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질병처럼 번졌던 미스터리한 집단 현상 7가지
[월드 프리즘] 질병처럼 번졌던 미스터리한 집단 현상 7가지
  • 최석진, 유 진 기자
  • 승인 2022.09.12 06:15
  • 수정 2022.09.12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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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에 제작된 '죽음의 춤(Dance of the Death)' 벽화 [사진 = ATI]
14세기에 제작된 '죽음의 춤(Dance of the Death)' 벽화 [사진 = ATI]

역사 전문 매체인 ‘히스토리 채널’의 인터넷 사이트는 춤 전염병부터 웃음 전염병까지 증상은 질병처럼 명백한데 그 원인은 신비에 가려져 있는 집단 현상에 대해 조망했다.

전염성 히스테리라고도 알려져 있는 집단 히스테리(mass hysteria, epidemic hysteria)는 의학적으로 원인을 밝힐 수 없는 증상이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서 전파될 때 발생한다.

“플레시보 효과(placebo effect)의 정반대 현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오클랜드 대학교 심리학과 명예 선임 강사인 로버트 바돌로매 박사는 이렇게 분석했다.

인류는 수세기 동안 이 집단 히스테리의 원인을 규명하려고 나름대로 애를 썼다. 세일럼 마녀재판(Salem Witch Trials)은 해당 여성들이 마술을 부린다고 여겼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에 따른 불안이 깊어지면서 일리노이주 마툰시 주민들은 불온세력들이 독가스를 살포한다고 공포에 떨었다.

“집단 히스테리와 사회적 공포는 당대의 바로미터이며 우리의 집단 공포를 반영합니다.”

바돌로매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실존적 증상 뒤에 내포한 원인은 각 시대의 근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드러낸다. 다음은 이러한 집단 히스테리의 7가지 사례다.

1. 1518년의 춤 전염병

모든 것은 스트라스부르에 사는 프라우 트로피어라는 사람이 어느 여름날 길거리에서 일주일 내내 춤을 추면서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한 달이 되지 않아 이 춤은 이 프랑스 동부 도시에 사는 400여명의 사람들에게 전염되었다. 그들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춤을 추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사람들의 춤은 그들이 뇌졸중, 심장마비, 탈진 등으로 쓰러지고 나서야 멈추게 되었다.

당국은 이러한 몽환적 상태를 사람들의 ‘피가 뜨겁기 때문’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밤낮으로 춤을 추어 악마를 쫓아낼 것을 강요했다. 당국은 심지어는 무대를 만들고 무용수와 음악가를 고용해 춤을 추도록 권유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치는 더 큰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춤추는 전염병은 독일, 네덜란드 및 스위스까지 퍼져나갔다.

일부 역사가들은 춤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은, 발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곰팡이인 맥각(麥角)을 섭취해 중독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경련 현상이 놀라울 정도로 오래 지속되는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춤 경련의 원인을 당시 그 지역을 휩쓸던 기근과 질병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나 저주를 받은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2. 세일럼 마녀 재판(1692-1693)

1692년 1월, 당시 9세의 엘리자베스 패리스와 11세이던 그녀의 사촌 아비가일 윌리엄스는 세일럼 빌리지에서 발작을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이 아이들을 때리고 꼬집고 있었다. …… 때로 그들은 입을 닫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고, 목이 막히고, 사지가 꼬이면서 괴로워했다.”

세일럼의 어느 목사는 이렇게 기록을 남겼다.

그녀들을 관찰한 의사는 그녀들이 마법에 걸렸다고 판단했다. 얼마 있지 않아 세일럼 빌리지의 다른 소녀들도 발작을 보이기 시작했다. 희생양을 찾고 있던 세일럼 마녀 재판소는 발작의 원인을 놓고 이웃끼리 비난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세일럼 빌리지는 논란의 대상이던 사무엘 패리스 목사를 놓고 극단적 분열 현상을 보였으며, 신앙심이 부족하면 심판을 받을 수 있다고 두려워했다.”

『마법 열풍 : 세일럼 마녀 재판과 미국의 경험』을 쓴 에머슨 베이커는 이렇게 말했다.

“매사추세츠가 프랑스-아메리카 원주민 동맹과 영토를 놓고 목숨을 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새 정부가 식민지를 지켜줄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이것은 치명적인 천연두가 물러간 뒤 일어난 사건이었다.”

소빙하기(little Ice Age)에 찾아든 극한의 기후 때문에 발생한 흉작으로 기아와 인플레이션이 만연하고 있었다.

결국 패리스 가문의 여성 노예였던 티투바(Tituba)를 시발로 해서 소외받던 다른 여성들과 6명의 남성들이 희생양으로 지목되었다. 이후 희생양 만들기는 허약한 현 체제에 위협이 되는 뭔가 ‘다른’ 특징을 보이는 주민들에게까지 확대되었다. 

