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INSIDE] 대형건설사, 올 상반기 도정사업 확대해 ‘역대 기록’ 추월…실상은?
[건설 INSIDE] 대형건설사, 올 상반기 도정사업 확대해 ‘역대 기록’ 추월…실상은?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2.07.11 09:43
  • 수정 2022.07.1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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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비사업 또 ‘역대 기록’ 갈아치워…6개월 동안 ‘총 수주액 17조’ 달성
삼성물산·현대ENG·HDC현산·SK에코플랜트 제외한건설사 ‘1조 클럽’ 입성
현대건설, 상반기 6조9544억 휩쓸며 존재감 과시…윤영준號 매직 또 발휘
GS건설·롯데건설, 3.2조원·2.7조원 수주…반년 만에 전년 실적 훌쩍 추월
주요건설사, ‘해외 사업’ 막히자 ‘주택 정비 사업’ 만회…지나친 편중 우려
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들어 도시 정비사업 부문에서 압도적인 수주 실적을 내세워 전례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규제 완화 기조를 보이는 가운데 다수 건설사들은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향후 건설업계 전망에 부정적인 기류를 염두에 두고서 몸을 사리는 곳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건설들이 실적 자랑에 여념이 없지만 국내 주택사업 말곤 내세울 게 없다 보니 사실 지금부터라도 해외 수주고를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잘 나가던 주택 경기마저 꺾이고 자잿값은 급등하고 있어 도정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만 놓고 봤을 때 ‘1조 클럽’을 달성한 건설사가 무려 6곳이었으며, 총 수주액은 무려 17조380억원에 이른다.

부산 서금사6구역 재개발사업 조감도. [출처=현대건설]
부산 서금사6구역 재개발사업 조감도. [출처=현대건설]

특히 현대건설은 반년 만에 6조9544억원을 수주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는 지난해 수주액(5조5499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로 창사 이래 첫 ‘도시정비사업 7조 클럽’ 진입이 유력하다. 항간에서는 주택사업본부장이었던 윤영준 사장이 수장에 오르면서 현대건설 정비사업 수주 속도가 훨씬 더 빨라졌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들려온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내부적으로 올해 정비사업 수주 목표를 10조원 대로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2위와 3위는 GS건설과 롯데건설로 각각 3조2107억원, 2조7406억원을 수주하며, 올해 도정사업 수주물량을 휩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GS건설은 지난해 같은 기간(1조892억원)보다 약 3배 육박하는 실적을 쌓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롯데건설 역시 지난해 연간 수주액(2조2229억원)을 6개월 만에 추월했다.

롯데건설이 최근 수주한 이문4 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정비사업 투시도 [출처=롯데건설]
롯데건설이 최근 수주한 이문4 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정비사업 투시도 [출처=롯데건설]

특히 건설사 가운데 롯데건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벌써 지난해 연간 수주액(2조2230억원)을 넘어섰다. 서울권 사업지를 집중적으로 수주한 것이 돋보인다. 올 수주 사업장 9곳 중 7곳이 서울권이다.

이어 포스코건설은 1조5558억원, 대우건설은 1조3222억원, DL이앤씨는 1조2543억원 등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조원을 돌파하며, 선방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SK에코플랜트는 8802억원, 삼성물산 8172억원, HDC현대산업개발 7000억원, 현대엔지니어링 6170억원 등은 올해 도정사업 부문에서 수주액 1조원을 밑돌며,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아직 비관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물산은 올해 도정사업 목표를 1조5000억원대 수준으로 좀 더 높게 설정했으며, SK에코플랜트 역시 지난해(4363억원) 대비 약 2배에 이르는 실적을 6개월 만에 거뒀다는 점을 견줘볼 때 하반기 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주택 공급 확대와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다시 수주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상황이다. 아울러 올 하반기에는 서울, 부산 등에서 대어급 도정사업지들이 줄줄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 동작구 일대 흑석2구역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동작구 일대 흑석2구역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권에서는 흑석2구역을 포함한 한남2구역,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에 대한 시공사 선정을 앞둔 상태다. 부산에서도 우동3구역과 사직2구역, 촉진3구역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들이 시공사 입찰에 속도를 내면서 대형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등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주요건설사들이 올해는 유독 정비사업 수주에 열을 올리는 것은 갈수록 암울해지는 해외 사업 전망과도 맞물려있다. 인플레이션 등 국제적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된 데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전반적으로 해외 사업 침체돼 국내 주택 정비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내 건설사가 공사하는 페루의 한 해외건설 조감도 [출처=현대건설]
국내 건설사가 공사하는 페루의 한 해외건설 조감도 [출처=현대건설]

11일 기준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올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121억8978만 달러(한화 약15조84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148억3149만 달러) 대비 약 18% 감소했다. 공사 건수는 293건으로 지난해 254건에 비해 늘었지만 수주 총액은 되려 감소했으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악재였던 지난해보다 실적이 더 쪼그라든 것이다.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감소한 이유는 주요 건설사들이 중동 시장에서 부진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지난해 상반기 중동시장서 41억2794만 달러의 수주고를 올렸지만 올해는 29억214만 달러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30% 가량 감소한 수치다.

건설업계 하반기 전망 역시 암울하다 어두운 이유는 두 가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악재로 글로벌 공급망이 막힌 데다가 원자재값 급등으로 건설사 별 영업이익률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 건설사의 지난 1분기 매출은 14조원으로 전년대비 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6% 감소한 9000억원에 그쳤다.

건설사들 역시 경기 침체와 원자재값 부담이 높아진 나머지 ‘수익성’에 입각해 수주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1~5위 건설사와 6~10위 건설사 간 실적이 극명히 갈리는 것은 아파트 브랜드와 시공능력도 일부 작용하겠지만, 소위 ‘돈 되는’ 정비사업지를 얼마나 빨리 캐치하느냐가 수주액을 판가름 지을 지렛대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최근 도정사업 분위기를 보면 10대 건설사 가운데 5대 건설사들이 휩쓰는 분위기이며, 아파트 브랜드 파급력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대다수 조합원들이 이들 브랜드만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반면 상위 5대 건설사들은 수주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위 ‘돈 되는 사업지’에 몰리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 재정비 사업지에 대한 정보전이 수주전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정비사업은 착공 및 분양을 해야만 수익이 잡히는 구조라 현재로선 '무조건 흑자' 사업으로 보기도 힘듭니다. 올 상반기 수주 성과가 실제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확답할 수 없다는 겁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일부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 과열전을 보이는 것은 달리 말하면 내부 사업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따라서 공격적인 정비사업은 자칫 부메랑이 되돌아올 우려가 있는 만큼 해외사업 역량을 강화하거나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건설사 경쟁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주택 정비사업을 많이 수주할수록 실적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원자잿값 상승‧인플레이션 현상 심화 등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수주 규모가 5조 이상 되면 오히려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건설사들 역시 갈수록 자재비 상승 등 원가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나머지 조합들과 갈등을 겪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앞으로 정비사업지도 ‘옥석 가리기’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 역시 “벌써부터 일부 건설사들은 매출에 비례해 수익성이 저조해 ‘지금은 공사하면 적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불만이 거세지는 상황”이라며 “십여년 전에도 시공사들이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섰으나 주택시장 분위기가 악화되면서 건설사들이 수주했던 단지서 먼저 발을 빼자 조합과 시공사 간에 소송이 빈번했던 사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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