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갈등 깊어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예루살렘 데이’ 행진에 대한 이스라엘 내부의 시각차
[월드 프리즘] 갈등 깊어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예루살렘 데이’ 행진에 대한 이스라엘 내부의 시각차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6.04 06:50
  • 수정 2022.06.0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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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데이'에 이스라엘 깃발을 들고 행진에 참가한 유대인들 [사진 = 연합뉴스]
'예루살렘 데이'에 이스라엘 깃발을 들고 행진에 참가한 유대인들 [사진 =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의 경우 동예루살렘 시가지에서 치러진 ‘예루살렘 데이’ 행진을 두고 벌어진 충돌 때문에 일부 이스라엘 사람들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3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이 행진은 1967년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것을 기념해 열린 행사였다.

이스라엘 경찰은 7만 명 이상이 ‘예루살렘 데이’ 행진에 참여해 이스라엘 깃발을 들고 화약고와 같은 동예루살렘 거리로 나선 것으로 집계했다. 동예루살렘 거리는 유대인 극렬 민족주의자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CNN 특파원들은 이날 거리에서 행진하던 인파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기자들, 그리고 경찰을 향해 욕을 하고 주먹을 휘두르며 물건들을 집어던지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행진 대열은 어떤 지점에 이르자 “아랍에 죽음을!”이라거나 “아랍놈들은 창녀들의 자식들!”이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셰린도 죽었고 팔레스타인도 죽었다.”라고 외치는 한 참가자의 모습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셰린 아부 아클레(Shireen Abu Akleh)는 지난 5월 초 요르단강 서안지구(West Bank)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취재하다 사망한 알자지라 방송의 여기자였다.

이날 예루살렘 올드시티(Old City)의 좁은 거리는 경찰과 팔레스타인 사람들, 그리고 행진 대열과 팔레스타인 사람들 사이에 충돌이 벌어지면서 아비규환의 일요일을 연출했다. CNN 취재진은 행진 대열이 CNN 취재진을 포함한 언론인들 및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공격하는 폭력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들은 행진을 취재하기 위해 모인 기자들에게 몽둥이와 병을 던지는가 하면 후춧가루 스프레이를 뿌리기도 했다. 또, 한 팔레스타인 노인이 기자들과 행진 대열 사이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휘두르려하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었다.

한편, 논평가들이 이날 행진을 두고 극우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과 유대인 정착민들에 의해 점령된 행사인 반면 대다수 세속적 이스라엘 사람들과 정통 유대인들(ultra-Orthodox Jews)은 관심을 두지 않은 행사였다고 평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일부 정치인들은 이날 행진 참가자들의 행위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의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는 성명을 발표하고 “동예루살렘을 화약고로 만들려는 소수 세력”을 비난한 반면 야이르 라피드 외무장관은 행렬에서 깃발을 휘두른 ‘라 파밀리아(La Familia)’나 ‘레하바(Lehava : 하나님의 불꽃이라는 의미)’ 같은 이스라엘 극우 단체를 거론하며 “이스라엘 국기를 들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런가 하면 이스라엘 공안부 장관 오메르 바를레프는 올드시티의 무슬림 지역을 행진한 행렬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테러리즘에 굴복해 우리 수도에서 우리 국기를 흔들지 못한다면 우리는 하루도 조용히 살 수 없을 것이며, 장차 저들에게 무릎 꿇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일부 시위대가 보인 “추악한 인종주의적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동예루살렘의 구시가지에서 이스라엘 경찰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섬광탄을 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동예루살렘의 구시가지에서 이스라엘 경찰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섬광탄을 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동부 및 서부 지역 모두를 ‘분할할 수 없는 자신들의 수도(undivided capital)’로 간주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제사회는 예루살렘 동부 지역은 점령된 지역이라고 본다. 동예루살렘에는 상당한 정도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들은 자기들이 거주하는 곳이 미래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도가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스라엘 ‘지역 협력부’ 장관이자 이스라엘 정부 내 사상 두 번 째 무슬림 출신 장관인 이사위 프레즈는 페이스북 포스팅을 통해 예루살렘에서 발생한 사건 및 금일의 의사 결정 과정과 관련해 일요일 예정된 정부 회의 참석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깃발 행진 코스를 변경하고 상황을 진정시키려 노력했지만 헛수고였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Knesset)의 미할 로지 의원은, 이스라엘 국기를 젊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향해 마치 무기처럼 휘두른 유대인 청년의 동영상을 트윗에 올렸다.

“이번 깃발 행진이 왜 겁주기(bullying)와 폭력으로 변질됐는지를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블러스 성문(Nablus Gate)에서 찍힌 이 영상이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될 겁니다.”

로지 의원은 예루살렘 올드시티의 성문 중 하나를 언급하며 이렇게 썼다.

“나의 국기는 무기가 아닙니다.”

그런가 하면 영문으로 발간되는 신문 예루살렘 포스트(Jerusalem Post)의 발행인 야콥 카츠는 칼럼을 통해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결론이 있다. : 이스라엘은 인종차별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그 모습이 예루살렘 데이 행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 이스라엘에서 발간되는 히브리어 신문 ‘예디오트 아하로노트(Yedioth Ahronoth)’의 칼럼니스트 나훔 바르니는 이날 행진이 ‘예루살렘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아랍을 증오하는 날’로 탈바꿈시켜 버린 유대인 정착민들과 종교적 시온주의자들에 의해 점령된 행사였다고 비난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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