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진실을 말하는 것이 범죄인가" 유엔조사관, 어산지 사건의 충격적인 진실을 책으로 출간하다
[WIKI 프리즘] "진실을 말하는 것이 범죄인가" 유엔조사관, 어산지 사건의 충격적인 진실을 책으로 출간하다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2.05.10 05:58
  • 수정 2022.05.1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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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에 관한 유엔 특별조사관 닐스 멜저. [UN 제공]
고문에 관한 유엔 특별조사관 닐스 멜저. [UN 제공]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가 미국으로 송환될지 여부에 관한 영국 내무장관 프리티 파텔의 결정이 이달 중 내려진다. 미국으로 송환되면 어산지는 최고 175년 형을 선고받고 미국에서 경비가 삼엄하기로 제일 악명높은 교도소에서 24시간 독방에 수감될 수 있다.

그는 이미 영국에서 3년 형을 선고받고 영국 최악의 교도소로 알려진 벨마시 교도소에서 거의 독방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10년 위키리크스 사이트에 정부 문서들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어산지에게 18건의 혐의에 대해 기소했다. 그러나 공개된 문서들은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에 관한 것들이었다. 민간인 살해까지 포함된 이 범죄에 아무도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 

대신 미국은 어산지의 이러한 저널리즘 활동을 간첩 활동으로 규명했고, 전 세계 어떤 저널리스트들도 미국의 국가안보에 도전하면 잡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혔다.

어산지를 잡기 위한 미국의 법적 진행 과정이 오랫동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제대로 보도하기 위한 저널리스트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이고, 게다가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서방의 미디어들은 어산지 사건을 크게 중요시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파텔 장관이 결국 미국 송환 명령에 승인할 것으로 보고 있고, 이들 가운데에는 유엔 특별조사관 닐스 멜저가 있다.

법학 교수이기도 한 그는 고문과 관련한 유엔의 전문가 역할을 하고 있는데, 2019년부터 어산지의 처우에 대해 조사하는 일을 맡았다. 

멜저는 자신이 조사한 자세한 내용들을 그의 새 저서 ‘줄리안 어산지의 재판(The Trial of Julian Assange)’에 기술했다. 책에는 미국, 영국, 스웨덴, 에콰도르 정부의 무법 행위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또한 자신들의 비행을 덮기 위한 이들의 가짜뉴스 전파와 중상모략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멜저는 이들이 어산지의 근본적인 권리 뿐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건강도 무단으로 훼손시켰으며, 이를 심리적 고문이라고 했다.

멜저는 영국이 미국을 대신해 어산지를 체포하는 데 엄청난 돈과 인력을 투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어산지를 따라 서방의 범죄를 폭로하려는 이들을 단념시키기 위한 영국 정부의 노력이라고 한다. 

멜저는 저명한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도 자금원으로부터의 보복이 두려워 어산지를 양심수로 규명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엔도 어산지의 권리 침해를 무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러시아, 중국 같은 국가들이 어산지에 대한 정치적 기소를 서방을 공격할 거리로 삼는 것을 꺼려하고 있기 때문인데, 위키리크스의 저널리즘 모델이 정부들의 더 큰 책임과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보고 있다.

멜저는 미국과 영국이 법적 절차를 빙자하며 어산지를 비방하고 제거하기 위한 길을 닦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어산지를 침묵시키는 데 걸림돌이 없게 하기 위해 검찰과 법관들의 공모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어산지의 변호사들이 2018년 자신을 찾아와 어산지의 감금 상황이 고문과도 같다며 도와달라고 했을 때 이를 무시했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사람들의 인식을 조정하는 기술과 정치적 박해를 알아내는 것에 관한 전문가였음에도 당시 세간이 어산지를 악마화한 것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었다고 책에 고백했다. 그는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도 그를 성폭행범, 해커, 스파이, 나르시스트로 보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후에 멜저는 어산지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고, 조사하면서 사사건건 영국 당국의 방해에 부딪히게 됐다. 그러나 조사의 시작과 함께 어산지 사건에 대한 얽힌 실타래가 풀렸다고 한다.

