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러-우크라 전쟁 '나비효과'...수천개 줄폐업 위기에 몰린 영국의 대표적 먹거리 '피시앤칩스' 식당들
[월드 프리즘] 러-우크라 전쟁 '나비효과'...수천개 줄폐업 위기에 몰린 영국의 대표적 먹거리 '피시앤칩스' 식당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5.22 06:45
  • 수정 2022.05.2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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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농산물, 수산물 값이 치솟으면서 전세계 호텔 레스토랑, 음식점들이 비상이다.

영국의 경우 대구와 식용유를 포함한 주요 재료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피시앤칩스 상점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의 국민 음식 피시앤칩스(fish-and-chip) 상점들 수천 곳이 1년 이내에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다고, 21일(현지 시각) CNN 비즈니스가 보도했다.

영국 ‘튀김 생선 협회(National Federation of Fish Friers)’의 앤드류 크룩 회장은 "영국의 약 1만개의 피시앤칩스 레스토랑 중 3분의 1이 앞으로 9개월 안에 문을 닫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위기는 자신이 겪어온 위기 중 최악의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튀김 생선 협회’는 약 1,200곳의 피시앤칩스 레스토랑 주인들이 소속된 단체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자신도 피시앤칩스 가게를 직접 운영하는 크룩 회장은 피시앤칩스 가격이 작년 말부터 오르기 시작했지만 주재료들의 가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말부터 치솟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모든 비용이 오르고 있습니다.”

영국의 피시앤칩스 식당 [사진 = ATI]
영국의 피시앤칩스 식당 [사진 = ATI]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이 악화하면서 산업 전반이 가격 상승 때문에 부심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전통적으로 박한 마진 하에서 장사를 해오던 피시앤칩스 산업은 원재료를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더욱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 피시앤칩스 산업은 원재료인 대구와 해덕(haddock) 물량의 40%까지 러시아산에 의존하며, 튀김용 해바리기 오일은 절반 정도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된다고, 크룩 회장은 말했다.

크룩 회장에 따르면 영국 피시앤칩스 업계가 해바라기 오일 구매에 들이는 비용은 지난 3월 초에 비해 83%가 증가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해바라기 오일의 대체재인 팜오일 가격은 두 배가 뛰었다. 팜오일 세계 최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국내 공급을 위해 지난 달부터 수출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눈 튀어나오게 하는 에너지 비용 상승과 감자 재배에 필요한 비료 가격의 고공행진은 피시앤칩스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피시앤칩스는 영국의 국민 음식 중 하나이다. 피시앤칩스 산업은 1860년대 상점 하나가 최초로 장사를 시작한 이래 영국의 산업화와 함께 공장 노동자들의 먹거리로 등장하면서 급속히 성장하기 시작했다고, ‘튀김 생선 협회’는 밝히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정부가 홍차, 버터, 육류를 배급 품목으로 지정했을 때도 피시앤칩스는 제외되었는데 이는 노동 계급에 피시앤칩스가 얼마나 중요한 음식이었는지를 나타내는 반증이 되기도 했다.

손님들은 싼 가격에 피시앤칩스를 먹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크룩 회장은 말했다. 1년 전 보통의 대구와칩스 평균 가격은 7파운드(한화 약11,000원)였는데, 현재는 21%가 상승해서 8.50파운드(한화 약 13,400원) 정도 한다고 한다.

“피시앤칩스 가격이 너무 비싸 손님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위기에 몰렸습니다. … 가능한 가격 인상을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중이기는 합니다.”

크룩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피시앤칩스 애호가들 일부는 이미 발걸음을 돌린 상태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격이 급등하는 피쉬앤칩스. [AFP=연합]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격이 급등하는 피쉬앤칩스. [AFP=연합]

“매주 금요일이면 내 가게를 찾던 손님들 중 일부가 발길을 끊었습니다.”

한편, 영국 정부가 러시아산 흰살 생선에 혹독한 수입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는 소문 때문에 대체재에 대한 사재기가 늘어 크룩 회장이 거래하는 아이슬란드산 및 노르웨이산 생선들의 가격 또한 상승하고 있다.

현재 아이슬란드산 대구 한 상자의 가격은 270파운드(한화 약 42만5,000원)인데, 작년 이맘때는 140파운드(한화 약 22만7,000원)이었다고, 크룩 회장은 말했다.

피시앤칩스 업계는 수 십 년 이래 최악의 생활비 상승에 내몰린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힘든 과업에 직면해있다. 영국 은행(Bank of England)에 따르면,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월에 7%로 3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올해 말에는 10%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영국 ‘소기업 연합회(Federation of Small Businesses)’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영국의 50만 개 이상의 소규모 업체(전체의 10분의 1에 해당)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내년에 문을 닫거나 규모를 줄이거나 매각할 처지에 있다고 한다.

크룩 회장에게 자신의 사업의 존폐는 개인적인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단순한 생계수단이 아닙니다. 우리 상당수는 가게를 가업으로 물려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2대째 운영 중입니다. 나의 대에 와서 사업을 접을 수는 없습니다.”

영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전쟁의 후폭풍이 거세게 전개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나비효과'로 인해 유럽, 미주는 물론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호텔과 음식점들 수만 곳이 폐업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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