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영국 내무장관 송환 명령 서명, 어산지 끝까지 싸울 것이다
[WIKI 프리즘] 영국 내무장관 송환 명령 서명, 어산지 끝까지 싸울 것이다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2.06.19 05:48
  • 수정 2022.06.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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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줄리안 어산지 [AP=연합뉴스]
영국의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줄리안 어산지 [AP=연합뉴스]

영국 내무장관 프리티 파텔이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의 미국 송환 명령에 서명하자 어산지의 아내이자 변호사인 스텔라 모리스는 18일(현지시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2010년 어산지는 전 미군 정보분석가이자 내부고발자인 첼시 매닝으로부터 이라크와 아프간에서의 미군의 전쟁범죄 기록이 담긴 국방부 기밀 문서를 건네받고 위키리크스 사이트를 통해 폭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방첩법 등 하에 18건의 혐의로 어산지를 기소했다.

어산지의 지지자들은 어산지가 미국의 범죄를 공개해 희생자가 된 반체제 영웅이며, 그의 기소는 정치적 동기에 의한 저널리즘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하고 있다.

영국 내무부는, 어산지 송환에 대해 불공정하고 절차 남용이 아니라고 영국 법원이 결정을 내림에 따라 송환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모리스는 “우리는 싸울 것이다. 우리는 모든 항소의 수단을 이용할 것이다. 어산지가 석방될 때까지,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깨어있는 모든 시간을 쓸 것이다”라며 항소할 뜻을 강하게 밝혔다.

어산지의 동생 가브리엘 쉽튼은 로이터에, 항소에는 이전에 법원들에 제출된 것 이외에 지난 해 폭로된 미국 정부의 어산지 암살 계획 등 새 정보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4일의 기한을 며칠 앞두고 항소를 할 가능성이 있다. 항소에는 이전 법정에는 가져갈 수 없었던 새 정보가 포함될 것이다. 어산지의 변호사들이 어떻게 감시됐으며, CIA 내에서 어떻게 어산지를 납치 암살할 모의를 했는지에 관한 정보이다”라고 말했다.

어산지 납치 암살에 관한 것은 지난 해 9월 야후뉴스의 탐사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어산지가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을 때 미국 정부가 그를 납치하고 암살할 계획을 세웠다는 게 당시 보도됐다.

CIA는 이 보도와 관련해 지금까지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

영국에서의 송환 재판 1심에서는 어산지의 송환을 불허하는 판결이 나왔었다. 심각하게 악화된 정신 건강이 열악한 환경의 미국 교도소에서 그를 자살로 몰고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1심 판결에 대한 미국 정부의 항소가 있었고, 항소와 함께 미국은 어산지의 처우에 신경 쓸 것이며, 모국인 호주의 교도소로 갈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을 포함해 여러 보장을 담은 안을 항소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보장을 내놓지 않고 1심에서 패하고 항소심에서야 보장안을 내놓았으며, 그마저 조건부라는 것에 대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영국 내무부는, 송환에서 공정한 재판, 표현의 자유, 적절한 처우 등 어산지의 인권에 위배되는 점을 영국 법원들이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호주 국적의 어산지는 미국에 의해 기소됐고, 10년 넘게 영국에서 송환에 맞서 싸우고 있다.

파텔의 송환 명령 이후 런던의 고등법원에 항소하기까지 어산지에게 14일의 기한이 주어졌다. 어산지는 이 사건을 영국의 대법원과 유럽 인권재판소에까지 가져갈 수 있다.  

모리스는 “여기서 우리의 길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파텔의 결정을 ‘언론의 자유와 영국 민주주의에게 암흑의 날’이라고 표현했다.

영국 공소청에서 송환 담당을 했던 닉 베이모스는 판결이 고등법원에서 자주 뒤집어진다고 말했다. 어산지는 이 사건이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CIA의 암살 모의 등 새로운 증거를 이용할 수 있는데, 베이모스는 이에 대해 로이터에 어산지에게 진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산지와 지지자들은 그가 권력자들을 당황시켰기 때문에 처벌을 받고 있는 것이며, 미국에서 재판을 받으면 최고 175년 형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사건이 너무 오래 끌어진만큼 종결시켜야 한다고 영국과 미국에 지속적으로 말할 것이라고 했다. 

2010년 위키리크스의 미국과 동맹들의 전쟁범죄 폭로 이후, 스웨덴은 어산지에게 성범죄 혐의를 내리고 영국으로부터 그를 인도받으려고 했다. 어산지는 혐의를 부인하고 궁극적으로는 미국으로 송환될 것을 우려해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추구했다.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7년 동안 망명생활을 한 어산지는 2019년 4월 영국 경찰로부터 강제로 끌려나와 체포됐고, 벨마시 교도소에 수감됐다. 혐의는 스웨덴의 수사가 진행 중인 와중에 보석규정을 위반한 것이었다. 그러나 어산지 체포 직후 스웨덴은 증거 불충분으로 성범죄 수사를 철회했다. 그런데도 영국 당국은 여전히 어산지를 석방시키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어산지는 교도소에 수감된 채 미국 송환에 법적으로 맞서고 있다.

어산지는 에콰도르에서 망명생활을 할 때 모리스와의 사이에서 두 아들을 얻었다. 어산지와 모리스 커플은 우여곡절 끝에 교도소 내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지난 17일 쉽튼은 "파텔의 결정이 위험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며,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기소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영국 정부와 사법부는 부패, 전쟁범죄, 고문과 관련한 증거를 공개하면, 영국은 그 사람을 제3국으로 송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기소를 철회하고, 민주주의의 기능을 하는 데 있어 언론의 역할에 대한 신임을 회복시키는 것이 이제 바이든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어산지의 변호사 제니퍼 로빈슨은 트럼프 행정부 때 내려진 기소를 바이든이 철회해야 한다며, 미국이 표현의 자유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의 무소속 의원 앤드류 위키는 새 총리 앤서니 알바니스에게 미국과 영국에 전화를 걸어 이 ‘광기’를 끝낼 것을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이것이 처음부터 정치적 문제라고 말해왔다. 이제 호주가 핵심 동맹인 영국, 미국 정부에 관여하고 이 문제를 끝낼 때가 됐다고 주장한다”라고 말했다.

어산지의 변호사 그렉 반스는 “송환 사건의 첫 재판이 있은지 2-3년이 지났다. 결국 유럽 인권재판소로 간다면, 몇 년이 더 걸릴 수 있다”며, 어산지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계속 악화되고 있음을 우려했다.

반스는 호주 연방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며, “이 사건에 대해 명심해야 할 두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첫째는 법정에서 판결하지만 법정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결정이다. 둘째는 호주가 어산지를 데려오기 위해 미국 정부와의 관계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20년 전, 관타나모 수용소에 있던 데이비드 힉스를 당시 하워드 정부가 호주로 데려온 것을 봤다. 이는 선례가 없는 것이 아니다. 호주가 워싱턴과의 좋은 관계를 이용해 호주인들의 안전을 확실히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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