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미국에 줄리안 어산지 송환 승인 결정에 대해 찬사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폭로했다.
영국의 파텔 내무 장관은 지난달 어산지의 미국 송환을 승인했다. 영국 내무부 측은 "법원의 송환 판결이 그의 인권에 반하는 것이 아니며 미국에서 적절한 처우를 받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승인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파텔의 결정 이후, 한 영국 관료가 런던 주재 미 대사관에 "대사관 측이나 미 법무부가 파텔의 판결에 환영하는 성명을 내줄 수 있겠느냐"고 요청했다.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요청에는 그러한 지지를 보여주면 파텔이 감사할 것이라는 말까지 덧붙여졌다.
그러나 미 법무부는 그런 성명을 내는 것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어산지 기소를 끝까지 가져갈 계획인가 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가 이 사건에 대해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영국 내무부의 요청에 대해 영국, 미국, 어산지의 변호팀, 어느 쪽도 입장 표명을 하고 있지 않다.
줄리안 어산지의 동생 가브리엘 쉽튼은 최근 런던 대법원에 송환 판결에 대한 항고장이 제출됐다고 말했다.
또한 쉽튼은 로이터에 “우리는 호주 정부가 즉시 사건에 개입해 이 악몽을 끝내주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어산지의 변호인들이 파텔의 결정과, 미국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지난 해 지방법원 판사 바네사 바레이서의 판결 요소들에 대한 항고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한 항고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어산지의 아내 스텔라 모리스는 미국으로의 송환이 어산지를 자살로 몰고 갈 것이라며, “줄리안은 자유의 몸이 될 가능성과, 그의 아이들과 나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가능성과 함께 살고 싶어한다. 그가 미국으로 송환되면, 그가 처해질 환경은 아주 억압적일 것이다. 이는 그를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2009년 위키리크스는 75만 건의 미 정부 기밀문서들을 공개해 세상을 흔들어놨다. 이를 통해 미국의 전쟁범죄, 고문, 비밀 군사작전, 다른 국가들을 통제하기 위한 미국의 은밀한 외교활동 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문서는 전 미군 정보원 첼시 매닝이 건네준 것으로 매닝은 체포돼 실형을 살았다.
미 당국은 어산지가 매닝을 사주했으며, 매닝이 국방부 컴퓨터를 해킹할 때 도와줬다고 보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미 법무부는 어산지를 방첩법 등의 하에 18건의 혐의로 기소했으며, 영국에 송환 요청을 했다.
호주 시민이면서 언론 활동을 한 어산지를 미국이 방첩법 하에 기소하는 것은 시민 자유 수호자들과 미디어에 특히 반발을 사고 있다.
어산지는 스스로를 저널리스트라고 칭하고 있으며, 2006년 그가 설립한 위키리크스는 내부고발자들로부터 입수한 정보들을 폭로하는 새로운 종류의 미디어 활동을 하는 기관이다. 어산지와 위키리크스의 이러한 활동은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기소장이 공개됐을 때 뉴욕타임즈는 “새로운 기소들은 정부 정보원으로부터 기밀 자료들을 받고 공개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저널리스트들이 항상 하는 일이다. 언론이 대중들에게 진실을 전할 수 있는 것을 보호하도록 수정헌법 제1조가 만들어진 것이다”라는 내용의 사설을 올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어산지를 잡지 않기로 결정했다. 무엇이 저널리즘인지 헌법을 걸고 싸움을 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매닝을 조기 석방시켰다.
그러나 차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강경한 노선을 선책했다. 어산지를 외국의 위협으로, 위키리크스를 적대적 정보기관으로 봤다.
어산지는 영국과 유럽 인권재판소에 계속해서 상소하는 방법으로 계속해서 송환에 맞설 수 있지만, 결국 송환이 된다면, 민감한 정보와 스파이 관련 사건을 냉정하게 다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것이고, 최대 175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어산지의 변호팀은 1심에서 그가 미국 교도소에서 가혹한 처우를 받고 자살할 위험이 높다고 주장했고 결국 송환 불가 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미국 당국은 1심에서 내놓지 않은, 어산지가 적절한 처우를 받을 것이며, 최악의 ‘슈퍼맥스’ 교도소로 보내지 않겠다는 보장을 항소심에 가서야, 심지어 조건부로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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