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식량 비상, 에너지 위기, 흔들리는 동맹...독일 G7 정상회담 앞에 놓인 산적한 난제들
[월드 프리즘] 식량 비상, 에너지 위기, 흔들리는 동맹...독일 G7 정상회담 앞에 놓인 산적한 난제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6.26 06:38
  • 수정 2022.06.26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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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영국 콘월에서 열렸던 G7 정상회의 모습. 우리나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습도 보인다. [사진 = 연합뉴스]
작년 영국 콘월에서 열렸던 G7 정상회의 모습. 우리나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습도 보인다. [사진 = 연합뉴스]

러시아의 유크라이나 침공 이후 식량,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동맹이 흔들리는 등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독일 슐로스 엘마우에서 26~27일(현지시간) '2022 G7 정상회담'이 열린다.

CNN방송 웹사이트는 25일(현지 시각) 이와 관련, 외교 전문 에디터 닉 로버트슨(Nic Robertson)의 칼럼을 게재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1년 사이 참 많은 것이 달라졌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몇몇 나라들이 어마어마한 난제들을 목전에 두고 독일에서 G7 정상회담을 여는데, 이 문제들 중 일부는 이들 정상들이 12개월 전에 만났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내용들이다.

작년 영국 콘월 지방 카비스 베이(Carbis Bay)의 코니쉬 리조트에서 G7 정상들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초로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났을 때는 낙관론이 대세를 이루었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코로나19를 물리치고 세계를 더 뛰어나게 재건하자(beat Covid-19 and build back better)”고 강조하면서 “경제를 되살리고 지구를 보호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하자”고 외쳤었다.

그러나 그 이후 지구촌에서 벌어진 사건들이 그들의 노력을 무색하게 함으로써 금년에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들 앞에 놓인 가장 대규모의 단일한 먹구름이지만 또 다른 먹구름들도 서서히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캐나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유럽연합, 그리고 주최국인 독일 정상들은 바이에른주의 외딴 곳에 위치한 슐로스 엘마우(Schloss Elmau)라는 호화로운 휴양지에서 만난다.

평화로운 계곡에 자리 잡은 온천 휴양지 슐로스 엘마우는 평소에는 부유한 여행객들이 잠시 세상사의 시름을 잊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휴양지에서도 지평선에 몰려드는 난제들을 앞에 둔 정상들은 평화로울 수가 없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관리들은 핵전쟁의 아마겟돈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흘리고 있고, 중국은 점점 더 독단적이 되어 가고 있으며, 글로벌 식량 위기가 형성되고 있고, 유가는 치솟고, 글로벌 경기 침체와 생활비 위기라는 암운도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기후 변화 문제 해결의 서광 또한 암초를 만나고 있고, 공급망 위기는 팬데믹 이후 정상 복귀라는 희망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난제들만으로는 부족한 듯 작년 G7 회의의 주최국인 영국은 EU와 맺은 브렉시트(Brexit) 합의사항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영국은 나아가 스스로 구축하려 애써온 세계 질서가 흔들리고, 이미 비틀거리고 있는 G7의 효용이 약화될 수 있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망명을 신청한 난민들을 르완다로 되돌려보내기로 해 논란을 야기하고도 있다.

G7 정상들은 러시아의 유례 없는 침략에 맞서 단결한 것을 작년 카비스 베이의 약속을 지킨 것으로 어느 정도 성과로 여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가오는 위기의 규모는 그 성과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목전에 드리운 폭풍의 책임을 전적으로 푸틴에게만 지울수는 없지만 그가 저지른 부당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재 조성 중인 많은 위기들과 불가분의 관련을 맺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난제는 줄어들었을 것이고, 해결도 보다 쉬웠을 것이며, 충격도 치명적인 수준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곡물가격과 원유가격이 뛰면서 전세계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13일 우크라이나 루간스크에서 밀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곡물가격과 원유가격이 뛰면서 전세계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13일 우크라이나 루간스크에서 밀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식량 위기

글로벌 식량 위기는 목전에 놓인 난제의 대표적 사례이다. 식량 문제는 부분적으로는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공급망 문제 탓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밀을 탈취하고 흑해의 운송을 봉쇄해서 우크라이나의 밀을 비롯한 농산물들이 국제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결정적 이유이다.

UN의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일반적으로 밀 생산량의 40%를 해외에 수출한다. UN 식량농업기구(FAO)는 우크라이나가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16%, 해바라기 기름의 40% 이상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국제 NGO 단체인 ‘국제구호협회(IRC)’는 최근 우크라이나 곡물과 밀 수출의 98%가 여전히 봉쇄 상태에 있다며 “전 세계 식량 가격이 41%나 치솟았고 추가로 4700만 명이 금년에 극심한 기아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밀과 곡물은 리비아, 레바논, 예멘, 소말리아, 케냐, 에리트레아, 에티오피아와 같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로 수출되어왔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G7은 푸틴이 자신의 전쟁 목표를 일부 철회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갈등을 끝내거나 우크라이나 정부가 돈바스 지역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하는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푸틴이 이런 식으로 태도를 누그러뜨릴 것이라는 징조는 아무 데서도 찾아볼 수 없다.

