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형도 안심 못해'…보험사들, 임피제 무효 판결에 '좌불안석'
'정년연장형도 안심 못해'…보험사들, 임피제 무효 판결에 '좌불안석'
  • 김수영 기자
  • 승인 2022.06.17 08:37
  • 수정 2022.06.1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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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보험사 대부분 '55~56세 정년연장형' 임피제 채택
대법 판결 정년유지형이라지만 유형은 중요하지 않아
"시행내용, 사실관계 등 현황 따라 다른 결과 나올 수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출처=연합뉴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출처=연합뉴스]

대법원의 임금피크제(이하 임피제) 무효 판결로 보험업계도 직원들의 행보를 예의주시 중이다.

법원의 판단은 정년유지(보장)형에 대한 내용인 만큼 정년연장형을 채택 중인 보험사들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임피제의 유형보다는 전후·사실관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향후 파장이 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기존 정년을 넘긴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 중이다.

상위 각 5개(자산규모 기준) 보험사별로 보면 생명보험사의 경우 삼성생명은 56세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행 중이고 ▲교보생명(55세) ▲한화생명(55세) ▲신한라이프(55세) 등도 비슷하게 적용되고 있다. ▲농협생명은 58세부터 임피제가 적용된다.

손해보험사 또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삼성화재 56세 ▲DB손해보험 56세 ▲현대해상 55세 ▲KB손해보험 55세 ▲메리츠화재 55세로 임피제를 시행 중이다.

임피제는 기존 정년에 도달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년을 보장하는 대신 매년 일정비율로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로, 2015년 말 공공기관에서 선제적으로 도입한 뒤 민간기업으로까지 확산 도입돼 왔다.

노동계에 따르면 국내에서의 임피제는 주로 정년유지형과 정년연장형, 고용연장형으로 구분된다. 정년유지형은 기존 정년이 60세 이상인 곳에서 기존 정년부터 임금을 낮추고, 정년연장형은 기존 정년이 60세 미만인 곳에서 정년을 늘리는 조건으로 임금을 낮추는 형태다.

고용연장형은 정년퇴임 이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지만 임금을 낮추는 식이다. 국내 기업들이 주로 채택하는 것은 정년유지형과 정년연장형으로, 앞선 10개 생·손보사들은 모두 정년연장형 임피제를 적용하고 있다.

[출처=고용노동부]
[출처=고용노동부]

지난달 26일 대법원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노동자가 제기한 임피제 무효소송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적용해 직원의 임금을 깎는 것은 고령자고용법에 위배돼 무효라는 취지로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이 무효라 판단한 것은 ‘정년유지형’ 임피제다. 이에 따라 대부분 정년연장형 임피제를 시행 중인 보험업권에서는 다른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은 정년보장형(유지형) 임피제에 대한 것이고, 저희 뿐 아니라 업계 대부분이 정년연장형을 시행하고 있어 사안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연장형 임피제다. 지난 대법원 판결은 정년이 61세로 고정된 노동자에게 합리적 이유 없이 임피제를 적용해 임금을 삭감한 것은 무효라는 것이다.

대법원이 언급한 ‘합리적 이유’는 ▲정당한 목적 ▲임금삭감에 상응하는 조치(업무경감 등) ▲적정감액 ▲감액제원의 적절 사용 등이다. 이를 통해 구체적 사실관계 등을 따져 연령만을 기준으로 차별했는지 판단해야 하는 만큼 정년보장형이나 정년연장형인지의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상노무법인 차연수 노무사는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기준으로 차별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라며 “회사별로 임피제 도입 및 시행내용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보험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중장년층 비중이 높은 곳이 많아 직원들 사이에서 집단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회사로선 난항이 예상된다.

직원들 사이에서 가중되는 불만도 보험사들을 불안케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임피제를 적용받는 직원들 가운데서는 실질적인 업무경감이 없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구조적으로 희망퇴직이 관례화 돼 있어 임금피크제는 희망퇴직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임피제 적용 시점이 된 직원들은 대부분 희망퇴직 기간 때 퇴사하고, 남는 직원들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부서로 배치되면서 업무부담이 오히려 가중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임피제가 희망퇴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까지도 제기된다.

사무금융노조는 성명을 통해 “임피제 도입 후 일자리 창출효과는 거의 없었고 실질은 인건비 축소와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됐다”라며 “다른 한편으로는 중장년 노동자들의 임금을 단계별로 삭감하며 희망퇴직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라고 전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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