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미, 낙태권 통제를 위해 '디지털 개인정보 활용' 우려 확산
[월드 프리즘] 미, 낙태권 통제를 위해 '디지털 개인정보 활용' 우려 확산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2.06.27 05:54
  • 수정 2022.06.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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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대법원 앞에서 시위하는 낙태권 옹호자들. [워싱텅AP=연합뉴스]
연방대법원 앞에서 시위하는 낙태권 옹호자들. [워싱텅AP=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인정하는 50년 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것은 여러 주들이 앞다퉈 낙태를 금지하고 낙태를 범죄화하거나 기존의 낙태 금지법을 더 강화하도록 만들 거라는 예측을 낳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법을 집행하고 낙태에 관여한 사람들을 찾아 처벌하는 데 개인정보 데이터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디지털 권리 전문가들은 낙태에 가장 엄격한 주들에서 사법 당국이 낙태 관련 사건의 수사나 기소를 하는 데 개인의 검색 이력과, 위치 데이터, 메시지, 그 밖의 디지털 정보들을 이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4주 이내에 임신 중단을 할 수 있는 개인의 헌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미국 역사에 기념비적인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지난 24일 뒤집히면서, 앞으로 미국 내 생식보건 시스템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20개 주 이상이 낙태를 금지하는 새로운 법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있기 전부터, 공화당 지배 주인 조지아, 텍사스, 미시시피, 오클라호마 등의 주들이 최근 수 년 동안 낙태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법을 통과시키면서 낙태 규제가 디지털 개인정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 이전 과거에 비하면 현대 사회는 완전히 달라졌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 때문에 사람들은 방대한 양의 개인 데이터를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감시의 굴레에 제발로 들어간 것이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어진 후, 미국인들이 일상에서 이용하는 테크놀로지들이 낙태금지법과 같은 법들을 집행하는 데 어떻게 이용될지, 온라인에서 어떠한 행위가 허용이 되고 안 될지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낙태를 하려는 사람을 돕는 것이 범죄가 되는 주에서는 여성의 생리주기 추적 또는 임신 관련 앱으로부터 수집된 데이터가 이들을 처벌하기 위한 증거로 소환될 수 있다고 버지니아 대학교 법학교수 다니엘 시트론은 말했다. 그는 CNN에 “생리가 있다가 생리가 멈추고 짧은 기간 내에 다시 생리를 한다고 하면, 이는 낙태자 또는 낙태시술 의사의 범죄 증거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권리와 생식의 자유를 옹호하는 단체들은 현재 낙태와 낙태를 돕는 것을 범죄화하는 주들 내의 사람들에게, 온라인에서 낙태 정보를 구할 때 디지털 족적을 남기는 것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하며 경고하고 있다.

생식권리 센터(The Center for Reproductive Rights)의 대표 엘리자베스 스미스는 “우리는 1972년 이전보다 더 감시가 심한 문화에서 살고 있다. 낙태권리가 제한되고, 연방권리가 없는 곳에서 사람들의 신체자율권 행사가 위험에 놓일 것이다. 이러한 결정의 결과로 유색인종과 원주민들이 가장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미 의원들이 광고에 이용되는 데이터가 낙태 시도자들을 기소하는 데 남용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수십 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구글에, 구글이 스마트폰으로부터 위치 데이터를 수집하는 행위가 극우 극단주의자들이 생식보건 시스템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을 탄압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날, 엘리자베스 워런 등이 속한 또 다른 미 의원 단체도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에, 낙태시도자들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애플과 구글의 광고 행위들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들이 보낸 서한에는 “데이터 브로커들은 이미 낙태 제공자를 방문한 사람들의 위치 정보를 돈을 지불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지 팔고 라이센싱을 하고 공유하고 있다. 낙태가 불법인 주의 검찰은 곧 낙태 제공자를 방문한 사람의 위치정보를 얻기 위한 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인들의 개인 데이터의 무단 수집과 판매를 장려하고 용이하게 하는, 온라인 광고를 강화된 감시 시스템으로 바꾸는 데 대한 애플과 구글의 역할을 FTC가 조사해야 한다”라고 쓰여 있다.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있은 이후 미국의 생식보건 시스템에 많은 변화가 있어 왔다. 자가낙태나 온라인 낙태약 구입 등의 선택권이, 특히 저소득자들이나 시골 지역, 직접 낙태 시술을 받는 것이 엄격하게 제한된 주의 사람들에게 점점 늘어났다. 미 FDA는 낙태약을 구하는 환자들이 배송으로 약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직접 약을 구입할 때의 요구사항들을 완화시켰다.

