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높은데 운행량 큰폭 증가…1분기 실적 반납할 수도
치솟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손보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주요 손보사들은 지난 1분기 증권가의 전망치를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시현했지만 2분기가 시작되면서 동시에 손해율이 큰 폭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달 손해율도 높게 기록되고 있는데다가 여름휴가철도 다가오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 펼쳐질 것이란 불안감도 엿보인다.
27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손보업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2.3%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평균치(83.3%)에 비하면 소폭 낮은 수준이지만 전월 대비 증가폭을 보면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3월 기준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 평균은 73.2%다. 한 달 만에 손해율이 무려 9%p 이상 치솟았다는 얘기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곳은 롯데손해보험이다. 올해 3월 63.1%에서 지난달 83.1%로 20%p나 늘었다. 다만 롯데손보 측은 유가상승 및 오미크론 영향 등으로 3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워낙 낮았던 탓에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라 설명했다.
대형사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진 않다. 삼성화재의 3~4월 자동차보험 손해율 갭은 10.5%p(68.5%→79.0%)고, 현대해상도 6.2%p(72.8%→79.0%), DB손해보험 7.5%p(70.5%→78.0%), KB손해보험 9.6%p(68.2%→77.8%), 메리츠화재 6.4%p(70.0%→76.4%) 등으로 집계됐다.
보험사들의 지난 1분기 실적은 업계에 따라 차이가 두드러진 편이었다. 금리 인상에 따라 모든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RBC비율)이 악화된 점은 동일하지만 손보사들의 수익성은 크게 상승한 반면 생보사들은 대체로 감익을 피하지 못했다.
손보사들의 수익성이 상승했던 요인 중 하나는 보험영업부문의 호조였다. 특히 올해 초부터 폭등하기 시작한 유가 영향으로 운행량이 감소한 탓에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줄어든 것이 예상 밖의 결과였다.
대체로 보험사들은 보험영업부문에서 적자를 최소화하고 자산운용(투자영업)부문에서 이를 메꿔왔지만 올해 1분기 일부 보험사들은 보험영업부문에서도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손해율이 높은 자동차영업 부서는 애초에 흑자를 목표로 두지 않고 ‘이 정도 선에서 방어하자’는 걸 목표로 둔다”라며 “자동차영업이 효자 노릇을 한 덕분에 1분기 실적은 확실히 예상 밖이었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4월부터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손해율이 상승하면서 손보사들의 고민은 큰 상황이다.
당장 이달 손해율도 만만치 않은 상황인데다가 유가도 아직 안정되지 않았는데 작년과 큰 차이 없는 수준으로 손해율이 치솟은 점을 감안하면 향후 일시적이나마 100% 가까이 손해율이 오를 수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약속이나 한 듯 1분기가 지나자마자 손해율이 크게 오르고 있다”라며 “유가가 예년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벌써 적응했는지 사고접수가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이번달 손해율도 굉장히 큰 상황”이라며 “다른 손보사들 중에는 벌써 손익분기점(손해율 78~80%)을 넘은 곳도 있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외부활동 규제는 풀렸고 유가가 족쇄”라며 “가격까지 안정기에 접어들면 일시적으로 100%가까이 손해율이 늘어 1분기 결과를 고스란히 반납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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