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낙태 판결 번복이 가져온 미국의 분열... 전문가들 "대혼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월드 프리즘] 낙태 판결 번복이 가져온 미국의 분열... 전문가들 "대혼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2.06.30 05:55
  • 수정 2022.06.3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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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권 옹호자들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州)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전날 연방대법원의 ‘로 대(對) 웨이드(Roe vs. Wade)’ 판결 폐기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낙태권 옹호자들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州)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전날 연방대법원의 ‘로 대(對) 웨이드(Roe vs. Wade)’ 판결 폐기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 연방대법원이 최근 낙태의 헌법적 권리를 지지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다.

연방대법원은 돕스 대 잭슨 여성건강기구의 재판에서 6 대 3으로 “헌법에는 낙태에 대한 언급이 없다. 어떤 헌법 조항도 그러한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라고 판결했다.

낙태법 문제는 이제 각각의 주로 넘어갔다. 그러나 미국에서 낙태와 관련한 논쟁의 해결보다, 낙태 재판이 더 늘어나고 법이 더 강화되는 것을 보게 될 것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낙태 반대자들의 목적이 미 전역에서 낙태를 금지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로 대 웨이드 사건 판결 번복은 시작일 뿐이라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처음 판결이 난 49년 전부터 지금까지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생식권에 대한 반대자들의 공격을 받으며, 계속되는 법적 도전에도 생존해왔고, 연방대법원에서 여러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재확인이 돼왔다.   

정치적인 논란과 양극화를 일으키는 공화당 정치인들의 수사법에도 불구하고, 2021년 설문조사에서 미국인의 80%가 낙태를 전적으로 또는 대부분의 경우에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적어도 60%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지지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방대법관의 세 공석을 채울 수 있게 되자, 보수성향의 대법관들이 6 대 3으로 절대적인 수를 차지하게 됐다. 

따라서 로 대 웨이드 판례의 끝은 필연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 판결이 점차 소멸될지 단번에 뒤집힐 것인지가 문제였다.

대법원 판결 항의 시위. AP= 연합뉴스
대법원 판결 항의 시위. AP= 연합뉴스

지난 5월 초, 연방대법원의 사무엘 알리토 판사의 주요 판결에 관한 원고가 유출됐고, 이로 인해 과거 판결이 번복될 것이라고 대중들은 확신했다. 그리고 연방대법원 건물과 보수 판사들의 집 주변에서 낙태권 지지자들의 시위가 일어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여성들의 선택할 권리는 근본적인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그의 행정부는 여러 달 전부터 낙태권 지지자들을 만나왔지만, 대통령도 의회 민주당 의원들도 과거 판례를 지키기 위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5월 중반 낙태법 성문화를 추구한 여성 건강보호법이 상원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민주당이 하원에서 의석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필리버스터 없이 법안 통과를 위한 전체 의석 수에는 부족하다. 이는 바이든 임기 동안의 민주당의 의제를 방해해 온 요인이기도 하다. 

바이든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번복되면 생식권에 대한 행정명령을 내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새로운 낙태 기조가 낳을 일부 결과를 벌충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견되고 있다. 

판결 원고가 유출된 며칠 뒤 공화당 의원들이 반낙태 단체 지도자들과 만나 전국적인 낙태 금지에 대해 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움직임은 낙태를 둘러싼 투쟁을 국가 전체 차원으로 바꾸는 것이고, 낙태를 2024년 대선의 중심에 놓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의 번복으로 낙태법이 각 주에 따라 다른, 조각난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13개 주는 이미 로 판결이 번복되면 낙태를 범죄화하겠다는 법제화에 시동을 걸어왔다. 여기에 추가로 10개 주가 빠르게 금지로 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낙태를 반대하는 주들은 이전보다 더 극단적으로 법적 구멍을 어떻게 막을지에 대해 이미 논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수정 단계부터 포함한 낙태 금지에 더해, 많은 새로운 법이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의 중단도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게다가 임신부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낙태를 허용하는 조항은 거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좁게 정의되고 있다.

오클라호마 주에서는 한 공화당 의원이 임신부가 위험해지는 자궁 외 임신의 경우 낙태를 금지하지 않는 법을 제안했다.

루이지애나 주의 공화당 의원들은 낙태 환자들을 살인죄로 기소하는 것에 대한 표현을 놓고 논의 중이라고 한다.

낙태 반대자들 또한 주 밖에서 낙태 재공자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방법에 대해 전략을 세우고 있다. 다른 주로의 이동을 금하거나 낙태 제공자나 지지 네트워크에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 등이다.

19개 주가 이미 낙태 케어에 대한 조항을 금하고, 낙태 반대자들은 특히 온라인을 통해 낙태 약물을 공급받는 것이 제한되고 범죄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전미 생명권리위원회(The National Right to Life Committee)는 자가 낙태에 관한 정보를 전화나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것을 불법화하기 위한 법조항 모델을 만들었다. 이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수정헌법 조항을 제대로 타겟으로 하는 것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생식권 지지자들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히자 충격에 휩싸였다. 

동부와 서부 해안에 주로 위치한 16개 주와 워싱턴 D.C.는 낙태권리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낙태 제공자들과 환자들을 주 밖의 소송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법을 통과시켰다. 뉴욕 주는 자체적으로 낙태 피난처가 될 수 있는 법을 통과시켰다.

낙태 지지자들은 낙태를 위해 다른 주로의 이동을 범죄화하는 법들에 제동을 걸도록 백악관을 압박하고 있다. 

한 유대교 회당은 플로리다 주를 고소했다. 이 주의 낙태 금지가 수정헌법에서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이유다.

이처럼 낙태권에 대한 정치적 법적 투쟁이 미국 전역에서 일어날 태세이며 그 끝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보다 낙태 환자들이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가장 엄격한 낙태 금지법이 시행되고 낙태에의 접근이 막힌 남부와 중서부 주들이 미국의 광할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가임기 미국 여성의 약 절반이 낙태가 금지됐거나 금지될 이들 주에 살고 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의 번복은 미국 전역의 낙태 시술의원의 4분의 1 이상을 문닫게 만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나머지 의원들은 집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나온 환자들에게 분초를 다투는 진료를 제공해야 될 압박에 놓여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낙태 금지로 낙태가 막아지거나 줄어들지 않을 거라고 매체들은 논평을 통해 말하고 있다. 낙태를 원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거주하는 주의 법과는 상관없이,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고 법적 조치의 위험이 있음에도 낙태를 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미국 낙태 환자들의 대다수가 취약 계층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판결의 결과로 가장 감당하기 힘든 영향을 받을 이들은 취약 계층의 사람들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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