마지막 세일럼 마녀는 유죄 판결 후 329년이 지나서야 사면되었다.

3. 1892년 필기를 방해하던 손떨림 현상

1892년 독일 그뤠브 틴즈 소녀들은 글씨를 쓰려고만 하면 손을 심하게 떠는 현상으로 고통을 받았다. 일부는 기억 상실과 의식 변화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 다음 해에는 스위스 바젤의 학생들도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

“19세기 후반 유럽에 찾아든 필기 시 손떨림 현상은 마음도 근육처럼 운동을 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교수법에 따른 후유증이었다.”

바돌로매 박사는 이렇게 분석했다. 고통스러운 반복 훈련이 학생들의 육체에 부담을 주었다는 말이다.

“이는 두려운 작문 수업에서 벗어나기 위한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세일럼마녀박물관 [사진 = ATI]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세일럼마녀박물관 [사진 = ATI]

4. 1994년 발생한, 마툰의 가스 살포범(Mad Gasser)

2차대전으로 인한 편집증이 맹위를 떨치던 시절 일리노이주 마툰시에서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이상한 가스를 살포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첫 번째 희생자는 에일린 키니라는 여성이었는데, 그녀는 “침실에서 역겹고 달콤한 냄새”를 맡은 뒤 “다리와 하체가 마비”됐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그날 밤 키니의 남편은 직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집 밖에서 낯선 사람을 목격했다.

키니 부부의 이야기는 “마취제를 뿌리는 사람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제목으로 지역 신문의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곧바로 마을 전체에 비슷한 목격담과 증상들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나게 되었다. 

‘마취제 살포범’ 소식은 그 무엇보다 더 빠르게 전파되며 세계 신문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공황 상태를 일으켰다. 하지만 수수께끼의 ‘마취제 살포범은’ 발견되지 않았다.

5. 1962년 일어난 ‘6월의 벌레 현상(June Bug Epidemic)’

1962년 6월, 미국 섬유 공장에서 일하던 60명의 노동자들이 발진, 메스꺼움, 무감각 등의 기이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어떤 벌레가 이 질병을 일으킨다고 믿었다.

언론은 이 현상에 재빨리 주목하고 이를 ‘6월의 벌레 전염병(June Bug Plague)’이라고 명명했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곤충학자들은 6월 벌레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이 증세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심리학자들은 희생자의 90% 이상이 같은 시간에 근무를 하고, 대부분이 초과 근무를 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그들 중 50명은 발병 소식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후에야 자신들도 비슷한 증상에 시달린다고 보고한 사실도 알아냈다. 

결국 암시 효과와 결합한 스트레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6. 1962년 탕가니카에 번진 웃음 전염병

현재는 탄자니아로 알려진 아프리카 동부 탕가니카는 영국과 극렬한 전쟁을 치르고 독립을 쟁취한 뒤 사회가 급격한 변화에 몰리면서 십여 명의 여학생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는 증세에 시달리자 몇 주간 학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웃는 전염병이 끝날 때까지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격리되었고, 4개의 학교가 일시적으로 폐쇄되었다. 

웃음 자체가 문제가 아니었다. 스트레스를 받은 학생들이 발진, 실신 및 호흡 곤란 증세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공식 진단은 집단 히스테리였다.

7. 2001년 인도에 등장한 원숭이 남자(Monkey Men)

2001년 5월 폭염으로 인한 정전(停電) 사태가 델리를 뒤흔들었다. 더위를 피해 옥상에서 자던 주민들 중 일부가 원숭이 또는 사람으로 보이는 물체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보고하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은 주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남성들로 물린 자국과 같은 이해할 수 상처를 입고 병원을 찾았다. 

나아가 피해자들 중 두 사람이 공포에 사로잡혀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한 명은 지붕에서, 다른 한 명은 계단에서 떨어져 죽었다. 경찰이 의뢰한 의료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상처는 피해자들이 스스로 자초한 것이며, 사람들은 언론에 보도된 이미지 때문에 집단적으로 히스테리를 일으켰고, 통제 불능의 소문 때문에 공포에 빠져든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결론 : 빙의(憑依), 마취제 살포범, 원숭이 남자 이야기는 얼핏 들으면 조롱거리에 해당할지 모르지만 이러한 공황으로 인한 공포와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는 실제였다. 

“집단 히스테리는 ‘집단 사회 병리 현상’이라는 공중 보건 당국자들의 진단은 대중의 논란과 절규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피해자들에게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니라거나 이야기를 꾸며냈다는 낙인을 씌울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바돌로매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대규모 사회적 현상은 믿음과 관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믿음을 가지 우리 모두는 잠재적인 희생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유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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