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진단]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하청 노조’의 배부른 불만?
[이슈 진단]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하청 노조’의 배부른 불만?
  • 임준혁 기자
  • 승인 2022.07.22 08:00
  • 수정 2022.07.22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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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노동자 파업 50일째…피해 규모 8천억원 넘을 듯
"지난해 4월 파워공 하청 노동자 파업…요구 사항 묵살"
작년에도 선박 진수 막기 시도…원청 "교섭 대상 아니다"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지난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 내 도크 유조선 화물창 바닥에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 중이다. [출처=연합뉴스]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지난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 내 도크 유조선 화물창 바닥에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 중이다. [출처=연합뉴스]

2022년 여름 산업, 사회의 최대 이슈인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50일째를 맞았다. 파업의 원인과 정당성 및 책임소재를 놓고 설왕설래하는 가운데 하청노동자들은 대우조선해양 1도크(선박 건조 시설)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을 점거, 건조와 진수작업을 원천봉쇄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이하 거통고지회) 소속 조합원 약 120명은 임금 30% 인상과 상여금 300% 인상,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 사무실 제공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일 파업에 돌입했다. 같은 달 22일에는 유최안(41) 거통고지회 부지회장이 1도크에서 건조 중이던 VLCC 선체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0.3평) 면적의 철제 감옥을 용접해 제작한 후 그 안에 들어가 옥쇄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지회 조합원 6명은 선체 위에서 농성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하청 노조의 파업이 이달 말까지 지속될 경우 매출 감소와 고정비 손실에 따른 피해 규모는 816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파업의 원인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고질적인 원·하청 구조에 호황과 불황에 따라 영업이익이 극명하게 차이나는 조선산업의 특성이 표면적인 근본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시계를 지난해로 거꾸로 돌려 보면 대우조선이 원청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정하면서부터 잉태된 비극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이전에도 하청 노조가 파업을 했지만 이들의 요구사항을 철저한 무시로 일관해 온 대우조선이 현재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1년 4월 22일 거통고지회는 A4용지 2장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자료에는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작년에도 진행됐고 협상 결렬 시 1도크에 있는 선박의 진수를 막는 투쟁을 하려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자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파워 그라인더 노동자(이하 파워공)들이 작년 3월 31일부터 일당 2만원 인상, 퇴직적치금 폐지, 단기계약 폐지(최소 1년 계약) 등 6개 항을 요구하며 파업을 해왔다. 협상이 결렬되자 이들은 그해 4월 21일 대우조선 1도크 서편 야드에서 노숙 농성을 벌였다.

대우조선 9개 도장(도색) 하청업체 대표와 노조측인 파워공 대표들은 20~21일까지 교섭을 진행했다. 교섭 결과 퇴직척치금과 단기계약 폐지에는 의견 접근을 이뤘다. 마지막까지 입장을 좁히지 못한 것은 핵심 요구사항인 ‘임금인상’이었다. 노조 측에서는 일당 2만원 인상을 1만원 인상으로 수정해 최종안을 제시했으나 도장업체 대표들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고수함에 따라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당시 거통고지회에서는 “교섭 결렬에 따라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교섭이 결렬된 4월 21일 오후부터 파워공 200여 명은 대우조선 1도크 서편으로 이동해 노숙 농성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에 대우조선은 직장, 반장 등 정규직 노동자 수백명을 동원해 하청노동자들과 대치하고 있다고 거통고지회는 주장했다.

거통고지회와 파워공들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4월 24일 예정된 1도크에서의 선박 진수 작업을 막는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따라 원청인 대우조선이 진수를 강행한다면 노숙 농성 중인 파워공들과 물리적인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경고한 것.

취재 결과 2021년 4월 23일 노조측은 하청업체들과 합의점을 찾아 이날 파업 투쟁을 종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에 노조측이 도크에서 진수를 막는 극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파업 과정에서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정규직 직원들을 동원해 이들의 요구사항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은 지난해에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하청과 원청(대우조선해양)은 이들을 노조로 인정하지 않았다. 작년 4월 1도크에서 농성중인 거통고지회 조합원들 [사진=유최안 부지회장]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은 지난해에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하청과 원청(대우조선해양)은 이들을 노조로 인정하지 않았다. 작년 4월 1도크에서 농성중인 거통고지회 조합원들 [사진=유최안 부지회장]

현재 옥쇄 농성 중인 거통고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은 지난해 6월 23일 기자에게 위 보도자료를 전달했다. 파업에 참여하기도 했던 유 부지회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작년) 4월에 파업같은 파업을 진행했는데 하청업체를 비롯해 특히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측에서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그는 “(대우조선이) 하청 노조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이 누적돼 있다”며 “이후 하청노조를 ‘노조’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우리의 주장을 매번 무시해 왔다”고 밝혀 대우조선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것임을 작년 6월 기자와의 통화를 통해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노동법률가들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교수들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대우조선하청노동자들의 파업투쟁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는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자신이 속한 회사와 교섭을 해봤자 소용이 없어 다시 원청업체에 요구하게 되는데, 원청업체는 ‘법적 책임의 주체가 아니다’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0년 3월 판례에서 조선소 원청 업체가 하청노동자들과 관계에서 노동법상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조 교수는 “판례에 따르면 원청업체가 단체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로 범죄에 해당한다”며 “즉각적으로 조사해야 하는 정부가 사태를 방치하는 바람에 노동자들이 의지할 데가 없어져 지금처럼 극단적인 상황이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윤애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박사는 “국제노동기구(ILO)는 사내하청이라는 불법적·악질적 간접 고용형태와 관련해 지난 10년간 한국 정부에 시정을 권고했다”며 “하지만 정부는 원청의 단체교섭을 촉진하기는커녕 부당노동행위를 조사·감독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김유정 민변 변호사도 “대우조선해양은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근본적인 법리상 원청(대우조선)은 협력업체 노조와 교섭권이 없다”며 “민변 변호사의 판례 해석대로 할 경우 하도급법, 부당노동행위에 저촉된다”고 밝혔다.

이어 “세부적으로 보더라도 민변 변호사의 법리 해석대로라면 파업중인 조합원 120명뿐 아니라 하청업체 전체 직원 1만1000명 전체를 우리가 교섭의 대상자로 인정해야 할 여지가 있어 원청인 우리가 관여할 수 없고, 관여해서도 안 된다는 게 기본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소개한 거통고지회의 지난해 4월 파업과 도크 진수 방해 시도와 관련해서는 “원청 노조와 사측과의 노동쟁의가 아닌 사항인 만큼 세부 사항에 대해 말하기 곤란하다. 분명한 것은 지난해 하청노조 파업에서도 불법적인 점거와 파업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라며 현 사태에 대한 책임 공방에서 한 발짝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위키리크스한국=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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