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쓰레기 시멘트 오명에도”…쌍용C&E, ‘슬래그시멘트’ 가격 올려 논란
[단독] “쓰레기 시멘트 오명에도”…쌍용C&E, ‘슬래그시멘트’ 가격 올려 논란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2.05.11 15:35
  • 수정 2022.05.1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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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C&E, 슬래그 시멘트가격 인상…1톤 당 ‘7만1900원→8만3000원’ 약 15.4%↑
슬래그시멘트, 초기발열 낮고 내구성 뛰어나…아파트 현장 기초 공사에 사용
슬래그시멘트, 유연탄50%‧폐기물50% 섞여 …유연탄 값 급등에 부연료 ‘폐기물’ 비중↑
폐기물 들어간 시멘트서 1급 발암물질 ‘6가 크롬’ 검출…EU 허용기준보다 2배~4.5배
쌍용양회 C&E관계자 “6가 크롬, 자연서도 충분히 생성 가능…인체 유해할 수준 아냐”
강원도 영월에 있는 쌍용 C&E 시멘트 생산공장. [사진출처=연합뉴스]
강원도 영월에 있는 쌍용 C&E 시멘트 생산공장. [사진출처=연합뉴스]

원자재값 급등 여파로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가 갈수록 비싸지다 보니 과거와는 달리 조금 더 고급스럽고 친환경 건축자재 사용하는 사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입주민의 건강을 위해 친환경 제품을 고집한 아파트 단지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시멘트 업계는 유독 친환경 행보와 멀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연탄 급등을 이유로 연일 시멘트 값 인상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쌍용양회가 1종 시멘트와 함께 슬래그 시멘트 가격 인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쌍용C&E와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달 15일 1종 시멘트를 기존 톤당 7만8800원에서 9만800원, 슬래그 시멘트는 톤당 7만1900원에서 8만3000원으로 15.4% 가량 가격을 올려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인상된 금액은 이달 출하량부터 적용된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지역별 중소 레미콘 업체들의 연합체다. 유진이나 삼표 등 대형 레미콘사는 한국레미콘공업협회 소속인 관계로 별도의 협상을 거쳐야 한다. 다만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 조율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2020년 8월까지만 해도 슬래그시멘트의 톤당 가격은 6만8400원 수준에 불과했으나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로 인한 인건비 부담 가중과 화물차 안전운임제 적용에 따른 운반비 인상, 탄소배출권 비용 증가, 수입 석탄재 환경관리 강화 등을 이유로 그해 9월 중순부터 7만2000원으로 약 7% 가량 올린 바 있다.

유연탄 가격이 톤당 65달러에서 325달러로 1년 6개월 만에 5배가량 치솟으면서 시멘트 제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유연탄에 대한 가격 인상 부담 압박을 견뎌내지 못한 나머지 불가피하게 1종 시멘트와 슬러그 시멘트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쌍용C&E측의 입장이다.

쌍용 C&E 관계자는 “이번에 슬러지 시멘트 값을 8만3000원으로 인상한 것은 유연탄 가격이 2020년 60달러에서 2022년 150달러라는 전제하에 책정한 것”이라며 “지금 유연탄 가격이 300달러로 2배 넘게 높게 형성됐는데도 가격 반영이 되지 않은 등 최소한의 범위에서 가격을 올린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멘트 가격 인상 CG. [사진=연합뉴스]
시멘트 가격 인상 CG. [사진=연합뉴스]

다만 일반인들의 기준에서는 ’슬래그 시멘트‘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다. 쉽게 말해 슬래그 시멘트는 시멘트 핵심 원료인 유연탄과 폐타이어‧폐고무‧폐비닐‧폐유 등 가연성쓰레기를 포함해 제철소 슬래그‧소각재‧분진‧석탄재‧하수슬러지‧각종 공장의 오니(분뇨) 등 각종 비가연성 산업 슬래그(찌꺼기)를 섞어 만든 제품이며, 시멘트의 한 종류로 손꼽힌다. 해당 제품은 아파트 내지 일반 토목건축공사에서 핵심 건자재로 자주 사용된다. 문제는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부산물이나 폐기물이 일부 산업 천연자원을 대체한 원료와 연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폐기물을 대체자원 또는 순환자원이라고 과대 포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멘트 제조 공정에서 순환자원 활용은 고온으로 인해 대부분의 오염물질이 분해되고 2차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며,  시멘트업체들은 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천연자원 보전과 에너지 감축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쌍용 C&E측의 설명이다. 

소성로는 시멘트 핵심자재인 유연탄을 태우면서 석회석과 점토 등을 고온으로 구워 멘트를 만드는 큰 가마다. 소각재나 철강공장 슬러그 등을 대체 원료로 사용하기도 하며,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등이 보조 연료로 사용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슬러그 시멘트 제조공정에 투입되는 유연탄과 슬러그(폐기물) 비중은 50% 대 50%으로 반반씩 섞어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가 발표한 폐플라스틱 통계에 따르면 매년 가정에서 재홀용품으로 분리한 폐플라스틱‧폐비닐 145만톤 가운데 56만톤은 재활용이 안되는 잔재물로 버려진다. 그렇다보니 재활용이 안되는 폐합성수지를 재가공해서 만든 고형연료(SRF) 33만톤 중 일부가 전국 40여 개 시멘트 소성로로 유입되는 실정이다.

