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터키가 나라 이름을 '튀르키예'로 바꾸게 된 사연 보니...
[포커스] 터키가 나라 이름을 '튀르키예'로 바꾸게 된 사연 보니...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6.05 06:37
  • 수정 2022.06.05 0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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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과 국민 여론, 그리고 칠면조(turkey)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UN은 최근 나라 이름을 터키(Turkey)에서 ‘Turkiye’로 바꾸겠다는 터키의 요청을 승인했다. 새로운 국명인 ‘Turkiye’는 한국어로는 ‘튀르키예’ 또는 ‘투르키예’로 발음된다.

이와 관련 ‘튀르키예’의 외무장관 메블뤼트 차우쇼을루는 "새로운 국명이 나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CNN방송은 5일(현지 시각) 터키가 국명을 바꾸게 된 사유를 보도했다.

터키(Turkey)라는 나라 이름은 북미에서는 추수감사절을 상징하는 새인, 대형 조류 칠면조(turkey)와 관련이 있다.

“터키가 나라 이름을 바꾸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칠면조(turkey)와의 연상작용 때문이었습니다.”

이스탄불에서 활동하는 씽크탱크 EDAM의 의장 시난 울젠은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나아가 ‘turkey’라는 용어가 민간에서는 ‘실패’를 의미하는 속어로 사용된 것도 사실입니다.”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레젭 타입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새로운 국호를 ‘터키 민족의 문화, 문명, 그리고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제기구들은 이제부터 새로운 국호를 사용해야 하지만, 일반 대중의 입에 새 국호가 익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울젠 의장은 예견했다.

“세계 사람들이 터키에서 ‘튀르키예’로 바꾸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터키가 국호를 바꾸려고 시도했던 적은 전에도 있었다. 1980년대 중반 투르구트 오잘 총리 시절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그다지 큰 호응은 얻지 못했었다고, 울젠 의장은 말했다.

터키가 이번에 국호를 바꾸게 된 데에는 정치적 배경도 깔려있는 듯하다. 극심한 경제난 속에 내년 6월에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터키 정치의 명운이 걸린 결정적 해에 민족주의 성향 유권자들의 표를 노리는 정부 차원의 또 다른 전략으로 읽힙니다.”

카네기 유럽 싱크탱크의 수석 프로그램 매니저인 프란체스코 시카르디는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국호 변경 이슈가 내년 선거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국호 변경 결정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터키가 지난 20년 이래 최악의 경제난에 허덕이던 지난해 12월 발표되었습니다.”

튀르키예의 레젭 타입 에르도안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튀르키예의 레젭 타입 에르도안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도는 지난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작년에 조사된 여론조사에서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의 지지도는 2018년 총선에서 얻은 42.6%에서 31-33% 언저리로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울젠 의장은 국호 변경이 사전 선거 전략이라기보다는 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브랜드 변경 전략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터키의 무역적자는 전년 동기 대비 98.5% 증가한 61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로이터가 터키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여기에다 터키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73.5%로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분석가들은 대통령이 위기의 순간에 국민의 시선을 내정 문제로부터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포퓰리스트 정책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미 거리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혼란은 터키 정권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새로운 국호는 발등에 떨어진 구체적 문제로부터 국내 여론이 멀어지도록 만들고,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보다 민족적이고 강력한 터키’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는 발판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프란체스코 시카르디는 이렇게 평가했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은 2020년에도 또 다른 포퓰리스트적 행동을 보였는데, 이스탄불을 상징하는 역사적 ‘아야소피아 성당(Hagia Sofia Museum)’을 이슬람 사원으로 바꾸겠다고 칙령을 반포한 것이 그것이었다.

“국가의 정치·경제 문제를 돌파할 구체적 방안을 찾지 못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포퓰리스트 정책에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정치분석가 시렌 콜크마즈는 당시 이런 평가를 글로 발표하기도 했었다.

“대통령이 정적 퇴치를 목표로 터키 민족주의와 이슬람에 호소하고 있다.”

새로운 국호는 1923년 1차 세계 대전의 잿더미에서 국가가 새롭게 탄생하면서 채택된 상징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

시카르디는 “전 세계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되면 터키 역사에서 에르도안의 위치가 공화국 건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투르크 다음으로 공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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