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방한 결산] 한미, 北위협 속 동맹 업그레이드…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합의
[바이든 방한 결산] 한미, 北위협 속 동맹 업그레이드…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합의
  • 강혜원 기자
  • 승인 2022.05.23 05:51
  • 수정 2022.05.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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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방한 첫 삼성전자 방문, 글로벌 위상 확인시키주기도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후 한국을 첫 방문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연설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후 한국을 첫 방문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연설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의 성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한국전쟁으로 맺어진 70년 혈맹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미동맹을 복원·강화하고, 고조되는 북핵·미사일 위협과 변화된 세계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새로 구축하자는데 한미정상이 뜻을 같이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처음 대면한 윤 대통령은 지난 20∼22일 2박 3일간의 방한 기간 내내 밀착하며 친교를 다지고 양국의 깊은 우애를 과시했다.

이를 통해 한미동맹을 말뿐이 아닌 실천하고 행동하는 동맹으로 전환하는 초석을 놓았다는 게 대통령실의 평가다.

윤 대통령 취임 11일 만에 열린 이번 회담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한미정상회담이었다.

한국 대통령이 방미하는 대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첫 회담을 여는, 그것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길에서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들르는 드문 경우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입국 직후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 평택캠퍼스로 달려가며 이례적인 행보의 목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있어 한국의 참여를 요구하려는 것으로 풀이됐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공장 시찰 후 연설에서 "한미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방명록 대신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에 서명하는 장면은 한미동맹의 성격을 기술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됐다.

지난 21일 한미 공동성명에서는 전략적 경제·기술 파트너십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도체, 배터리 등 주요 품목 뿐 아니라 화석 연료, 농축 우라늄 등 에너지 공급망 확보를 위한 한미 공동의 노력을 약속한 것이 골자였다.

윤 대통령은 "경제가 안보, 안보가 곧 경제인 시대"라며 기조 변화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양국 대통령실 사이의 상설 채널인 경제안보대화를 출범하고, 장관급 공급망·산업대화도 신설하는 등 경제안보 협력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 회담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열렸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 동향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징후가 뚜렷한 가운데 두 정상이 회담을 중단하고 합동 지휘에 나서는 '플랜B'까지 마련해두는 등 긴박한 상황 속에 진행됐다.

회담에서 도출된 대북 메시지는 강경하고 단호했다.

한미 정상은 실질적인 확장 억제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안보는 결코 타협할 수 없다는 공동의 인식 아래 강력한 대북 억지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 도발에 맞서 미국의 핵우산 뿐 아니라 다양한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포함해 논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유명무실했던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기로 했고, 한미연합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도 시작하기로 했다.

양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공동의 목표로 설정했다. 지난해 5월 공동성명에 포함했던 '판문점 선언'은 이번 성명에서 제외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길"이라는 표현으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필요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낼 메시지를 묻자 "헬로(Hello·안녕)"라고만 답한 것처럼 이제는 북한이 응답할 차례라는 것이 한미 정상의 인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전 방한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연설을 마친 뒤 정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전 방한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연설을 마친 뒤 정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

미국에 대한 우리 기업인들의 투자와 경제 협력도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면담 후 "2025년까지 5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해 로봇,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에 대한 미국 기업과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날 55억 달러를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설립키로 밝힌 것을 더하면 현대차그룹은 바이든 대통령에 이번 방한길에 총 105억 달러(약 13조 원)짜리 '선물'을 안겨줬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에 감사하다. 이번 투자가 미국에 81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미래 좋은 길을 만들어나가는 데 한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현대차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첫날인 지난 20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거듭 "감사하다"고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내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새로 짓겠다고 발표했다.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약 21조 원)다. 이후 삼성은 11월 신규 공장 부지로 기존 공장과 인접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확정했다.

현대차와 삼성 뿐만이 아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에 앞서 대규모 미국 투자를 결정했다. 203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소재와 바이오 사업에 모두 6조5000억 원을 투입키로 한 것인데, 이 중 상당수가 미국 현지 생산라인 구축에 쓰일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그리고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2025년까지 북미 투자 규모만 17조 원이 넘는다. 이를 통해 합작법인 공장 7개, 단독 공장 4개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될 경우 미국 전체 설비 가운데 이들 3사의 비중은 현재 10.3%에서 2025년 70%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양국 간 태양광 사업 협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지난 21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usiness Roundtable)에 참석, "한·미 국민에게 양질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탄소 발자국이 낮고 투명성이 보장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양국의 경제·기술 동맹을 태양광 분야까지 확대하길 원한다"고 했다.

재계가 미국에 선사한 투자 보따리는 우리에게 어떻게 돌아올까. 무엇보다 한국과 미국이 경제안보동맹으로 나아가며, 경제 및 기술 파트너십을 강화하게 됐다는 것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큰 성과로 꼽힌다.

기후 및 환경이나 반도체, AI, 청정에너지 등과 관련해 미국이 앞서 나가는 부분들에 있어서 우리가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로 간의 기술 협력을 통해서 시장을 넓히고 신산업을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측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 관계를 전통적 안보동맹에서 미래지향적 경제안보동맹으로 한층 격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며 "한‧미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기업 간 반도체, 배터리, 청정에너지 등 핵심분야에서의 기술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상호 호혜적인 번영을 이룩하는 비전을 공유했다"고 평했다.

violet8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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