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아베 사망에 참의원 선거 압승…새로운 한일관계 방향 주목
日 자민당, 아베 사망에 참의원 선거 압승…새로운 한일관계 방향 주목
  • 강혜원 기자
  • 승인 2022.07.11 05:58
  • 수정 2022.07.11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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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田文雄) 일본 총리 겸 자민당 총재가 참의원 선거 승리를 알리는 자민당 후보의 이름에 빨간 장미를 꽂고 있다.[출처=연합]
기시다 후미오('田文雄) 일본 총리 겸 자민당 총재가 참의원 선거 승리를 알리는 자민당 후보의 이름에 빨간 장미를 꽂고 있다.[출처=연합]

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습 사망이 보수표의 결집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기시다 총리가 중간평가 성격인 이번 선거에서 신임을 확인함에 따라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게 됐다.

특히 앞으로 3년간 대규모 선거가 없는 '황금의 3년'을 맞게 돼 기시다 정권이 장기 집권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헌법 개정에 긍정적인 4개 정당이 3분의 2 이상 의석을 유지해 개헌 작업이 탄력을 받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선거 후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가 고위급 대화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여 한일관계의 변화도 주목된다.

참의원 의석수는 248석(선거 전 245석)이며, 의원 임기는 6년이다. 3년마다 전체 의원의 절반을 새로 뽑는다.

현지 공영방송 NHK는 개표 상황과 출구 조사, 판세 취재 등을 근거로 정당별 확보 의석을 중간 집계한 결과, 11일 오전 4시 50분 현재 이번에 새로 뽑는 125석 가운데 여당이 76석(자민당 63석, 연립여당인 공명당 13석)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임기가 3년 남아 있어 이번에 선거 대상이 아닌 여당 의석(70석, 자민당 56석, 공명당 14석)을 합하면 이미 146석을 확보해 참의원 전체 의석의 과반(125석 이상)을 달성했다.

또 이미 기존 여당 의석수(139석, 자민당 111석, 공명당 28석)보다 7석을 늘린 상황이다.

중의원에 출석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오른쪽)[출처=연합]
중의원에 출석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오른쪽)[출처=연합]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고물가 대응 부실 문제 등을 제기하며 정부와 여당을 공격했지만 16석을 확보해 기존 의석(22석)을 합해 38석에 그치고 있다. 선거 전(45석)보다 의석을 잃었다.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의석은 이 시간 현재 2석이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 이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자민당의 간판으로 압승을 끌어냄에 따라 당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투표일 이틀 전인 8일 아베 전 총리가 지원 유세 중 총격을 받아 사망한 사건이 자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은 이날 일본 민영방송 TV도쿄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프로그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 피격 사망 사건으로 자민당 지지로 바꿨다는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13%가 바꿨다면 아베 전 총리의 마지막 목소리가 국민 여러분께 확실히 전달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자민당 내 온건 성향 파벌인 '고치카이'를 이끄는 기시다 총리가 이번 참의원 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자신의 정치색을 지금보다 더 분명히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강경 보수 성향인 자민당 최대 파벌 '세이와카이'(아베파)의 지원으로 총리 자리에 올라 이 파벌의 수장인 아베 전 총리와 당내 강경 보수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야 했다.

이번 참의원 선거의 최대 쟁점인 '5년 내 방위비 2배 증액' 취지의 자민당 공액도 아베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당내 강경 보수가 주도했다.

기시다 총리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일본 국민의 안보에 대한 관심이 커져 방위비 증액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렵겠지만, 분배에 무게를 실은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 등 자신의 정책을 밀고 나갈 여지가 커진 셈이다.

자민당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가 오는 9월 내각과 자민당 당직을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이에 따라 기시다 총리가 인사를 통해 아베파와 선 긋기를 단행할지, 당분간 유화적 태도를 취할지 관심을 끈다.