그는 책에서 “나는 강경한 자세로 인해 내 신용뿐 아니라 경력과 신변까지 위험에 놓이게 했다. 내가 고문에 맞서 투쟁하는 데 가장 가까운 동맹이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민주주의 국가들에 맞서 인권과 법을 수호하면서 궁지에 몰렸음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 [DPA=연합뉴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 [DPA=연합뉴스]

어산지를 올가미에 걸리게 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일련의 여러 사건들에는 스웨덴 당국이 수사를 했던 성범죄 사건도 포함돼 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어산지는 미국으로 송환될 것을 우려해 보석 규정을 위반하고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들어가 망명을 추구했다.

7년 동안의 망명 생활 끝에 결국 대사관 건물 밖으로 끌려나와 영국 경찰에 체포됐고, 스웨덴 당국은 결국 수사를 철회했지만, 어산지는 여전히 영국의 교도소에 수감돼 있고, 결국 우려했던 대로 미국 송환에 맞선 끝없는 법적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멜저는 이들의 목적이 어산지의 기소를 빨리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스웨덴이나 미국 쪽에 있어 증거가 불충분한 것이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대신 어산지를 지리하게 계속되는 법적 과정 속에 가두고 가혹한 교도소 환경에 계속 붙잡아 두며 대중들이 그에게 등을 돌리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스웨덴, 영국, 미국이 한결같이 기본적인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아 어산지가 그저 운이 나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멜저는 주장하고 있다. 불편한 반체제 인사에 대한 조직적인 탄압과 입막음, 파괴라는 것이다.

멜저의 관점에서 어산지는 정치 수용수일뿐 아니라 심리적 고문으로 정의되는 무자비한 학대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피해자들이 겁을 먹고, 고립되고, 굴욕을 느끼고, 독단적 결정에 영향을 받을 때 이러한 고문을 당하는 것으로 인정된다. 멜저는 이러한 고문의 결과가 정신과 감정의 파괴 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육체적인 영향도 불러온다고 말하고 있다.

어산지는 폭력적인 성향의 수감자가 아닌데도 영국에서 경비가 삼엄하기로 제일 악명높은 벨마시 교도소 독방에 수감돼 있다. 그의 건강이 악화돼 가고 있는데도 교도소 당국은 어산지의 안전을 명분으로 그를 더욱 고립시키고 있다.

어산지는 체중이 심하게 줄고, 자주 방향감각을 상실하며, 교도소 내에서 뇌졸중도 겪었다. 멜저는 전 세계 고문 사건들을 다뤄온 자신의 오랜 경험으로 볼 때 어산지가 생존을 위해 엄청난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의 송환 재판은 유럽 인권재판소까지 가면서 무기한으로 질질 끌게 될 수 있고, 그러는 동안 어산지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건강은 더욱 악화될 수 있으며, 내부고발자들이나 저널리스트들에 강한 억지 효과를 줄 수 있다. 이것이 어산지를 기소하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라고 멜저는 책에서 주장했다.   

어산지의 정신 건강이 전체적으로 망가지면, 정신과 시설로 보내버릴 수 있고, 그가 죽으면 그를 침묵시키거나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하기 위해 법의 가면을 쓴 이 모든 불편한 상황들이 해결된다고 멜저는 보고 있다.

멜저는 책에 2010년 어산지가 스웨덴에서 성범죄 혐의를 받은 것에 대해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당시 스웨덴의 사법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지적했는데, 이 사건이 어산지에게 성폭행범, 나르시스트, 도망자라는 오명을 뒤집어 씌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이다.

멜저의 유창한 스웨덴어는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에 도움이 됐고, 그는 여기서 주류 언론들이 간과한 것을 밝혀냈다. 스웨덴 검찰은 어산지 사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고, 초기 목격자 진술을 받는 것 이상의 추가 조사를 할 의향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스웨덴 역사상 가장 긴 초동수사가 됐다고 멜저는 언급했다.

2010년 이 사건을 처음 수사한 검사는 범죄가 될만한 혐의가 없다며 즉시 수사를 그만뒀다고 한다. 

2019년 사건이 마침내 종결됐을 때, 사건을 맡은 세 번째 검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추가 조사가 증거에 입각한 상황을 바꿀 것으로 추정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는 어산지를 조사해도 아무런 고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9년 동안의 이 모든 과정들이 결국 법을 빙자한 극이었다는 것이라고 멜저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오랜 시간 동안 주류 언론들은 이것이 신빙성 있는 사건이라는 착각을 이어갔다고 멜저는 꼬집었다. 특히 영국의 가디언은 지속적으로 ‘강간 기소’라는 말을, 심지어 어산지가 이와 관련해 기소된 적이 없는데도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어산지에 대한 의혹은 지속될 수 없는 것이 너무나 확실해서 스웨덴 당국은 이를 심각하게 조사하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멜저는 지적했다. 그렇게 하면 이들의 헛수고가 바로 드러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산지가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 건물 안에서 망명생활을 하는 7년 동안 스웨덴 검찰은 사건 해결을 위해 어산지에게 직접 가거나 원격으로 심문을 하는 등의 일반적인 법적 절차를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으로 송환되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어산지는 계속 대사관 건물 안에 갇혀 있는 생활을 해야만 했다.

