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고대 철기시대의 미스터리를 풀어줄 터키 아나톨리아 암석화
[월드 프리즘] 고대 철기시대의 미스터리를 풀어줄 터키 아나톨리아 암석화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5.15 06:48
  • 수정 2022.05.15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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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터키 지역을 아우르는, 철기시대 아나톨리아 평원을 지배하던 히타이트제국의 수도 하투샤에 있는 야즐르카야 바위사원에 새겨진 부조. 낫 모양 검을 든 12신(神)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사진 = 연합뉴스]
지금의 터키 지역을 아우르는, 철기시대 아나톨리아 평원을 지배하던 히타이트제국의 수도 하투샤에 있는 야즐르카야 바위사원에 새겨진 부조. 낫 모양 검을 든 12신(神)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사진 = 연합뉴스]

기원전 9세기 신앗시리아가 메소포타미아 권역 최대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2017년 터키 아나톨리아 지역에서 고대 신앗시리아 제국(Neo-Assyrian Empire)의 유적이 발견된 적이 있었다. CNN방송은 14일(현지 시각) 이 유적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당시 이 지역 사람들이 숭배하던 신들의 모습이 그려진 암석판을 통해 이 지역을 지배하던 앗시리아 제국이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식민지 종주국의 문화를 일방적으로 강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의 토착문화와 융합하려 애쓴 흔적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터키 남동부 한 저택 지하에 묻혀있던 철기시대 복합단지 내의 고대 그림이 우연히 발견되었었다. 미처 완성되지 못한 이 그림은 고대 이 지역 사람들이 숭배하던 신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이를 통해 당시 이 지역이 여러 문화가 통합된 복합문화였음을 알 수 있다.

이 유적은 2017년 터키 바스뷔크(Başbük) 지역의 2층집 바닥을 파 내려가던 도굴꾼들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었다. 석회암 암반에 새겨진 그림을 품고 있던 이 지하 석실의 길이는 30m에 이른다.

이 도굴꾼들이 당국에 체포된 다음 2018년 고고학 팀이 투입돼 이 지하 복합단지의 중요성과 그림이 새겨진 암석판의 가치를 부식과 추가 훼손으로부터 보존하기 위해 약식으로 긴급 임시 발굴이 진행돼왔다.

발굴의 결과를 담은 학술지 ‘앤티쿼티(Antiquity)’에 따르면 암석판에 새겨진 이 그림들은 신앗시리아 제국(Neo-Assyrian Empire)이 통치하던 기원전 9세기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신앗시리아 제국은 당시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발흥하여 이 지역 최대의 강대국으로 성장했었다.

기원전 600-900년 당시 신앗시리아 제국의 지배는 오늘날 터키의 대부분을 아우르는 서부아시아(Western Asia : 파키스탄 서쪽으로부터 지중해 연안에 이르기까지의 아시아 서부 지역에 대한 통칭)의 광활한 반도인 아나톨리아 평원까지 확장됐다.

“앗시리아 제국이 아나톨리아 평원의 남동부 지배권을 쥐고 있을 당시 통치자들은 앗시리아 스타일의 웅장한 예술을 통해 자신들의 힘을 과시했다.”

터키 앙카라 사회과학 대학 역사학과 셀림 페루 아달리 교수는 성명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발굴된 유적에 그려진 달의 신 신(Sîn)과 폭풍의 신 하다드(Hadad), 그리고 여신 아타르가티스(Atargatis)의 모습 [사진제공 = M. Önal]
발굴된 유적에 그려진 달의 신 신(Sîn)과 폭풍의 신 하다드(Hadad), 그리고 여신 아타르가티스(Atargatis)의 모습 [사진제공 = M. Önal]

복합문화

발굴된 그림들은 이 지역의 문화가 정복에 의해 일방적으로 강요된 것이 아니라 여러 문화가 통합된 복합문화였음을 시사한다. 그림에 그려진 신들은 당시 이 지역의 언어였던 아람어(Aramaic language)로 표기된 이름들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아시리아 스타일로 그려진 이 그림들은 시리아에서 아나톨리아에 이르는 지역에서 숭배되던 종교적 주제를 담고 있다.

“이 유적은 당시 이 지역을 통치하던 신앗시리아의 초기 문화가 앗시리아인과 아람인(Aramean)들 사이에 어떤 식으로 공생관계를 유지했는지를 알려줍니다.”

아달리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발굴된 바스뷔크(Başbük) 암석판은 이 지역을 형성했던 제국들의 본질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이 지역의 전통이 역사적인 예술을 통해 어떤 식으로 구현되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미처 완성되지 못한 이 그림들은 여덟 종류의 신들을 그리고 있다. 그 중 가장 키가 큰 그림은 1.1m에 이른다. 그림에 묘사된 이 지역의 신들에는 달의 신 신(Sîn)과 폭풍의 신 하다드(Hadad), 그리고 여신 아타르가티스(Atargatis)가 포함되어 있으며, 뒷배경으로 태양신과 기타 다른 신들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들에는 시리아-아나톨리아(Syro-Anatolian)인들이 중요하게 여겼던 종교적 상징과 아시리아를 대표하는 요소들이 융합되어 있다고, 아달리 교수는 분석했다.

“이 그림들에 시리아-아나톨리아인들의 종교적 주제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이 지역 문화에 신앗시리아적 요소들이 녹아들었음을 의미하며, 이는 이전의 유적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발견입니다.”

아달리 교수는 “지역적 특성들이 도드라지던 이 지역 상황에서 초기 아시리아적 요소들이 반영되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그림 유적이 발견된 직후 터키 하란대학 고고학과 메흐멧 오날 교수는 “이 지역 신들의 희미한 실체가 드러나면서 나는 폭풍의 신 하다드의 웅장한 얼굴과 생기 넘치는 눈망울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외감으로 몸이 떨렸다”고 흥분했다.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

연구팀은 이 유적에서 기원전 783-811 기간 앗시리아를 통치하던 아다드-니라리 3세(Adad-nirari III) 시대의 관리 무킨 아부아(Mukīn-abūa)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문자도 발견했다. 이를 근거로 고고학자들은 무킨 아부아가 이 지역 관리로 임명되었으며, 이 복합단지를 지역 주민들의 환심을 사는 데 활용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이 건축물은 완성을 보지 못한 상태로 전해짐으로써 당시 건축가들과 예술가들이 작업을 완료하지 못했던 어떤 원인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 어떤 연구자들은 지역 내에 민란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가설도 내놓았다. 

“발견된 암석판은 아시리아 당국을 위해 복무하던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그들은 신아시리아 예술을 지역 문화에 융합시키려 애썼던 사람들입니다.”

아달리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지역 관리들의 감독 하에 종교의식이 이루어지던 장소로 보입니다. 지역 당국과 종교의식의 주최측에 어떤 변화가 생겨 작업이 중단되었을 수도 있고, 정치·군사적 격변으로 인해 작업을 계속 진행할 수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달리 교수는 연구팀 소속의 금석학(金石學) 전문가로 2019년 발굴팀이 촬영한 사진을 통해 이 유적의 글씨들을 해독한 바가 있다.

“나는 유적에 새겨진 아람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신들의 이름을 읽어내려가면서 주체못할 흥분에 휩싸였습니다.”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이 유적지는 붕괴가 우려돼 2018년 발굴된 뒤 폐쇄되었으며, 현재는 터키 문화관광부가 보호하고 있다. 고고학자들은 발굴이 재개되어 추가 글씨나 그림들과 함께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기를 바라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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