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역할이 재조명 되고 있는 비동맹운동회의
[월드 프리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역할이 재조명 되고 있는 비동맹운동회의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2.05.13 05:56
  • 수정 2022.05.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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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3세계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사진은 한 국제 회의 모습. /더컨버세이션
당신은 어느 편인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3세계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사진은 한 국제 회의 모습. /더컨버세이션

미국과 EU 등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하게 비판하고 동시에 러시아에 강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국가들이 이 연대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유럽과 북미 권역 이외의 많은 국가들은 러시아를 비난하기를 주저하고 있고, 제재 연합에 끼어들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 2월 무한한 중-러 우호관계를 확인한 이후, 암묵적으로 러시아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침공의 주요 활동 무대로 내주고 있는 벨라루스를 포함한 몇몇 소수 국가들은 대놓고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다.

그 외 다른 국가들은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브라질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은 어느 편에도 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인도도 전쟁에 관여하지 않겠다며 비동맹 정책을 재차 확인했다. 남아공과 파키스탄, 그 밖의 수많은 국가들이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쟁에 대한 이러한 대응들은 신냉전이 구체화됐을 때 소위 이 남방의 국가들이 어떻게 나올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국제 정세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정부들은 직접 위협을 받지 않는 이상 비동맹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실상은 서방 또는 중국과 러시아의 경쟁자들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비동맹은 각 국가들에 있어 강대국들 사이에서 자치권을 보호하고 대가가 큰 선택을 피하는 방법으로 실리적인 전략을 취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경우에 너무나 많은 국가들이 어느 한 편에 서는 것을 거부하면 세계 평화와 안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비동맹의 개념은 1950년대에 나왔다. 미국과 소련으로 갈리는 냉전 연합에 끼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한 지도자 그룹이 이 개념의 선구자로 나섰는데, 인도의 자와할랄 네루, 인도네시아의 아크멧 수카르노, 이집트의 가말 압델 나세르, 가나의 콰메 은크루마, 유고슬라비아의 요시프 브로즈 티토가 여기에 속했다.

이들은 비동맹을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세력에 저항하고 독립을 수호하며 미국과 소련의 충돌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는 방법으로 봤다.

이러한 비동맹 개념은 1961년 ‘비동맹운동회의(Non-Aligned Movement)’의 수립으로 이어졌다. 막연히 조직된 한 단체에 이내 대부분의 국가들이 들어갔다. 반 식민주의, 반 제국주의, 주권 존중, 영토 보존, 불가침, 비개입 등의 핵심 원칙들이 이 단체를 이끌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좌)와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좌)와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 운동은 시작부터 딜레마에 부딪혔다. 강대국이 주권과 영토 보존 같은 핵심 원칙을 어겼을 때, 이 비동맹운동회의 회원국들은 이에 반대하는 편에 서야 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비동맹운동회의의 다양한 회원국들은 때때로 강한 연대를 택했다. 예를 들면, 이들은 로디지아의 식민주의적 법과 나미비아와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는 데 함께 했다. 그러나 강대국의 힘이 더 직접적으로 작용하면, 비동맹 국가들은 어느 한 편에 서는 것에 대한 합의를 하지 못했다.

쿠바나 베트남 같은 국가들의 좌파 지도자들은 비동맹운동회의에 들어갔음에도, 서방의 세력을 신제국주의의 위협으로 보고, 확실하게 소련의 편에 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모로코 같은 보수 성향의 국가들은 계속 미국의 편에 섰다. 많은 국가들이 중립을 추구하고 비동맹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의 동맹을 받아들일지 합의된 기준이 없다.

비동맹운동회의 회원국들 간의 입장차는 이들이 집단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켰다. 심지어 강대국들이 함부로 주권과 자기결정권을 짓밟을 때도 힘을 쓸 수 없었다.

예를 들어, 1979년 비동맹운동회의 회원국들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놓고 분열됐다. 유엔에서 56개국이 소련을 비난하는 표를 던졌지만, 9개국은 소련을 지지했고, 26개국은 기권했다. 이 분열은 비동맹운동회의가 국제 규범을 강화하고 소련의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켰다.

냉전 이후 더 이상 미-소 대결 구도가 존재하지 않으면서 비동맹운동회의의 국제적인 역할의 정의는 희미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비동맹운동회의는 존재하고 있으며, 최근 120개 회원국이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서 출범 60주년을 기념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서 비동맹운동회의는 지금 또 다시 어려움에 직면했다.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남미의 많은 정부들은 서방과 중국, 러시아 양쪽으로부터의 무역과 원조, 투자에 의존하기 때문에 비동맹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러시아에 반대하는 국가들은 에너지 공급 단절의 위험이 있다. 대만과의 충돌에서 중국에 반대하면 그 대가는 더 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안보 문제 때문에 비동맹을 선택할 수도 있다. 정부들은 다양한 공급원을 통해 무기를 들여올 수 있고, 단일 강대 세력에만 의존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인도에게 중요한 요소로 인도는 러시아산 무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정도는 덜하지만 베트남 같은 국가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비동맹은 외교적 문을 항상 열어놓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정부들은 단일 세력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외교적 자치권을 잃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이유로 비동맹은 계속 고수될 것으로 보인다. 비동맹을 택하는 것이 냉전 때보다 지금 더 전략적으로 효과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 1950년대와 달리 지금은 대부분의 국가들이 양 강대국들과 똑같이 강한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동맹은 각각의 국가들에게 실리적인 정책일 수 있으나, 국제안보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영토 정복과 강대국들 간의 전쟁은 과거에나 있던 일이라는 착각에서 깨어나게 만들었고, 이는 비동맹운동회의의 원칙들을 위협하고 있다. 확실하게 어느 한 편을 지지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은 국제 규범과 안보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비동맹 운동 회원국들은 러시아 침공을 비판했지만, 싱가포르만 제재에 동참했고, 그 외 국가들이 이 전쟁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연합에게 부담으로 만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들의 중립적인 태도 덕분에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시킬 수 있고, 폭력과 영토 점령이 용인된다는 것이다. 비동맹운동회의의 중심에 있는 반 제국주의 규범을 지키기 위한 기회를 잃을 수 있고, 때문에 우크라이나 다음 차례는 이들 국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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