멜저는 성폭행 혐의 내러티브는 법정에 가지 않았는데도 영원히 떨쳐지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의적으로 만들어진 극의 결과, 대중들은 어산지가 법의 심판을 피했다며 쉽게 비난할 수 있게 됐다. 

멜저는 스웨덴 당국이 왜 어산지의 명예를 실축시킬 기회를 놓지 않았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추측했다.

소련 연방의 붕괴 이후, 스웨덴 지도자들은 역사적으로 중립을 고수해온 자국의 입지를 버리고 미국과 손을 잡고 테러와의 전쟁에 협력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스웨덴은 신속하게 서방의 안보와 정보 연합에 통합됐다.

어산지는 헌법 상으로 언론인들이 보호받고 있다는 것에 끌려 스웨덴을 위키리크스의 새 본부로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이 때문에 완전히 위험에 빠지게 돼버렸다.

줄리안 어산지 석방 캠페인. [AP=연합뉴스]
줄리안 어산지 석방 캠페인. [AP=연합뉴스]

그는 위키리크스에 이라크전과 아프간전 일지를 위키리크스에 공개하기 위한 준비를 하려고 스웨덴에 있었다. 스웨덴 정부의 입장에서는 위키리크스의 본부가 스웨덴으로 이전하는 것은 명백히 미국과 충돌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것이었다.

멜저는 이것이, ‘S’라고만 불리는 한 여성이 스톡홀름 경찰서의 경찰관에게 입을 열자마자 경찰이 놀라울 정도로 재빨리 검찰에 성폭행 사건 보고를 한 것을 설명해주는 전체 맥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여성 S와 또 다른 여성 ‘A’는 어산지에 대해 어떤 혐의도 만들 의사가 없었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차례로 어산지와 관계를 했다는 것을 알고 그가 HIV 검사를 받기를 원했고, 빨리 검사를 받게 하기 위해 경찰서로 간 것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 수많은 부조리가 있었음을 멜저는 100여 페이지나 되는 분량으로 다뤘다. 여성들의 증언은 녹음되거나, 받아쓰이지도 않았으며, 다른 경찰관에 의해 목격되지도 않았다. 이들의 증언은 그저 요약되기만 했다.

여성들과 가까운 증인들의 증언을 얻는 데 있어서도 같은 결함이 있는 절차들이 있었고, 어산지와 어산지와 가까운 이들에게 질문할 때는 이를 상세히 기록했다고 한다.

어산지가 HIV 검사를 받도록하게 하기 위해 여성들이 경찰서를 찾아갔다는 것은 경찰의 진술 요약본에 빠져 있었다. 또한 S 여성의 증언은 후에 증인 본인 모르게 바뀌었는데, 원래의 문서가 일부 삭제 수정돼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어산지에 관한 성폭행 범죄 신고는 경찰 컴퓨터 시스템에 오후 4시 11분에 기록이 됐다. 이는 처음 S와 경찰의 면담이 있은 11분 뒤였고, 상급 경찰관이 S에게 인터뷰를 하기 시작하기 10분 전이자 이 인터뷰가 끝나기 2시간 반 전이었다. 그리고 오후 5시에 스웨덴 검찰은 경찰로부터 어산지에 대해 두 건의 범죄 보고를 받았다. S의 인터뷰가 끝나기 한참 전이다. 그리고 검찰은 경찰 보고서도 작성되기 전에 S의 동의 서명도 없이 즉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또한 사건 소식은 곧바로 스웨덴 미디어로 흘러들어갔다. 범죄 보고가 들어간지 한 시간 안에 검찰은 미디어에 확인을 시켜줌으로써 수칙을 위반했다. 이 모든 일들이 놀랍도록 빨리 진행된 것이다.

