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BBC "프리미어리그가 아시아로 몰려가는 까닭"
[월드 투데이] BBC "프리미어리그가 아시아로 몰려가는 까닭"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8.01 05:58
  • 수정 2022.08.0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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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친선경기에서 양현준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친선경기에서 양현준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최근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최상위 팀들이 아시아를 찾는 일들이 부쩍 잦아졌다. BBC가 최근 이런 현상을 조망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나는 신도 믿지 않고 종교도 없습니다. 하지만 리버풀 축구 클럽은 나의 숭배 대상입니다. 종교나 마찬가지이지요. 리버풀은 내 삶의 일부입니다.”

리버풀의 전용구장 안필드 스타디움(Anfield stadium)에서 무려 1만1000Km나 떨어져 있는 싱가포르의 시민 비제이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리버풀팀이 싱가포르를 찾아주기를 2011년부터 학수고대해왔다.

프리미어리그와 사랑에 빠진 이는 비제이 뿐만이 아니다. 이번 달 초 리버풀과 크리스탈 팰리스의 친선경기가 열리는 날 5만 명 이상의 축구팬들이 싱가포르 국립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3년간의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금지 기간이 끝난 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여름 프리시즌(pre-season) 일정으로 다시 한 번 지구촌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프리미어 팀들이 이런 여행을 선택한 이유로 돈 문제를 빼놓을 수는 없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021년 거의 56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자 그 주요 원인으로 인도에서의 프리시즌 친선경기 취소를 포함한 코로나19로 인한 사태를 꼽았다.

이제 코로나 제재가 완화되면서 많은 팀들이 최고로 매력적인 해외 시장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팬 기반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아시아가 가장 넓습니다.”

리버풀의 CEO 빌리 호건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누군가가 제게 어떤 공항에서 아무 비행기나 타고 어디를 가든 리버풀 팬을 찾을 수 있다고 들려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글로벌 팬의 3분의 1은 아시아에 있으며, 우리는 아시아에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느낍니다.”

글로벌 마케팅

프리미어리그 또 하나의 최상위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번 여름 태국과 호주를 방문해서 리버풀 및 크리스탈 팰리스와 친선경기를 치렀다.

그런가 하면 수퍼스타 스트라이커 손흥민을 보유하고 있는 토트넘 호스퍼 팀은 마찬가지로 이번 여름 손흥민의 고국인 한국을 찾았다.

스포츠 자체로만 놓고 보면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이런 외유에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여러 시간대를 지나는 장시간의 비행과 고온다습한 기온은 잉글랜드에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이익이 될 리 없다.

“별로 하고 싶은 일은 아닙니다.”

리버풀의 감독인 위르겐 클롭은 기자회견 장에서 BBC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무엇보다 감독인 내 입장에서 오스트리아에서 2주를 보내며 하루에 두 번 훈련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상일 겁니다.”

그는 이렇게 이어갔다.

“그러나 우리는 아시아의 팬층이 얼마나 두터운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일은 정말 즐거운 일이 분명합니다.”

현실에서 엘리트 축구와 관련된 논란은 이미 오래전에 종지부를 찍었다. 상업적 주장이 결정적으로 힘을 얻고 있기 때문에 올 여름 프리미어리그 경영진은 아시아에서의 높은 수요에 이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올해 발표된 새로운 수치들은 프리미어리그 사상 최초로 영국 내 방송 채널들에서 들어오는 수입보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증가했음을 드러냈다. 다음 시즌과 2025년 사이 아시아 지역만 집계한 수익이 1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 토트넘과 K리그 올스타가 맞붙는 ‘스퍼스 친성경기(Spurs' exhibition match)’의 입장권은 25분 만에 매진됐다. 이 경기는 또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이 중계된 스포츠 이벤트로 기록되었다.

한편, 방콕의 프로모터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 간의 친선경기 입장권 초기 판매가를 136달러로 책정해도 큰 무리가 없음을 직감했다.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경기 입장권 가격은 107달러였다.

이런 가격들은 본 고장 잉글랜드에서 예상되는 것보다 훨씬 높지만 궁극적으로는 프리미어 리그 최상위 클럽들의 인기가 이 지역에서 얼마나 강력한지를 입증하는 징표가 되기도 한다.