또한 헌법 개정에 긍정적인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4개 여야 정당이 개헌 발의 요건인 참의원 전체의 3분의 2(166석)를 넘는 176석을 확보한 상태다. 새로 뽑는 의석 중 일본유신회는 11석, 국민민주당은 5석을 확보했다. 이들 4개 정당의 선거 전 의석은 166석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군사력 확대 및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향상 등으로 일본 내 안보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개헌 논의가 속도를 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헌법에 자위대 명기 등을 포함한 개헌을 조기에 실현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기시다 총리는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NHK에 "개헌 논의를 심화하겠다"고 밝혔다.

선거 후 한덕수 국무총리를 대표로 한 아베 전 총리 조문단과 박진 외교부 장관 등 한국의 고위급 인사 방일이 예정돼 있어 기시다 총리가 한일 갈등 현안을 풀기 위해 대화에서 유연성을 발휘할지도 주목된다.

기시다 내각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한일 역사 갈등 현안을 다루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교도통신이 추계한 이번 참의원 선거 투표율은 51.68%로 3년 전 참의원 선거 투표율 48.08%를 웃돌았다.

8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활동을 하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67)를 총기로 저격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아래·41)가 범행 직후 제압당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촬영/교도 제공]
8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활동을 하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67)를 총기로 저격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아래·41)가 범행 직후 제압당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촬영/교도 제공]

■ 기시다, 한일관계 유연성 발휘할까

이번 참의원 선거 승리로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한 기시다 총리가 이런 한국 정부의 노력에 호응해 얼마나 유연성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한일관계 명암이 갈릴 전망이다.

자민당 내 온건파인 '고치카이'를 이끄는 기시다 총리는 강경 보수 성향의 자민당 최대 파벌 '세이와카이'(아베파)의 지원을 받아 총리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아베파의 수장인 아베 전 총리는 기시다 내각에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왔고, 한일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시다 총리가 올해 1월 한국이 강하게 반대했던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을 보류하려고 하다가 아베 전 총리가 "(한국이) 역사전(戰)을 걸어 온 이상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압박하자 추천 쪽으로 선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아베 전 총리가 유세 중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은 이번 참의원 선거 승리와 함께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정책을 펼치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내 강경 보수파의 영향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한일 갈등 현안에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헌모 일본 중앙학원대학 법학부 교수는 "기시다는 아베와 달리 온건파, 비둘기파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한국의 정권도 바뀌고 했으니 냉각된 한일관계를 돌리기에는 좋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도 아베 전 총리의 부재는 "기시다 총리가 (온건파인)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내는데 플러스가 될 수 있다"면서 "그중에는 한일관계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노동자와 일본군 위안부 등 역사 문제에서 한국 측이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완고한 입장을 쉽게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외무상 재직 때 한일 위안부 합의를 주도한 기시다 총리도 '한국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견해를 총리 취임 이후에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헌모 교수는 "일본 정부는 한국 측에 징용 및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지 않은 이상 일본 정부의 기존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게다가 아베 전 총리 추모 분위기가 참의원 선거 이후에도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단기간 내에 정책 전환을 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 교수는 "금방 한일관계가 호전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자민당을 지지하는 보수층의 눈치도 살펴야 하는 기시다 총리가 한일 역사 갈등 현안에서 쉽게 양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다만 "기시다는 아베보다는 유연하게 물밑에서 (한국과) 접촉하거나 (한일) 민간 교류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내 정치권과 여론 역시 한일 문제에서 양보를 거부하는 견해가 강하다.

앞서 마이니치신문은 10일 치르는 참의원 선거 후보자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2%가 강제 동원이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 등 갈등 현안에서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고 반응했다고 보도했다.

'서로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은 27%, '일본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은 12%였다.

또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5월 20~24일 18세 이상 일본 국민 1천19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 '한일이 징용, 위안부 등 역사 문제로 갈등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나라가 상대국에 지금보다 더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일본인의 58%가 일본이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고, 양보해야 한다는 답변은 32%에 머물렀다.

violet8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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