멜저의 책의 주제는 스웨덴, 영국, 미국, 에콰도르 당국이 어산지를 어떻게 다뤘는지에 대한 투명성의 부재이다. 정보 자유의 법 하에서도 증거에 접근할 수 없고, 접근할 수 있다하더라도 크게 수정되고 삭제되거나 일부만 공개될 수 있다. 게다가 공식적으로 알려진 내러티브에 손상이 안 가는 선에서 공개가 가능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4년 동안 어산지의 변호인들은 두 스웨덴 여성들의 문자 메시지의 사본을 얻는 것을 거부당했다. 또한 어산지 체포 영장에 대해 심의할 때 이 메시지들이 스웨덴 법원에 제출되는 것도 거부됐다.

9년이 지나서야 문자 메시지들이 공개됐는데, 여전히 많은 부분이 공개되지 않았다고 멜저는 말한다. 경찰서에서 S가 보낸 12개의 메시지들이 사라졌다. 당시 S는 경찰들이 자신에게 씌우는 내러티브에 불만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개된 여성들의 문자 메시지는 여성들이 자신들이 동의하지 않은 상황으로 강압적으로 몰리고 있다고 느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당국에 맞설 경우 위증으로 기소될 수 있다는 위협에 어쩔 수 없이 상황에 수긍하게 된 것이라고 멜저는 시사했다.

S는 경찰서에 들어간 후에, 친구에게 경찰관이 어산지를 잡는다는 아이디어를 맘에 들어하는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다. 

S는 이후 메시지에 이 고발 상황을 만든 건 경찰이라고 썼다. 그리고 스웨덴 정부가 자신에게 고위급 변호사를 선임해주자, S는 이 변호사가 자신을 골치아픈 상황에서 나가게 해주기를 바란다고 메시지에 말했다.

그 이후에는 “여기에 끼기 싫은데 선택할 수가 없다”고 문자 메시지로 말했다.

멜저는 스웨덴 당국이 비밀의 베일 안에 숨어 있을 수 있는 한 진실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멜저가 보여준 스웨덴의 초동수사의 많은 부조리는 이후 진행된 일들을 이해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하다. 멜저는 당국이 이 사건에서 정의를 추구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수사에 대한 생각과 함께 어산지는 미국과 영국의 조직적인 전쟁 범죄를 밝히는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기록 공개에 박차를 가하는 일에 분투하고 있었다. 그런데 “연루된 정부들은 위키리크스에 의해 자신들에게 몰린 시선을 성공적으로 어산지에게 돌렸다”고 멜저는 말했다. 

사건에 새로 지명된 검사가 어산지를 다시 심문하는 것을 거부한 뒤, 어산지는 스웨덴을 떠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어산지가 런던으로 떠나자마자 인터폴 적색수배령이 내려졌다.

유럽 체포영장이 영국 법원에 의해 곧바로 승인됐지만, 그러한 영장은 경찰이나 검찰이 아닌 송환을 추구하는 국가의 사법 당국에 의해서만 발부될 수 있다는 영국 의회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이었다.

올가미는 어산지뿐 아니라 위키리크스까지 조여갔다. 위키리크스 서버용량에 제한이 가해졌으며, 은행계좌가 막히게 됐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결제를 거부했다.

이 모든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인지한 어산지는 급히 에콰도르 대사관 안으로 들어갔고 에콰도르 정부로부터 정치적 망명을 승인받았다.

스웨덴의 관심이 시들해지자 영국 당국이 사건을 계속 끌고가도록 스웨덴 당국을 강압한 것이 이메일을 통해 보여졌다고 멜저는 말했다. 사건 당사자가 아닌 영국은 배후에서 어산지가 대사관 건물에서 나가 스웨덴에서 조사를 받도록 집요하게 밀어붙였다.

영국 국가공소청(CPS, Crown Prosecution Service)이 스웨덴 당국에 주춤하지 말라고 강하게 말한 것이 이메일을 통해 드러났다.

또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두고 스웨덴 검사는 어산지를 선물에 빗대 “없어도 되지만, 받으면 엄청날 거다”라는 농담을 했다. 

이 검사는 사건을 계속 이어가야 되는지 CPS와 논하면서, “주말을 망쳐 미안하다”고 사과해다고 한다. 

또 다른 이메일에서 CPS의 검사는 이 사건이 그저 또 다른 송환 요청을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어산지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려고 했던 유일한 국가였던 에콰도르도 인기있던 좌파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의 정권이 레닌 모레노 대통령 정권으로 바뀌면서 미국 정부로부터 극심한 외교적 압박과 금전적 지원을 받게 되자 갑자기 태도를 전환했다.  