리버풀 대변인은 BBC에 “우리는 이 티켓 가격에 개입하지 않았고, 약속된 수수료 외에는 티켓 판매 수익의 어떤 부분도 공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리 시즌 투어를 위해 입국한 토트넘 동료들과 손흥민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태극기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리 시즌 투어를 위해 입국한 토트넘 동료들과 손흥민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태극기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에서의 수익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이렇게 원거리 원정의 친선경기들을 통해 얼마의 수익을 올리는지는 업계의 불문율이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특히 여행 경비와 스태프 경비 등을 고려할 때 수수료 이상의 무엇이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클럽들은 실제로 프리 시즌 일정을 통해서는 큰돈을 벌어들이지는 못합니다. 아마 최상위 팀들의 경우 경기당 수백만 달러 정도를 받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무역 간행물 ‘스포츠비지니스(SportBusiness)’의 아시아-태평양 편집인 케빈 매컬래프는 이렇게 분석했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훨씬 큰 시장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바로 아시아 지역에서의 중계방송 로얄티 계약과 아시아 기업들의 후원사 계약에서 오는 장기적 수익이라는 측면에서 브랜드 심기(brand building)와 아시아 팬 확충의 필요성을 말하는 겁니다. 진짜 돈은 거기서 버는 거지요.”

리버풀 팀은 싱가포르에서 셔츠에 브랜드 이름을 새기는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에 특화돼있는 스탠타드차터드 은행과 맺은 이 계약의 총액은 2억4000만 달러가 넘었다고 한다.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은 글로벌 차원에서 스폰서 기업들의 인지도를 높여주는 것 외에도 이미 자신들이 확보하고 있는 소비자 데이터라는 보물도 함께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확보하고 있는 ‘고객 운영(CRM :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데이터베이스에는 5000만 건의 자료가 들어있다. 그리고 이 팀은 작년 한 해 동안 소셜미디어를 통해 1억7600만 명의 팬들과 관련을 맺었다.

그 결과 후원 기업들과 마케팅 부서들은 후원금을 지불하는 대가로 과거 어느 시점에 프리미어리그 팀들에 등록했거나 관련을 맺은 수백만 팬들의 소비 행동 패턴이라는 귀중한 자료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대형 브랜드들이 제일 먼저 요구하는 것은 팬들의 데이터일 겁니다.”

매컬래프 편집인은 이렇게 말했다.

“스폰서들은 돈을 투자하기 전에 해당 팀이 얼마나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지 알고자 합니다. 팬들의 인구 통계와 나이, 성별, 수입 같은 것들에 관심이 많다는 말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나 잉글랜드 프로축구 팀들의 최대 수익원은 뭐니 뭐니 해도 텔레비전 중계 수익이다.

수년 동안 ‘유러피언 풋볼 리그(European football leagues)’ 같은 다른 프로축구 리그들은 1990년대에 아시아에 최초로 진출하여 상업적 성공을 거둔 프리미어리그를 부러움에 찬 눈초리로 봐왔다.

프리미어리그의 경쟁력과 팬 문화에 있어서의 변별력 및 영어와의 연관성은 이 리그가 전 세계적으로 32억 명이라는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측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팬층의 절반과 텔레비전 시청자의 4분의 1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분포되어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특히 젊은 세대의 여가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소비 선택의 변화는 이러한 팬 유지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작년에 스페인 최고의 구단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인 플로렌티노 페레즈는 “젊은 사람들은 더 이상 축구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주의를 유도할 수 있는 다른 플랫폼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망은 텔레비전 수익이 결국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유럽 최고 축구 클럽들의 일부 경영진에게 팬들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새로운 대회가 탄생해야 한다는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작년에 5개의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클럽을 포함해서 ‘클로즈드 샵(closed shop)’ 형식으로 추진되었다가 안타깝게 결실을 보지 못한 ‘유럽 슈퍼 리그(European Super League)’는, 특히 엘리트 축구를 선호하는 아시아의 수백만 팬을 포함한 수많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매력적인 리그 탄생의 기대를 걸게했었다.

그러나 이 시도는 영국과 전 세계 팬들의 격렬한 반발로 결국 폐기되고 말았다.

“유럽 축구 클럽은 아시아에 대해 뭐든 미리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아시아 팬들이 지불하는 돈만큼 열심히 싸워야 합니다.”

프랑스 엠리용 경영대학의 글로벌 스포츠 학과 교수인 시몬 채드윅은 이렇게 말했다.

“아시아 소비자들은 똑똑하고, 세련되고, 통찰력이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아시아 팬들 사이에서 유럽 축구에 대한 관심이 다소 줄어든 측면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클럽들은 아시아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오만한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채드윅은 나아가, 2008년에 처음 제안된 것처럼, 활기찬 프리미어 리그 경기가 해외에서 열릴 가능성은 중단기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이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을 가느성은 열려있다.

싱가포르로 돌아온 비제이는 셔츠를 벗고 등을 자랑했다. 그의 등은 리버풀 문신과 이 축구 클럽 역사상 우승 트로피들을 수상한 해로 덮여 있었다. 그는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었다.

“내 아버지는 리버풀 팬이었고 내가 어린 딸들과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이들에게 리버풀 셔츠를 입히는 것이었습니다. 이 전통은 여러 세대에 걸쳐 계속될 것입니다. 틀림없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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