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1970년대보다 더 혹독한 에너지 위기 닥친다" 경고하는 전문가들
[월드 프리즘] "1970년대보다 더 혹독한 에너지 위기 닥친다" 경고하는 전문가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6.18 06:37
  • 수정 2022.06.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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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분석의 잘못,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 부족 및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벗어난 수요 증가로 전 세계에 1970년대와 80년대 초와 같은 에너지 위기가 닥칠 수 있다."

CNN은 17일(현지 시각) 가솔린과 천연가스에서부터 석탄까지, 세계는 현재 중력 법칙을 무시하는 에너지 가격의 고공행진과 씨름 중인데,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이 시련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보도했다.

CNN의 인터뷰에 응한 미국의 전현직 에너지 전문가들은 수년 동안 에너지 부문에 투자가 적게 이루어져 온 데다가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세계는 1970년대와 80년대 초반의 에너지 위기 수준 또는 그보다 더 심각한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다 오늘날의 시나리오는 원유 공급 부족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심각성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원유에서부터 천연가스, 그리고 전기 공급 문제까지 위기가 중첩되어 벌어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에너지 문제 감시기구인 ‘국제 에너지 기구(IEA : International Energy Agency)’ 사무국장인 파티흐 비롤은 독일의 주간 뉴스 잡지인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현재의 에너지 위기는 1970년대와 80년대의 에너지 위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며, 훨씬 더 오래 지속될 겁니다.”

세계 경제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치솟는 에너지 가격을 그런대로 잘 견뎌왔다. 그러나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로부터 절연(絕緣)을 모색하면서 에너지 가격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계속 오를 수 있다. 여기에다 공급 부족 현상 때문에 유럽은 에너지 배급을 포함한 매우 어려운 선택을 강요당할지도 모른다.

‘국제 에너지 포럼(IEF : International Energy Forum)’의 조 맥모니글 사무국장은 IEA의 이 같은 우울한 예측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국제 에너지 포럼’은 국제에너지기구(IEA) 및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에너지 생산 대국들이 참가하여 생산국과 소비국 간 세계의 에너지 안보에 대해 세계적 견지에서 토의하는 격년제 협의체이다.

“우리는 현재 세계의 정책 입안자들이 이제야 각성하기 시작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일종의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불어닥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퍼펙트 스톰’이란 개별적으로 보면 위력이 크지 않은 태풍 등이 다른 자연현상과 맞물려 발생해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하는 현상으로, 보통 경제 분야에서는 심각한 세계 경제의 위기를 일컫는데 동원된다.

에너지 분야의 과소 투자, 에너지 소비 폭증,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 위기 등 퍼펙트 스톰을 이루는 요소들의 규모는 전방위로 영향을 미치면서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을 위협하고,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고, 사회 불안을 자극하고, 기후 위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지구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IEA 파티흐 비롤 사무국장은 내년 겨울이 오면, 특히 유럽에서, 천연가스의 배급제 실시 및 가솔린과 디젤 공급에서 병목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석하게도 인류가 대비되어있지 않은 위기입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에너지 분야 수석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맥낼리는 이렇게 말했다.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 중일 뿐만 아니라 이상 기후와 심각한 가뭄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도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의 전력 당국은 지난달 미국 일부가 올 여름에 전력 부족과 심지어는 블랙아웃(blackout)을 겪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가 있다.

가솔린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대기 중인 미국 시민들 [사진 = 연합뉴스]
가솔린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대기 중인 미국 시민들 [사진 = 연합뉴스]

“우리의 공포가 실제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에너지 자문역을 역임했던 제이슨 보도프와 하버드 대학의 매건 오설리반은 지난 3월 말 ‘이코노미스’지에 글을 기고하고 세계가 “1970년대 이후 최악의 에너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가 그 글을 쓴 이후 우리가 우려한 공포가 실제로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콜롬비아 기후학교’의 공동 설립자 제이슨 보도프는 CNN에 이렇게 말했다.

물론 오늘날과 1970년대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에너지 가격이 그때만큼 치솟지는 않고 있으며, 정책 입안자들도 가격 통제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 통제나 상한제에 의존한다면 그때는 공급 부족에 시달린다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로버트 맥낼리는 이렇게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서방측은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은 염두에 두지 않았었다.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이 그만큼 막대할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이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일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수출국에다가 석탄의 주요 공급원이다.

그러나 전쟁의 잔혹성이 명백히 드러나면서 이 같은 관망 자세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러자 러시아는 유럽 여러 나라들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방식으로 서방의 제재에 맞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번 주 러시아산 원류 수입을 금년 말이 되면 90%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러시아를 자극해 추가 보복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공방전은 그렇지 않아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국제 에너지 시장에 공급 부족 현상을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 에너지 위기가 얼마나 더 나빠질지 아직은 모릅니다.”