처음에는 인터넷, 전화 등 어산지와 바깔세계와의 연결을 거의 끊어놓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키우는 고양이를 학대하고 인분을 벽에 칠한다는 비방을 미디어를 통해 퍼뜨렸다.   

그와 동시에 CIA가 대사관의 보안을 맡은 업체와 공모해 어산지와 의사와 변호사를 포함한 그의 면회객들을 정교한 방법으로 감시감청하기 시작했다. 또한 CIA가 어산지를 납치 암살하는 것을 계획했다는 것도 최근 미디어 탐사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결국 2019년 4월 어산지의 망명 지위를 철회하면서 에콰도르 정부는 국제법과 심지어 자국의 법까지 어기고 영국 경찰이 그를 체포하는 것을 도왔다.

그는 건물 밖으로 끌려나오면서 몇 달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말끔하지 못한 그의 모습에 대해 가디언은 이야기 속에 나오는 ‘정신 이상의 난장이 요정’ 같다고 묘사했지만, 사실 어산지는 여러 달 전에 대사관 직원들로부터 면도기 등 위생용품들을 압수당했다고 한다.

또한 어산지의 컴퓨터, 서류 등 개인 물품들이 압류되어, 가족이나 변호인, 심지어 영국 당국도 아닌 미국으로 보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사실과 CIA가 대사관 내에서 어산지와 변호사들의 대화를 감청한 것은 법적 절차를 크게 훼손시킨 것이다. 그러나 법은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멜저는 말하고 있다.

줄리안 어산지 석방 캠페인. [AP=연합뉴스]
줄리안 어산지 석방 캠페인. [AP=연합뉴스]

대신 어산지는 미국 송환을 위한 새 체포영장이 발부된 런던 경찰서로 즉시 넘겨졌다. 

체포 당일 오후 어산지는 변호 준비를 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은 채 약 30분 동안 법정에 섰다.

어산지는 7년 동안 망명 생활을 하며 보석 규정 위반을 한 것으로 50주의 실형을 선고 받고, 지금까지 벨마시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어산지가 보석 규정을 위반한 이유가 미국으로의 정치적 송환을 피하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에는 영국 법원도 미디어도 주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멜저의 책의 나머지 내용은 상당 부분 그가 ‘영국과 미국의 조작 재판’이라고 부르는, 3년 전부터 이어져 온 현재의 재판에 관한 것이다. 

정치적 목적의 송환은 영국과 미국 사이의 송환 조약에서 금지되고 있다. 그러나 어산지에게만큼은 이것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 송환 여부 결정은 매파 내무장관 파텔에게 달려있다.

파텔은 이스라엘 정부 측과 비밀 만남을 가진 것으로 인해 사임한 바가 있다. 또한 망명 추구자들을 르완다로 보내는, 유엔난민협약에 위배되는 현 영국 정부의 가혹한 계획의 배후에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어산지는 미국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멜저는 말하고 있다. 첫째, 전 미국의 두 대통령을 포함 미국의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어산지를 간첩, 테러리스트, 반역자라고 비난해 왔으며, 많은 이들이 어산지가 죽어마땅하다는 것을 시사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둘째는, 어산지가 미국의 첩보 안보 기관의 중심지인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악명높은 스파이 법정에서 방청객과 기자 없이 재판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산지가 자국의 범죄를 폭로한 것에 공감하는 배심원은 없을 것이다. 멜저는 어산지가 독재국가에서 받는 재판과 아주 유사한 비밀 국가안보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미국으로 들어가면 어산지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멜저는 보고 있다. ‘특별행정조치(Special Administrative Measures, SAMs)’ 하에 어산지는 24시간 완전히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며 멜저는 이를 고문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말하고 있다. 

멜저의 책은 그저 한 반체제 인사의 탄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미국 정부가 그동안 첼시 매닝과 에드워드 스노든을 포함한 모든 반체제 인사들을 억압해 온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고 한다.

멜저는 서방 정부들이 정부 시스템에서 일한 내부고발자들만 타겟으로 라는 것이 아니라 민주사회에서 권력자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언론인 등 외부 사람들도 타겟으로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어산지 사건이 아주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멜저는 책을 통해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세상이 바뀐 것을 깨닫게 될 것다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그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범죄가 되면, 우리는 모두 독재 속에 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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