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과정서 4600억원 손실 발생?…푸본현대생명, '흑자형 자본잠식' 빠져
투자과정서 4600억원 손실 발생?…푸본현대생명, '흑자형 자본잠식' 빠져
  • 김수영 기자
  • 승인 2022.07.14 17:19
  • 수정 2022.07.14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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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말 자기자본 1조63억원, 자본금 1조1376억원
잉여금 늘어난 상태서 자기자본, 자본금 아래로 떨어져
올 들어 기타포괄순익서 미확정 손실 4600억원 발생
[출처=푸본현대생명]
서울 여의도 푸본현대생명. [출처=푸본현대생명]

푸본현대생명이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자산운용부문에서 큰 손해를 입으며 '흑자형 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잉여금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자기자본이 자본금 아래로 떨어진 것인데, 자본잠식률은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마저 반토막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거센 인플레이션 압력과 원자재 가격 등 국내외 시장 불안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건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자기자본은 1조63억원으로 자본금(1조1376억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른 자본잠식률은 11.54%다.

다만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이 남아있어 통상 언급되는 자본잠식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자본잠식은 기업의 잉여금이 바닥나면서 자본총계(자기자본)가 자본금보다 낮아진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인 경우 재무제표 상 자기자본은 항상 자본금보다 높게 나타나고 재무적으로 문제없는 회사는 자본잠식률이 음(-)의 값을 갖는다. 가령 같은 업종인 삼성생명의 경우 자본잠식률은 –2만%를 훨씬 넘는다. 그만큼 재무적으로 건실하다는 얘기다.

올 1분기 푸르덴셜생명의 이익잉여금은 2055억원으로 오히려 작년 말(1430억원)에 비해 늘었다.

직전 분기까지만 해도 푸본현대생명의 자기자본은 1조4660억원으로 자본금(1조1376억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기타포괄손익 부문에서 갑작스레 발생한 4600억원 규모의 적자가 자기자본을 갉아먹은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같은 항목에서 직전 분기 639억원의 이익을 냈던 점을 고려하면 실제 손해는 5000억원이 넘는 규모다.

디지털보험사를 제외한 중소형 보험사들 가운데 재무제표 상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곳은 MG손해보험과 푸본현대생명 뿐이다. MG손보의 경우 잉여금이 모두 바닥을 드러낸 전형적인 자본잠식에 빠지며 건전성 문제가 불거졌지만 푸본현대생명은 잉여금이 남아 있는 흑자형 자본잠식으로 특이한 사례다. 다만 아직 잉여금이 남아있는 만큼 실제 자본잠식에 들어간 것으로 보긴 어렵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자본잠식은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가 돼 결손금이 발생하고, 그 결손금이 자본잉여금을 까먹고 자본금까지 건드려야 자본잠식이라 볼 수 있다”라며 “굉장히 특이한 사례긴 하지만 일반적인 자본잠식으로 보긴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흑자형이라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기자본을 깎아내릴 만큼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현재 손실로 잡힌 항목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작년 푸본현대생명 한해 순이익(1859억원)의 두 배가 넘는 손실이 3개월 만에 발생했다.

◇ 특별계정손실 3500억…어디 투자했나

푸본현대생명의 자기자본 감소의 주 원인은 기타포괄손익누계액에 잡힌 4592억원이다. 이 항목은 주로 금융자산 투자를 통해 반영되는 항목으로, 4592억원 가운데 특별계정기타포괄손익으로 입은 손실만 3490억원에 이른다. 공정가치 유가증권 측정에 따른 평가손익에서도 1262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업계에 따르면 생보사의 특별계정은 변액보험과 퇴직연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푸본현대생명은 퇴직연금을 주력으로 밀고 있는 회사로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수입보험료 가운데 45.7%(2528억원)를 퇴직연금 등에서 거수했고, 종신보험 비율은 33.9%(1877억원) 수준이다.

이 항목에 잡힌 손실은 회계상 확정된 손해는 아니다. 보험사는 거수보험료를 채권·유가증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데 이 과정에서 손실을 봤지만 처분하지 않았다면 실제 손실로 잡히지 않는다.

인사이트 파트너스 강대준 공인회계사는 “회사가 자산을 운용하면서 손해를 봤을 수 있지만 이는 아직 확정된 손익이 아닌 미실현 손익”이라며 “개인이 주식을 갖고 있다가 주가가 떨어졌는데 팔지 않으면 손실이 확정되는 게 아닌 것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 이상한 현금흐름…보유 현금자산도 반토막

주목되는 점은 푸본현대생명의 현금흐름이다. 이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파생상품 및 위험회피 목적의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본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말까지 5927억원이던 푸본현대생명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작년 말 4799억원으로 줄었다가 올해 1분기 –7796억원까지 주저앉았다. 이 항목은 보험사가 보험·투자영업을 통해 얻은 수입을 나타낸다. 현금사용의 기반이 되는 항목인 만큼 높을수록 좋다.

회사의 금융상품 투자·회수에 따른 현금이동을 나타내는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1504억원으로 늘었다. 회사가 유가증권 등을 매입할 경우 이 항목은 마이너스(-)로 잡힐 수 있지만 장래 수익성을 위한 활동인 만큼 각 활동의 세부 내역을 확인해야 한다. 푸본현대생명은 위험회피파생상품을 정산하면서 4199억원의 손실을 봤다.

보유 중인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작년 말 대비 반토막 이하로 주저앉았다. 작년 말 기준 푸본현대생명은 1조1172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올해 1분기 현금성자산 보유액은 4851억원에 그친다.

한편 구체적으로 기타포괄손실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푸본현대생명 측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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