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미국 송환이냐, 거부냐' 영국 정부 어산지 송환 여부 결정 초읽기... 어산지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
[WIKI 프리즘] '미국 송환이냐, 거부냐' 영국 정부 어산지 송환 여부 결정 초읽기... 어산지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2.05.24 05:45
  • 수정 2022.05.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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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 [DPA=연합뉴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 [DPA=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를 미국으로 송환할지 여부를 결정할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기한은 5월 말로 정해져 있다. 

현재 어산지는 방첩법 위반 등으로 미국으로부터 총 18건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파텔의 송환 결정은 전 세계 저널리스트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송환 권고로 결정한다고 해도 어산지의 사건이 그대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어산지의 변호인들에게는 여전히 이전의 법원 판결들에 대해 항소를 요청할 수 있다. 

지난 3월 14일 영국 대법원의 판결이 있은 뒤, 어산지의 변호인들은 성명을 발표했다. 송환에 반박하는 주장을 파텔 장관에게 제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내용이다.

또한 결정적으로 어산지 측이 이전에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에서 제기한 중요한 문제들과 관련, 고등법원에 신청할 이의제기 절차도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성명은 말했다. 

각각의 사안들에 관한 절차가 착수될 것이라는 예고처럼 들리고 있다.

전 영국 대사 크레이그 머레이는 항소나 상고에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환 조약, 특히 정치적 송환 금지 조항의 잘못된 사용, 유엔 인권위원회의 표현의 자유에 관한 법률 조항 위반, 미국의 방첩법의 잘못된 사용, 위증을 인정한 범죄인으로부터 나온 훼손되고 사주된 증거, 해킹 관련 기소의 근거 부족 등이다.

어산지 사건에 주목하고 있는 미디어들은 왜 어산지 기소가 잘못되었는지 다음과 같이 근거를 토대로 지넉하고 있다. 

어산지의 여러 기소 건 중에는 국방부 컴퓨터 해킹에 첼시 매닝과 공모했다는 혐의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어산지는 매닝으로부터 보도를 위한 자료를 건네받은 것이고, 정보를 부탁하고 정보원에 대한 보호를 제공하는 것은 저널리스트와 정보 제공원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미국의 기소는 정치적인 것이다. 세계적인 주류 언론들이 위키리크스와 직접 협업해 매닝이 유출한 자료들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들은 기소되지 않았다.

미국의 한 판사의 말에 따르면, 어산지는 언론의 자유에 관한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보호받아야 한다.

인터넷 매체 카나리(The Canary)는 아동성범죄자이자 흉악범 증인이 어산지 사건과 관련한 증거를 조작하는 대가로 FBI와 거래를 한 것에 대해 보도했다. 영국 법 하에서는 직접 증거를 위조하거나 공모했다는 것이 드러나면,  이는 기소가 기각될 수 있는 타당한 근거가 된다고 한다.

또한 CIA가 어산지를 납치 암살할 계획을 세웠다는 정황도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어산지 사건은 다른 비슷한 사건들과 연계해서 봐야 한다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다.

영국 정보통신부에서 번역 일을 한 캐서린 건은 2003년 미 NSA의 기밀 문서 하나를 유출했다. 이 문서의 내용은 영국 정보통신부에 특정 유엔 대표들의 대화를 모니터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었다.

이는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미국과 영국을 지지하도록 이들에게 압박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건은 미국과 영국이 이들 대표들과 이들의 국가들을 협박하고 매수하고 위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유출된 문서는 결국 가디언 계열의 온라인 매체 옵저버(The Observer)에 공개됐다. 그 결과 건은 영국의 공직자 비밀엄수법에 의해 기소됐다.

런던 경시청 특수부가 왜 영국 정부를 위해 일하면서 문서를 유출했는지 묻자, 건은 “나는 영국 국민들을 위해 일한다. 나는 정부가 영국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하려고 정보를 모으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법정에서 건의 변호사는 전쟁의 법적 근거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위협했고, 영국 당국은 결국 기소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노동부 장관 클레어 쇼트는 기소를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쟁이 합법적인지 법무부 장관의 제언을 들어야 될 일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건의 경우처럼 어산지 사건도 저널리스트가 정부와 대중, 누구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가가 본질적인 문제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어산지의 변호인들은 송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건의 사건을 예시로 들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공익고발자 다니엘 엘스버그는 건이 한 일에 찬사를 보냈고, 어산지에게도 똑같은 지지를 보냈다.