국내 한 시멘트 생산 공장. [사진출처=연합뉴스]
국내 한 시멘트 생산 공장에 있는 시멘트 원료들이 소성로 장비를 통해 고온의 온도에서 태워지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주목해야 할 점은 소성로에 들어가는 폐기물 보조 연료 비중은 급속하게 증가하는 반면 시멘트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원료인 유연탄의 사용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가 공개한 폐기물 배출 자료에 따르면 연간 800만톤이 넘는 폐기물이 소성로로 들어간다. 대체원료(63종) 636만톤, 보조 연료(25종)가 170만톤이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소성로에서 투입되는 보조 연료 비중이 매년 가파르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2015~2020년 소성로 대체원료가 534만톤에서 636만톤으로 19%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보조 연료는 104만톤에서 170만톤으로 약 63% 확대됐다. 특히 2019~2020년 1년 새 21% 증가한 것이다. 앞으로도 사용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멘트업계 1위 쌍용양회는 지난해 말 강원도 영월·동해 공장에 폐합성수지 활용 시설 규모를 연간 15만톤에서 70만톤 규모로 확장했다.

다만 건설업계 내부적으로는 공종 특성상 콘크리트 타설과정에서 슬래그 시멘트는 1종 시멘트보다 초기발열이 적고 내구성이 좋아 건설사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슬래그 시멘트의 경우 콘크리트 타설시 초기발열이 적고 장기 강도가 높은 탄소배출량이 적다 보니 건설사들이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면서 “골조공사에는 1종 시멘트가 주로 들어가며, 한꺼번에 많은 콘크리트가 들어가는 기초 공사에 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동안 쉬쉬했던 슬래그 시멘트의 유해성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최근 폐기물을 태워 만든 슬래그 시멘트에서 1급 발암물질 ‘6가 크롬’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금 작업 등에 활용되는 6가 크롬은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유럽에선 시장에 유통되는 시멘트의 6가 크롬 함유량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파트 현장과 시멘트 업체는 이같은 사실을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이 공개한 1급 발암물질 ‘6가 크롬 ’ 검출 수치. [자료=노웅래 의원실]
국립환경과학원이 공개한 1급 발암물질 ‘6가 크롬 ’ 검출 수치. [자료=노웅래 의원실]

지난달 국립환경과학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웅래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국내 주요 시멘트 3개사의 제품의 중금속 함유량을 유럽연합 방식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시멘트를 생산하는 제조업체 가운데 삼표시멘트는 6가 크롬이 1㎏당 9.02mg로 가장 많이 검출됐다. 이는 유럽연합의 법적 허용 기준인 '㎏당 2.00mg'의 4.5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쌍용 C&E가 생산하는 슬래그 시멘트 제품에서도 1㎏당 4.96mg의 6가 크롬이 측정돼 법정 허용치인 2.5배를 초과했다. 유럽에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시멘트 상당수가 유럽에선 불법 제품 취급을 받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정부당국의 관리감독 아래 15년째 시멘트 속 중금속 함유량을 체크하고 있지만 다만 늘 "안전기준을 통과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환경부는 지난 2008년 수립한 '시멘트 소성로 환경관리 개선 계획'에 따라 매달 국내 시멘트 제품 속 6가 크롬이 'kg당 20mg' 이하인지를 점검한다.

시멘트업계와 정부당국에 따르면 시험 방식이 각 국가별로 조금씩 달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가 어렵지만, 우리나라에서 도입한 일본 유럽연합보다 시험 규격 기준이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운 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당국이 국내 기준(KS L 5221)을 적용했을 때 국내 시멘트 제품 속 6가 크롬은 1kg 당 평균 6.76mg가 검출됐으며, 이는 자율협약 기준보다 낮기 때문에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이미 나왔다”면서 “유럽과 국내의 시멘트 중금속 함유량 분석 방식도 크게 다른 데다가 시험 측정 방식이 엄밀히 다른 만큼 일괄적인 잣대로 직접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현장 근로자들이 시멘트 미장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현장 근로자들이 시멘트 미장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쌍용 C&E 관계자 역시 “국가 표준 규격 역시 나라마다 다르듯이 중금속 함유량을 측정하는 방식 역시 유럽연합 방식을 포함해 일본과 우리나라 등 여러가지 방식이 존재하며, 이에 따른 해석 방식도 모두 다르다”면서 “다만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것 자체는 팩트인 만큼 시멘트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검출되는 중금속 함유량을 측정하는 방식을 어떻게 강화할지는 우리 회사를 포함해 시멘트업계와 전반적으로 검토하려고 준비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체 유해와 관련해서는 “슬래그시멘트에 함유된 ‘6가크롬’은 1급 발암물질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석회석 등 자연상태에서도 공공연하게 검출되고 있다”면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미장하시는 분들이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으면 시멘트 독으로 피부발진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아파트에 살고 있는 분들에게 가해지는 피해나 유해성은 전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슬래그시멘트는 슬러지(폐기물)과 유연탄 반반씩 혼재해 원료로 사용되며, 이 원료를 소성로에 투입해 1450~2000도라는 고온의 온도에서 안전연소 되므로 해당 원료는 만들어진 시멘트 안에 갇히면 외부로 유출이 될 수 없는 구조”라며 “재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등이 배출되는 것이 문제이지 구워진 이후 완성품으로 나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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