텍사스를 포함한 많은 주들이 원격의료로 약물을 통한 낙태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국가에 있는 온라인 의약품 제공업체들까지 막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유럽의 에이드 액세스(Aid Access)는 낙태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미국의 주들에 있는 사람들에게 약을 배송한다. 

또한 텍사스가 지난 해 9월 대부분의 낙태 행위를 금지한 직후, 온라인 낙태 정보 사이트 플랜 C(Plan C)는 하루 접속자가 500명에서 25,000명으로 늘었었다고 한다. 플랜 C의 설립자 엘리사 웰스는 CNN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 웹사이트의 낙태약 제공 디렉토리로 바로 간다. 많은 이들이 낙태 접근이 엄격한 법의 주들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포드 재단(Ford Foundation)의 시민권 변호사 신시아 콘티-쿡은 낙태를 돕는 것이 불법인 주들에서는 인터넷 검색, 통화 및 문자, 이메일과 금융 거래 등으로 다양한 온라인 행위자들이 조사나 법적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디지털 족적 어느 한 부분이라도 사법권의 먹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콘티-쿡은 CNN에 “낙태와 낙태 관련 행동이 범죄가 되는 한, 이 모든 정보가 완전히 먹잇감이 될 수 있다”며, 사법권은 사람들이 전자기기 상에서 한 모든 것을 조사할 수 있는 감식도구를 갖고 있는데 단, 전자기기가 입수됐을 경우에만이라고 했다. 미국의 법률은 자발적으로 기기를 넘겨주지 않는 한 영장 없이 기기와 데이터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낙태 제한하는 주마다 여러 다양한 법들로 낙태 시도자들의 인터넷 이용을 통제하려고 하고 있다. 스미스는 “텍사스, 오클라호마, 미시시피 같은 주에서는 누군가가 온라인으로 약을 주문하면, 이는 주 법을 어기는 것이다. 이들 주는 원격의료를 금지하고 있고, 낙태약 소지를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키는 주들이 늘어나고 있어, 사람들이 주 법을 따르지 않으면 범죄가 될 위험이 있다”라고 말했다.

일부 입법자들은 효과적으로 주 밖에서 낙태를 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한 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미주리 주의 의원 엘리자베스 콜먼은 미주리 주 주민이 낙태하는 것을 도운 사람이라면, 주 밖의 의사든, 주 밖으로의 이동을 도운 친구든, 심지어 미주리 주 주민의 낙태 시도를 부추기거나 쉽게 하는 웹사이트까지 소송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조항을 밀어붙이고 있다.

또한 미국의 사법권은 ‘지오펜스(geofence, 가상경계) 영장’이라는 것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인터넷 회사들에 특정 시간 특정 경계 지역 내의 기기 목록 제공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러한 영장은 다양한 범죄 수사에 이용되는데, 미국 경찰이 구글에 제출한 지오펜스 영장 발부의 수가 2018년 982건에서 2020년 1만1,554건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에서 이미 낙태 관련 기소에서 검색 이력 데이터가 사용된 판례가 있다. 2018년 래티스 피셔는 자택에서 임신 중절을 한 후 미시시피 대배심에 2급 살인죄로 기소됐는데, 궁극적으로는 기소가 철회됐지만, ‘낙태약 구매’, 또는 자가 낙태에 사용되는 ‘미프진(mifeprisone)’,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 등의 인터넷 검색 결과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됐다.

더 엄격한 법들이 통과되려고 하고 있는 가운데 낙태 옹호 단체들은 디지털 개인정보 보호와 생식보건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안전하게 받는 방법에 관한 정보 공유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디펜스 펀드(The Digital Defense Fund)는 낙태 정보를 찾을 때 디지털 족적을 어떻게 보호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를 만들었다. 트랙킹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글과 소셜미디어 사이트에서 개인 맞춤 광고 옵션을 선택하지 않고, 위치 정보 공유를 끄며, 검색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제3자에게 추적을 허용하지 않는 파이어폭스포커스(Firefox Focus) 등의 브라우저를 이용하는 것 등이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가 삭제되는 메신저 앱을 이용하고, 익명의 인터넷 브라우징 서비스 VPN 같은 것을 이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발자취를 완전히 감추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고, 사법권이 데이터를 손에 넣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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