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동성애 찬성 유니폼에 반발해 경기 참가를 거부한 호주 럭비 선수들
[월드 프리즘] 동성애 찬성 유니폼에 반발해 경기 참가를 거부한 호주 럭비 선수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7.27 05:47
  • 수정 2022.07.27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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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지지 유니폼 입기를 거부한 선수들의 소식을 전하는 뉴스 화면 [유튜브 캡처]
동성애 지지 유니폼 입기를 거부한 선수들의 소식을 전하는 뉴스 화면 [유튜브 캡처]

호주 전국 럭비 리그(NRL : Australia's National Rugby League) 소속 일부 선수들이 남성 동성애를 지지하는 게이 프라이드(gay pride) 유니폼을 착용하기로 한 구단의 결정에 반발해 주요 경기를 불참하기로 했다고, 26일(현지 시작) BBC가 보도했다.

28일 경기를 치르기로 되어있는 ‘맨리 와린가 시 이글스(Manly Warringah Sea Eagles)’는 LGBT(성소수자)를 포용하는 유니폼을 입고 시합에 나서는, NRL 사상 최초의 팀이 될 듯하다.

하지만 구단측은 이러한 결정을 사전에 선수들과 협의하지 않았고, 일부 선수들은 종교적·문화적 이유를 내세워 경기 참가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자 구단측은 이 문제를 너무 졸속으로 처리한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 팀의 코치인 데스 해슬러는 구단측이 “너무 중대한 실수(significant mistake)”를 저질러 “특히 인권을 고려해야 할 단체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과 불편, 고통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그는 26일 열린 기자회견 석상에서 LGBT 공동체 및 관련 선수들에게 사과했다.

“해당 선수들은 어떤 결정에서도 배제되었는데, 선수들로부터의 최소한의 의견 수렴 과정은 반드시 필요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해슬러 코치는 이렇게 말했다.

호주 NRL 리그 규칙에 따르면 같은 팀의 선수들은 서로 다른 유니폼을 착용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호주 언론들은 7명의 해당 선수들이, 조쉬 알로이아이, 제이슨 사브, 크리스천 튀퓰로티, 조쉬 슈스터, 호몰 올라카우아투, 톨루 쿨라, 토아포포아 시플리라고 밝히고 있다.

28일 열리기로 되어있는 경기는 ‘맨리 와린가 시 이글스’ 팀의 NRL 결승행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시합으로, 해당 선수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언제나 나를 분노하게 하는 것은 운동선수들이 ‘레인보우(동성애를 상징하는 용어)’는 보이콧하면서 여성에 대한 선수들의 폭력이나 묵과할 수 없는 비도덕적 행위에는 침묵을 지킨다는 점이다.”

팜 웨일리(Pam Whaley)는 이렇게 트윗을 올렸다.

지난 2017년, 호주에서 수만 명의 동성애 옹호론자들이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해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호주에서 수만 명의 동성애 옹호론자들이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해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다른 사람들도 ‘맨리 와린가 시 이글스’ 팀이 주류 회사와 도박 회사의 후원을 받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7명 해당 선수들의 위선을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해슬러 코치는 해당 선수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역풍을 맞고 있는 그들의 안위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NRL 사상 최초로 커밍아웃을 했던 ‘맨리 와린가 시 이글스’ 팀의 전직 선수 이안 로버츠는 해당 선수들의 보이콧 움직임에 “가슴이 아프다(breaks his heart)”고 말했다.

“슬프고 마음이 불편합니다.”

앤서니 알바니스 호주 총리는 ‘맨리 와린가 시 이글스’ 팀 일부 선수들의 이 같은 결정을 치하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호주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편, 호주 운동선수가 동성애를 지지하는 유니폼 입기를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호주 여자 풋볼 리그(AFL Women)’의 하닌 즈레이카 선수는 종교적 이유로 동성애 지지 유니폼 입기를 거부하고 경기를 참가하지 않은 적이 있다.

호주에서는 운동 선수가 커밍아웃하는 일이 매우 드물다. 이안 로버츠를 비롯한 몇몇 커밍아웃 운동선수들은 호주 최고의 대회에서 운동선수나 팬들 사이 동성애 공포증(homophobia)은 여전히 큰 논란거리로 남아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10월 커밍아웃한 호주 프로축구단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의 조쉬 카발로 선수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향해 비난을 퍼부은 대중의 집단 학대를 잊지 못하고 있다.

2015년 럭비 리그, 럭비 유니온, 호주 미식축구 등에서 최고 기량을 선보인 이스라엘 폴라우 선수는 소셜 미디어에 동성애자 반대 게시물을 올린 혐의로 럭비 오스트레일리아(Rugby Australia)에서 해고되기도 했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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