…조합원들도 좋은 조건 놓쳐 불리
이촌 한강맨션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촌 한강맨션 전경. [사진=연합뉴스]

최근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통해 재개발 재건축 사업에 대한 시공권을 확보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주요 원자재 가격 인상 등 건축비 상승 압력이 거세지면서 대다수 건설사가 찔러보기식 수주보다는 선별적 수주에 집중하는 등 건설업계 내부적으로 출혈경쟁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시공능력평가(이하 시평) 상위 10대 건설사가 수주한 도시정비사업 중 22곳(컨소시엄 중복 포함)에서 6조9619억원의 수주고를 거뒀다. 이 가운데 19곳 사업장(86.4%)은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다. 쉽게 말해 10대 건설사 중 8곳은 올해 1분기 단독입찰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얘기다.

지난 2017년 7월 개정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29조4에 따르면 조합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조합총회에서 제1항에 따라 경쟁입찰 또는 수의계약(2회 이상 경쟁입찰이 유찰된 경우로 한정)의 방법으로 단독입찰한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에 대하여 시공자로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해놨다. 이에 따라 유찰이 2회 이상 반복되면 입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한 과천주공8·9단지 전경.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한 과천주공8·9단지 전경. [사진=현대건설]

대표적인 곳이 현대건설이 따낸 과천주공 8·9단지 재건축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상반기 재건축 개발 사업 가운데 최대 대어로 손꼽힌다. 두 번에 걸쳐 진행된 시공사 선정 입찰 과정에서 현대건설이 단독 입찰해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권을 거머쥔 것이다. 과천주공 8·9단지는 공사비만 무려 98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막대다. 강남 접근성이 우수해 ‘준강남’으로 불리며, 오랫동안 대형건설사들이 탐냈던 곳이다.

이처럼 사업성이 높았음에도 경쟁 입찰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 수주에 심혈을 기울인 현대건설이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 카드를 꺼내들자 경쟁사들이 입찰에 선뜻 나서길 꺼렸다는 후문이다.

올해도 정비사업에서 도정사업 누적수주액 3조1925억원을 달성하며 3년 연속 ‘3조원 클럽’ 반열에 오른 현대건설은 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앞세워 올해 수주한 모든 사업장에서 수의계약을 이끌어냈다.

현대건설은 올해 초 대구 봉덕1동 우리주택 재개발을 시작으로 대전 유성 장대B구역 재개발과 광주 서구 광천동 재개발 사업, 서울 용산 이촌강촌 리모델링 사업 모두 단독 입찰로 따낸 사업이다. 서울 강동 선사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의 경우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공동 컨소시엄을 통해 수의계약을 맺기도 했다.

서울 강동구 선사현대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선사현대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롯데건설도 마찬가지다. 올해 수주한 사업 가운데 대구 반고개구역 재개발사업(3562억원)과 선사현대아파트(9000억원, 포스코건설 51%‧롯데건설49%)를 제외하고 지난 1월 서울 성동구 성수1구역 재건축 사업(1047억원)을 첫 마수걸이로 따낸 이후 청담 신동아아파트 리모델링사업(630억원), 봉천 1-1구역 재건축 사업(2416억)도 모두 단독 입찰로 거머쥔 것이다.

대형건설사들이 경쟁 입찰이 아닌 단독 입찰을 택한 것은 과도한 입찰보증금 영향이 크다.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해지면서 입찰 경쟁이 거세지자 조합 측에서는 일반적으로 수백억 내지 많게는 1000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전액 현금 납부를 요구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추세다.

입찰보증금은 건설사들이 ‘넣고 보자는’ 입찰 남발을 막기 위한 취지다. 조합이 요구하는 보증금이다. 시공사를 선정하면 탈락한 업체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으며, 시공사로 선정된 업체가 납부한 보증금은 대여금 형식으로 조합 사업비로 쓰여진다.

특정 건설사 입찰을 유도하거나 배제해 결국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된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한강맨션은 GS건설 단독 입찰로 두 차례 유찰돼 수의계약으로 전환한 바 있다. 최근 유찰된 우동3구역 역시 마찬가지다. 입찰보증금 700억원을 전액 현금 납부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형건설사 대부분 입찰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높아진 입찰보증금이 오히려 경쟁입찰을 제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건설사도 수백억원이라는 금액을 현금으로 조달하는 것은 부담이 되는 만큼, 입찰 참여를 주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강맨션 재건축 사업이다. 

지난 1월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조합은 입찰 참여보증금으로 1000억원을 제시했다. 통상 입찰보증금은 예정된 공사비의 10%로 책정하는데 공사비(6224억원)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GS건설은 지난해 거둬들인 영업이익 7512억원의 13.3% 비중인 1000억원을 입찰보증금으로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비사업지에서 1000억원대 입찰보증금이 등장한 건 지난 2019년 말 한남3구역(1500억원), 갈현1구역(1000억원) 이후 2년 만이다.

부산 내 최고 입지라 평가받는 우동3구역 재개발 조감도 [사진출처=우동3구역 조합]
부산 내 최고 입지라 평가받는 우동3구역 재개발 조감도 [사진출처=우동3구역 조합]

지방 이같은 분위기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광주 최대어로 불리는 풍향구역 재개발 구역이 입찰보증금을 무려 700억원을 제시해 논란이 일었으며, 부산 우암2구역 재개발 조합도 300억원을 현금납부토록해 눈길을 끌었다. 중견·주소건설사들은 지방 수주전을 통해서 존재감을 과시해야 하지만 정비사업 과열 열기가 전국단위로 확산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경쟁 입찰 과정에서 조합이 건설사 측에 갈수록 과도한 부담을 요구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대형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내걸면서 중견 건설사가 재건축재개발 정비시장에 도전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견 건설사는 대형 건설사와 달리 자금 여력이 받쳐주지 않다 보니 당장 수백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기가 여의치 않아 경쟁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정비사업장에서 시공권이 해지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보니 입찰보증금이 많지 않았지만, 최근 정비사업 호황이 지속되면서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사업에 뛰어들자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면서 “일부 조합의 경우 사전에 협의가 된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기 위해 보증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입찰 문턱을 높이다 보니 자금 여력이 부족한 건설사들은 도정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사들도 한번 입찰하기 위해 현금 수백억~1000억원 이상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다”며 “입찰보증금이 중소 규모 건설사엔 장벽이 진입 장벽이 높다보니 대형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시공권을 휩쓰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입찰보증금 규모도 커졌지만, 최근 들어 이를 현금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등장하고 있다”면서 “아무리 재무구조가 탄탄한 대형건설사도 1000억원이라는 돈은 사전에 준비해놓지 않으면 선뜻 마련하기 어려운 금액”이라고 언급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조합 역시 엄연한 민간사업자다 보니 자금력을 뒷받침되는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는 것이 안전하므로 입찰보증금에 대해 너무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면서 “다만 찔러보기식 입찰을 막겠다고 지나치게 높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사비의 일정 비율 이하로 상한선을 두거나 전액 현금 납부가 아닌 다른 방식을 택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는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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