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위험 알고도 채굴 강행”…‘중대재해 1호’ 삼표산업, 정도원 회장에 책임 못 묻나?
“붕괴 위험 알고도 채굴 강행”…‘중대재해 1호’ 삼표산업, 정도원 회장에 책임 못 묻나?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2.05.13 08:01
  • 수정 2022.05.13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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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삼표산업 전국 7곳 사업장 특별 근로감독 결과 발표
사업 분야 7곳 사업장 감독 진행…103건 위법 적발
고용부, 사법조치 60건‧안전책임자 송치…과태료 8000만원 부과
이종신 대표 “붕괴 가능성 알고도 생산량 증가 급급해 채굴지시”
은둔형 오너 불린 ‘정도원 회장’…이종신 대표 앞세워 처벌 회피
정도원 회장. [그래픽=김주경 기자]
정도원 회장. [그래픽=김주경 기자]

정부 당국이 중대재해법 수사 1호 대상인 삼표산업의 전체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감독한 모든 사업장의 현장에서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삼표산업 최근에 와서 채석장 붕괴·매몰 사망 사고 전 퇴사 붕괴 조짐을 사전에 인지했고 이종신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사고 직후부터 증거인멸과 허위 진술을 모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삼표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도원 회장 역시 사면초가에 몰린 모습이다. 그룹 전반에 결정권을 가진 오너인 만큼 책임론을 빗겨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발생한 채석장 붕괴사고를 시작으로 잇단 악재에 마주한 정 회장이 이번 위기를 피해갈지 관심이 쏠린다.

고용노동부 지난 1월 29일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토사가 붕괘돼 작업자 3명이 매몰되어 사망한 사고가난 이후 삼표산업에 소속 전국 7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고 12일 밝혔다.

소방당국이 지난 2월 경기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사고 현장에서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방당국이 지난 2월 경기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사고 현장에서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특별감독 조사결과에 따르면 삼표산업은 지난해에 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으며, 올해 들어 또 한 번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등 추가적으로 사고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이번 특별감독 결과에 따라 총 103건의 법 위반사항을 적발해 60건은 사법조치하고 39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8000만원을 부과했으며, 감독을 실시한 7개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들을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와 함께 감독 결과를 본사에 통보해 삼표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전면 재검토해 기업의 안전보건 확보방안을 강구하도록 조치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번에 감독을 진행한 7개 사업장 모두 기본 안전보건조치 위반, 안전보건관리체제 부실 운영한 사실 등이 확인돼 기업 전반적으로 안전보건관리상태가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부 위반 내역을 보면 모든 사업장에서 전체 사망사고 절반을 차지하는 추락사고 관련 안전조치를 위반한 사실이 적발됐으며, 유해·위험 기계·기구를 보유한 제조업체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끼임 및 부딪힘 사고 관련 안전조치 미이행도 9건이나 확인됐다.

사업 특성상 레미콘, 덤프트럭 등 건설기계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를 다수 사용하고 있음에도 관련 안전보건조치가 허술했다. 특히 지난해 삼표산업에서 일어난 중대재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작업계획서 작성 등 특정 안전보건조치는 일부 사업장에서 여전히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6월 포천사업소에서 비산방지망 고정작업 중 상부에서 낙하한 바위에 매몰돼 근로자 1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다른 채석장에서는 붕괴·낙하 위험 시설물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하지 않는 등 위험요인을 외면했다.

김규석 노동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삼표산업과 같이 중대재해 발생 이력을 지닌 기업에서 반복적인 사고가 나는 것은 안전보건조치 강화보다 처벌을 피하기 위한 서류작업 등 형식적 의무이행에 치중한 결과”라며 “실제 현장에서 안전보건조치가 철저히 이행될 수 있도록 경영책임자를 중심으로 현장의 법 준수 여부 등을 철저히 점검하는 동시에 관련 조치를 오는 6월 말까지 완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9일 경기 양주시의 삼표산업 석재 채취장에서 토사가 붕괴하는 작업자들이 매몰돼 소방 당국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29일 경기 양주시의 삼표산업 석재 채취장에서 토사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이 작업자들이 매몰된 곳을 뒤져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이뿐 아니다. 노동부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삼표산업을 이끌고 있는 이종신 대표이사는 양주사업소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생산량 확대를 이유로 위험요인을 알고도 묵인한 채 계속해서 채굴 작업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표산업과 삼표그룹 역시 이종신 대표이사의 진두지휘 아래 중대재해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을 사전에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주 채석장의 불안정한 토사는 사고 이전부터 붕괴될 조짐을 보여왔다. 사고 이전부터 해당 흙더미 위를 오가던 트럭이 약해진 지반을 이기지 못하고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하거나, 비탈면에 금이 가고 사고가 난 지점 인근에서 토사가 무너진 것이다. 이에 양주사업소는 이를 본사에 알렸지만, 삼표산업은 위험 속에서도 설 연휴 첫날인 지난 1월29일에도 작업을 강행한 것이다.

증거 인멸행위를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종신 대표이사는 직원들을 앞세워 사고원인을 조작하려한 것이다.

직원들을 불러 “날씨가 따뜻해져 토사가 무너졌다”고 답변하게 하거나 “무너진 토사 역시 붕괴될 위험성이 큰 ‘슬러지’가 아닌 ‘산림복구용 토사’ 내지 ‘판매용 토사’라고 진술하라”고 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중대재해법은 현장책임자가 아닌 사업주(법인)와 경영책임자(대표이사)의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의무 이행 여부를 따진다. 따라서 이번에 구속영장이 신청된 현장소장 최씨의 진술에 따라서 이종신 대표이사와 정도원 회장에 대한 처벌을 판가름 지을 핵심 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최씨는 여러 가지 현장 증거에도 산업안전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표산업 관계자는 <위키리크스한국>과의 전화통화에서 “해당 사건은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지금 시점에 회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이번에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와 관련 경영진 처벌 여부는 노동부에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는 엄밀히 말하면 설날인 첫날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하다 발생한 사고다. 안전수칙을 어기거나 장기간 작업장 위험을 알고도 모른 척해서 발생한 인재였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삼표그룹 정도원회장 [출처=연합뉴스]
삼표그룹 정도원회장 [출처=연합뉴스]

다만 관련업계나 법조계에서는 삼표그룹 총수인 정도원 회장은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대신 입건됐기 때문이다. 검찰청이 펴낸 중대재해법 벌칙 해설서에 따르면 정도원은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그럼에도 정도원 회장은 입건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법무법인 한 관계자는 “기업집단의 총수 등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나 안전책임자가 아니더라도 개별 사안 별로 오너라는 영향력을 행사해 경영 책임자에게 안전규칙을 어기면서까지 특정업무 집행을 지시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공범 관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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