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MAP] ‘둔촌주공’ 표류하나?…시공단 강경책에 조합측 ‘사면초가’
[재건축MAP] ‘둔촌주공’ 표류하나?…시공단 강경책에 조합측 ‘사면초가’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2.05.18 17:19
  • 수정 2022.05.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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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재건축, 지난 4월 15일 0시 기점 전격 공사 중단
시공사업단, 타워크레인 임대료 200억 출혈에 철거 결정
현장 설치된 ‘57대 철거’에 2~3개월 소요‥재설치엔 6개월
사업단, 사업비 대출 7000억원 보증 연장 불가 방침 세워
고심 깊어진 재건축조합 “서울시 발표까지 입장 표명 신중”
<br>서울 한 시내 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본 둔촌주공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주경 기자]<br><br>&nbsp;서울 한 시내 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본 둔촌주공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주경 기자]
서울 한 시내 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본 둔촌주공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주경 기자]

단군 이래 최대 ‘둔촌 주공 재건축’ 사업이 공사가 중단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아직도 사태가 해결할 기미조차 보이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첩첩산중으로 시공단은 이르면 오는 6월 둔촌주공 사업장에 마련된 타워크레인 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최근 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 철거까지 준비 중이며, 둔촌주공조합 내부에서는 기존 조합과 둔촌주공조합 정상화위원회(이하 정상위)가 갈등을 빚는 등 공사 중단 사태가 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오는 6월 초 둔촌주공 사업장에 설치된 총 57개의 타워크레인을 철거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타워크레인 철거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시공단에서는 아직 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고 사전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타워크레인은 고층 건물에 자재를 운반하는 주요 건설 장비 중 하나이며, 설치 또는 철거에만 각각 수개월이 소요될 정도로 고강도 작업이다. 특히 한 번 해체하면 재설치에 최소 6개월이 걸린다. 정비업계에선 타워크레인 철수 자체를 시공단이 초강수를 두는 등 현 조합과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합과 시공단 간 갈등이 예상을 뒤집고 극적으로 해결된다 쳐도 실제로 공사 재개하려면 최소 수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시공단은 타워크레인 1개 당 임대료만 월 2000만~3000만원에 이르는 등 출혈이 심각한 상황이므로 철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세운 상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공사비를 한 푼도 못받고 공사를 진행해왔고 타워크레인 비용 역시 워낙 비싸다보니 사업단이 감당해야 하는 출혈이 너무 큰 데다가 공사도 언제 재개될 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타워크레인을 그대로 두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타워크레인 철거기간 역시 3~4개월이 걸리고 6월부터 철거가 시작되는 만큼 몇 곳 크레인에서 사전 준비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둔촌주공조합 관계자는 “협상과정에서 양측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서울시가 최근 중재에 나선 만큼, 우리 측이 먼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서울시에서 조만간 공식적으로 언급할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그때까지는 입장 표명을 자제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이 지난 11일 오후 3시 둔촌주공 조합정상화 위원회 위원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이 지난 11일 오후 3시 둔촌주공 조합정상화 위원회 위원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공사 재개가 불투명해지자 둔촌주공조합 내에서도 내홍이 깊어지며, 사태 해결에 갈피를 못잡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조합 내에서는 현재 조합을 신뢰하지 못하는 조합원들이 모여 정상위를 결성하고 지난 11일 시공단과 만나 현 상황에 대한 내용을 전달받았고, 현 조합은 "정상위를 믿지 말 것"을 조합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정상위는 지난 13일 조합 측과 면담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정상위는 '공사비 5600억원 증액'에 대한 조합의 공식 입장을 요구했고, 조합은 총회(4월 16일) 결의에 따라 이미 공사비 증액은 무효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둔촌주공은 지난달 15일 전면 중단에 들어간 이후 52% 공정에서 멈춘 채 방치돼 있다. 한 달 이상이 흘렀지만 조합과 시공단은 전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미 9개월가량 공사기간이 늘어난 상황에서 타워크레인 철거까지 겹치면서 공사는 더욱 지연될 전망이다.