보도프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가솔린 가격은 이미 지난해 대비 52% 급등해 기록을 갱신하면서 사람들의 분노와 인플레이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가정 난방 및 전력 공급의 필수 연료인 천연가스 가격은 미국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이미 거의 세 배가 넘게 인상되었다. 천연가스 가격은 미국에서는 최악의 수준은 벗어나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훨씬 높은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

발트 3국 "러시아 가스 수입 중단" [사진=연합뉴스/로이터]
발트 3국 "러시아 가스 수입 중단" [사진=연합뉴스/로이터]

“푸틴 때문에 에너지 위기 가속화의 한 원인일 뿐”

오늘의 에너지 혼란의 원인을 전부 우크라이나 전쟁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이것은 원유와 천연가스 부문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한 결과로 발생한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원유와 천연가스의 탐사에서부터 생산까지의 비용을 일컫는 업스트림 투자(Upstream investment)는 2021년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5250억 달러에서 23% 떨어진 3410억 달러를 나타냈는데, 이는 2014년의 7000억 달러에 비하면 형편없이 떨어진 수치라고, IEF는 밝히고 있다.

이러한 투자 부족은 투자자들과 정부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클린 에너지 열풍과 화석연료의 불확실한 미래, 그리고 수년 동안 이어진 원유 가격 하락과 가격 급등락 같은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다.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 때문에 탄화수소에 대한 투자 욕구가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로 인해 가격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공급 측면으로 해결하기가 어려워진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글로벌 현물 분야 책임을 맡고 있는 프란시스코 블랑쉬는 이렇게 분석했다.

유럽은 이미 작년부터 에너지 위기와 씨름 중이며, 천연가스와 석탄 및 원유 가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오래전부터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상관없이 위기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푸틴은 여기에 기름을 부은 역할을 한 것뿐입니다.”

로버트 맥낼리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재는 에너지 분야 자문 회사인 ‘라피단 에너지 그룹(Rapidan Energy Group)’의 총재를 맡고 있다.

연료 부족과 천연가스 배급제?

1973년의 석유 파동은 원유 공급 부족, 주유소의 긴 대기 행렬, 그에 따른 공포 같은 모습으로 특징지워졌었다.

전문가들은, 미국보다는 유럽의 상황이 훨씬 더 염려스럽다는 전제를 깔고, 오늘날 그 같은 연료 부족 현상이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다.

“연료 공급 부족은 전 지구적 현상입니다. 어쩌면 미국은 예외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조만간 그런 현상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블랑쉬는 이렇게 예견했다.

그는 미국은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이자 주요 에너지 수출국이기 때문에 이 같은 위기가 미국에 닥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유럽은 수입산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다.

IEA 사무국장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에서 천연가스 배급제가 실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랑쉬는 고공행진 중인 천연가스 가격 때문에 유럽에서는 벌써 문을 닫는 공장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을 특별히 언급했다.

“유럽은 이미 천연가스 배급제 실시 모드에 돌입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EU 27개 회원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부분 금지하는데 합의했다. [사진=연합뉴스]
EU 27개 회원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부분 금지하는데 합의했다. [사진=연합뉴스]

“바로 지금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

에너지 전문가들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정책 입안자들이 기후 위기에 잘못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 과정에서 공급을 줄이는 데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고 화석연료 편향성을 줄이는 데에는 역량을 집중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지향하는 기후 목표에 일치하는 탄화수소 수요를 줄이는 데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이슨 보도프는 이렇게 말했다.

방정식의 한쪽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가격 급등뿐만 아니라 사회적 불안이 야기되고, 대중들의 기후 문제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중이 높은 에너지 가격 때문에 에너지를 바꿔야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면 인류는 멸망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지금 주의를 기울여야할 때입니다.”

IEF의 맥모니글 사무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대중의 인식이 어쩌면 영원히 바뀔지도 모릅니다.”

맥모니글은 각국 정부들이 투자자들에게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이며 세계 경제와 에너지 전환에도 필요한 일이라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정책 입안자들이 투자를 늘리도록 투자자들을 설득한다고 하더라도 공급 확대로 이어지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에너지 위기를 종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물론 이 같은 요소들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그리고 에너지 공급망 위기를 해결한 깜짝 선물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면, 획기적인 외교 노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 러시아 제재가 풀린다면 이는 게임체인저 구실을 할 수 있다.

파티흐 비롤 사무국장은 여기에다 현재의 에너지 위기를 해결할 다른 깜짝 선물로 이란 핵협상과 중국의 경기 침체 심화,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 산유국들의 석유 생산 증대를 꼽았다.

그는 나아가 각국 정부들의 비축유 방출 결정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기록적인 비축유 방출도 가솔린 가격에는 언 발에 오줌누기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

지난 3월 IEA도 세계 각국 정부들이 고속도로에서의 속도 제한 부과, 가능한 지역에서의 주 3일 재택근무, 도시들에서의 차 없는 일요일 등 석유 수요를 줄이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고 최근 논의의 핵심 의제로 떠오르며 세계 에너지 위기를 잠재울 하나의 방향성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세계 경제 침체이다. 바로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는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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