엘스버그는 1971년 미국의 베트남전 결정의 배경에 관한 정부 비밀 문서를 유출해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에 공개하도록 했었다. 7천 페이지의 이 문서는 ‘펜타곤 문서’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의 어산지 사건처럼 엘스버그는 방첩법 하에 기소됐었다. 그러나 결국 기소는 철회됐다. 당시 대통령이던 리처드 닉슨에 의해 엘스버그의 정신과의사 사무실이 침입 당하고 FBI가 감청을 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어산지 사건에서도 이러한 일이 연관돼 있다. 어산지가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망명 생활을 할 당시 대사관 건물 보안을 맡았던 스페인 보안업체 UC 글로벌이 어산지와 그의 변호인들, 그 밖의 면회객들과 대화하는 것을 감시감청했고, 그렇게 해서 기록한 자료들을 CIA에 보낸 사실이 밝혀졌다.

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고등법원 앞에서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지지자들이 팻말을 든 채 그의 미국 송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런던 고등법원은 영국에서 수감 중인 어산지의 미국 송환 여부에 대해 변호인 측의 상고 허용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그의 미 송환 여부는 영국 대법원에서 최종 결정 나게 됐다. [AP=연합뉴스]
영국 런던 고등법원 앞에서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지지자들이 팻말을 든 채 그의 미국 송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3월, 영국 법원은 탐사보도 저널리스트이자 전 노동당 의원 크리스 뮬린이, 그의 1974년 버밍엄 술집 폭발 사건 취재에 협조한 이들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을 거부한 것에 대해 그가 옳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어산지 사건에서 미국 검찰은 정보원인 첼시 매닝을 보호하려던 어산지의 시도를 매닝과의 공모로 봤다. 그런데 영국 법원은 뮬린이 그의 정보원들을 보호하려고 한 것을 옳다고 판결했다. 더욱이 뮬린은 이것이 언론의 자유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산지 송환 재판에 참여했던 판사 중 한 명인 엠마 아버스낫의 이해 충돌도 여러 언론 보도들을 통해 드러났는데, 그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아버스낫의 남편 제임스가 정보기관과 연관돼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2019년 6월 17일 카나리가 공개했다.

같은 달 카나리는 미국의 기밀 전문 한 건을 포함해 62건의 파일에서 제임스 아버스낫이 언급된 것을 보여주는 위키리크스 데이터베이스의 내용을 공개했다.

2019년 11월 14일 매체 디클래시파이드 UK(Declassified UK)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기관들로부터 엠마 아버스낫이 금전적인 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디클래시파이드 UK는 아버스낫의 아들이 영국 정보통신본부와 MI5에 의해 설립된 회사에 크게 투자한 회사의 부사장이자 사이버보안 자문이라는 것을 폭로했다. 이 회사는 미 국방부 내부고발자 첼시 매닝과 NSA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데이터 유출에 대응해 설립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크트레이스(Darktrace)에도 투자했다고 한다.

2020년 9월 디클래시파이드 UK에 판사 아버스낫의 남편 제임스와 관련한 추가 폭로들이 이어졌는데, 내무장관 파텔이 금전적 수혜자인 어느 우익 싱크탱크와의 관계도 밝혀졌다.

2020년 2월 21일 디클래시파이드 UK는 제임스와 엠마 아버스낫 부부가 두 외무부 협력 기관들의 금전적 수혜자이고, 이 중 한 기관이 위키리크스에 폭로된 적 있다는 것을 밝혔다.

이 모든 정황들을 봤을 때 사건의 처음부터 재판 과정들이 전부 쇼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위에 언급된 문제들 중 하나라도 미국의 송환 요청을 거부하기에 법적으로는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항소를 위해서는 고등법원의 승인이 필요하다. 승인이 나게되면, 어산지에게 희망이 보일 것이다.

궁극적으로 어산지를 위한 변호는 두 근본적인 주장으로 압축될 수 있다. 표현의 자유와 공익에 위배되는 것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권리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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