문제는 타워크레인 해체보다 시급한 사안이 있다. 빌린 대출금과 이주비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둔촌주공 조합은 재건축 사업을 위해 이주비 대출 1조4000억원, 사업비 대출 7000억원을 받았다. 특히 사업비 대출 7000억원은 시공사업단의 보증으로 진행된 것이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은 오는 8월 만기인 사업비 7000억원에 대한 보증 연장에 불응하기로 했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조합 측이 대주단에 사업비 대출 연장을 요청했고, 이에 대주단은 사업비 대출 연장은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합의한다는 전제하에 이뤄질 수 있다고 얘기한 것으로 안다”면서 “사업단의 입장은 연장에 응해줄 생각이 없으며, 우선 사업단 측에서 변제한 이후 구상권을 청구하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장을 전했다.

만기일이 코 앞이라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이주비가 오는 7월, 사업비는 오는 8월이다. 대출 만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시공사업단이 보증 연장 불가 방침을 세우면서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사면초가에 놓인 상태다.

앞서 조합은 지난 2017년 시공단 연대보증으로 NH농협은행 등 대주단으로부터 7000억원의 사업비 대출을 받았다. 오는 8월 해당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데 시공단이 연대보증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대출이 연장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다만 방법이 없지는 않다. 대출연장이 막혀도 일단 시공단이 대출을 갚은 이후 조합에 해당 금액에 대한 반환을 요구하는 방법도 있다.

15일 0시를 기점으로 공사가 중단된 둔촌주공아파트 단지에는 공사장 내부 인력이 모두 철수한 관계로 오가는 사람 하나 없이 적막감에 휩싸여있다. [사진=김주경 기자]
15일 0시를 기점으로 공사가 중단된 둔촌주공아파트 단지에는 공사장 내부 인력이 모두 철수한 관계로 오가는 사람 하나 없이 적막감에 휩싸여있다. [사진=김주경 기자]

이제 조합 측의 최종 판단만 남은 상태다. 양측이 의견 조율만 잘되면 사업비 대출 연장을 위한 연대 보증은 대출 만기 직전에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사실상 시공단이 타워크레인 해체 착수와 사업비 대출 보증 연장 허용 불가 방침을 내세운 만큼 하루라도 빨리 협상테이블에 앉아 입장 차를 좁히는 것이 조합에 유리하다.

조합 내부에서도 하루빨리 시공단과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과 시공단과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조합 일각에서는 현 조합 집행부를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조합원 수가 6000여명에 달하는 만큼 내부에서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시공단과 둔촌주공재건축 조합은 2020년 6월 시공단과 전임 조합 집행부가 체결한 공사비 증액 계약을 두고 갈등을 겪었다.

전임 집행부가 계약한 공사내용을 보면 세대 수를 1만1106세대에서 1만2032가구로 늘리고, 상가 공사까지 포함하는 조건으로 공사비를 2조6708억원에서 2020년 3조2294억원으로 5586억원 증액한 것이 주요 골자다.

현재 조합 집행부는 지난달 서울동부지법에 전임 조합 집행부가 일반분양가 예상금액을 부풀리고 공사비 증액 의결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공사비 증액 계약에 대한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6일 총회를 열어 문제의 공사비 증액 계약 의결을 취소했다.

반면 시공단은 '당시 계약이 조합 총회 의결을 거쳤고 관할 구청의 인가까지 받은만큼 문제가 없는데 조합이 공사의 근거가 되는 계약을 계속 부정하고 있다'고 맞서오다가 15일 0시부로 공사 현장에서 모든 인력과 장비를 모두 철수하고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5930세대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세대를 짓는 사업으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린다. 당초 다음달 일반 분양에 들어가 내년 8월 입주를 앞두고 있었으나, 지난달 15일 공사가 전면 중단되면서 일반분양과 입주 시기 모두 불투명한 상황이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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