20일 독일 풀하임의 니데라우스 화력발전소 냉각탑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량 감소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며 석탄발전을 늘리고 있다. [AP=연합뉴스]
20일 독일 풀하임의 니데라우스 화력발전소 냉각탑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량 감소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며 석탄발전을 늘리고 있다. [AP=연합뉴스]

글로벌 기후 문제 해결을 위협하는 에너지 위기

석유 생산량이 팬데믹 이후의 소비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유가 상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또 다른 부산물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G7이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러시아의 OPEC+ 파트너들을 설득해서 푸틴에게 등을 돌리고 석유 생산량을 늘리도록 해야 한다.

7월 중순으로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제다 방문과 지난 3월에 있었던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의 리야드 방문은 G7이 석유 증산에 대해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아직 확실한 보장은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고유가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나라 중 하나이다. 이 국가들의 이득은 시장에 식품을 공급하는 돈 때문에 쩔쩔매는 국가들의 수십억 인구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작년 G7의 주제는 탄소 중립(net zero)과 팬데믹으로부터의 녹색 회복(green pandemic recovery)에 관한 것이었지만, 올해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은 도리어 기후 위기의 주범인 석탄 발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번 G7 개최국인 독일은 러시아가 자국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줄이고 우려한 대로 에너지를 무기화하자 위기 상황에 돌입해 있다. 그 결과 독일은 석탄 발전소를 더 많이 가동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독일이 애초 목표보다 8년 빠른 2030년까지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한 작년 11월의 약속에서 유턴한 것이다. 나아가 독일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5년 안에 전력 부문을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려는 계획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의 존슨 총리는 작년에 세계는 이제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강조한 바가 있는데, 이번 주에는 영국이 철강 제조를 위해 화석 연료를 다시 채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겨울을 앞두고 기존 석탄 발전소를 추가로 폐쇄하려는 계획을 연기할 예정이다. 

그리고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가 치솟자 연료에 대한 세금 면제를 제안하고 있다.

경제적 압력

G7 정상들은 작년 카비스 베이에서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부르짖었을 때는 팬데믹 이전으로의 정상적 복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이번 여름에 유럽을 비롯한 세계 전역에서 항공편이 취소되고 여행 부문이 혼란에 빠진 것은 빠른 회복을 저지하는 문제들에 있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런가 하면 ‘제로 코로나’ 전략을 고수하는 중국의 전략은 자국의 경제 회복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봉쇄조치 때문에 공장이 정상 가동되지 않고 최악의 경우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G7 국가들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새로운 포스트 코로나 규범에 맞춰 변화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G7 국가들은 물론이고 더 많은 나라들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중앙은행이 대출 금리를 인상하며, 글로벌 경제 둔화 가능성이 작년보다 올해 훨씬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는 미국의 경기 침체는 “필연적(inevitable)”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산적한 난제는 2008년의 세계 경기 침체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켜켜이 쌓여 있다.

2008년 당시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모여서 경제 붕괴를 막았지만 지정학적 충격은 수년간 계속되었었다.

당시 일어났던 ‘아랍의 봄(Arab Spring)’은 경제적 고통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신호탄이었다. 2010년 12월 튀니지의 가난한 거리 상인 모하메드 부아지지는 분신자살을 하면서 중동 전역에 격정의 불길을 쏘아 올리는 역할을 했다. 중동에서는 그 다음 해 일부 안정을 찾기 전까지 시위대가 거리를 점령하면서 두 나라의 정부가 무너지고 더 많은 정부들이 흔들렸었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 위기가 더 큰 불안의 촉매제 역할을 하리라는 점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스리랑카에서는 경제적 혼란 때문에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또 파키스탄과 페루에서도 물가 상승은 대중의 불만을 촉발하고 있다.

푸틴과 시진핑 [사진 = 연합뉴스]
푸틴과 시진핑 [사진 = 연합뉴스]

흔들리는 동맹을 파고드는 푸틴

G7 지도자들이 위기를 방지하려는 노력은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조장하고 있는 세계적인 균열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

푸틴의 군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불과 몇 주 전에 그는 중국에 가서 시진핑 주석을 만났었다. 두 사람은 더 깊게 협력할 것을 약속했으며, G7 및 기타 국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은 그 약속을 배가하고 대만의 미래에 대해 더욱 독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여기에다 자금이 넉넉한 다른 두 글로벌 위기 소방관인 UN과 G20의 합치도 흔들리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투표는 거부권을 행사하는 러시아와 중국 때문에 푸틴의 침공을 한목소리로 비난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미국은 러시아가 참석한다면 올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고 영국도 이에 동조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러시아를 비난하는 것을 거부했으며, 중-러 양국은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인 G7 국가들의 기득권에 대해 호전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러는 개발도상국의 문제가 자신들보다는 G7 국가에 먼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대부분의 난민들은 중-러보다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해줄 선진국으로 가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러시아와 관계가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G7 국가들은 단결의 끈을 놓지는 않고 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그 어떤 G7 정상보다 푸틴 대통령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러시아가 “굴욕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반면 바이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촉발했다”고 비난했으며, 그의 방위 참모인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푸틴이 “약해져야 한다(weakened)”고 말했다.

분명한 점은 이번 G7에 어느 때보다 많은 기대가 실려 있다는 사실이다. 성공은 위기를 막는 것이 아니라 완화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패는 바로 푸틴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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