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선수금 환급보증 한도액을 늘려주세요’
‘제발 선수금 환급보증 한도액을 늘려주세요’
  • 임준혁 기자
  • 승인 2022.08.22 07:56
  • 수정 2022.08.2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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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조선사 RG 한도 소진 심각...증액 요구 봇물
한도 묶여 있을시 수주계약 취소...추가 수주 장애요인
산은·수은 “중소 조선사 경쟁력 제고 선행 없인 어렵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한 케이조선 [출처=케이조선]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한 케이조선 [출처=케이조선]

“선박을 새로 수주하면 뭐합니까?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 한도가 꽉 차서 더 이상 (RG를)받지 못하면 수주계약 취소는 물론 추후 영업 활동에도 많은 제약이 따르는데요.”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를 제외한 중소 조선소 관계자들의 일관된 아우성이다.

지난해부터 대형 조선 3사가 수주 훈풍을 맞았다. 이에 대한조선,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 대선조선 등 국내 중소 조선사들도 대형 조선사에 준하는 신규 일감 확보를 달성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텅 비었던 곳간에 일감이 꽉차서 살 만했던 중소 조선사들은 올해에도 신규 수주를 하고 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 만은 없었다.

개별 중소 조선사마다 할당된 선수금 환급보증 한도가 가득 참에 따라 (선수금 환급보증) 발행 한도액을 늘려야 하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선수금 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은 조선사가 배를 건조해 발주사에 넘기지 못할 때를 대비해 조선사가 선박 건조 비용으로 미리 받은 돈(선수금)을 금융기관(은행)이 대신 물어주겠다고 보증을 서는 것이다. 조선업체가 발주선사와 수주계약까지 체결했다 하더라도 3개월 내에 은행으로부터 RG를 발급받지 못하면 건조계약이 무효가 된다.

대형 조선 3사와 달리 중소 조선사는 RG 발급 한도가 제한적이다.

중소 조선사 관계자는 “통상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한 후 RG를 발급받기까지 3개월이 소요된다”며 “舊 STX조선해양이나 지금은 사라진 SPP해양조선(고성‧통영 소재)이 2000년대 중반 낮은 선가로 무리하게 선박을 다수 수주했지만 수주계약 체결 이후 3개월 간 RG를 받지 못해 실제 수주(건조)계약이 해지된 사례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겪은 은행권에서 RG 발급에 부담을 느껴 자금흐름이 대형 조선사보다 열악한 중소 조선사에 대한 RG 발급에 매우 인색하게 임하고 있다”고 RG 발급 및 한도가 열악한 상황임을 설명했다.

실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조선업계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RG로 인해 손실을 본 경험이 있어 저가 수주를 못 하도록 조선사별로 RG 한도를 정해 관리하고 있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경남 창원 진해구에 위치한 케이조선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RG 한도액은 4억5000만달러로 그 한도가 다 찼다. 케이조선이 추가로 선박을 수주하려면 RG 발행 한도를 증액받아야 한다.

지난해 총 21척의 선박을 수주한 케이조선은 올해 현재까지 16척을 신규 수주고를 올리며 연간 수주 목표를 이미 달성한 상태다. 지난해 수주한 21척에 대한 RG는 발급이 완료됐다. 하지만 작년에 RG 발급 한도가 다 소진된 상태에서 올해 기 수주한 16척 중 일부 선박들에 대한 RG 발급은 한도가 증액되지 않으면 (발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케이조선 측은 “올해 수주 목표를 다 채웠지만, 하반기 추가 수주를 위한 영업이 진행되고 있고 선주사들도 RG 발급 가능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RG 발행 한도 증액이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줄 때까지 계속 정부만 쳐다보고 있어 언제 해소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남 해남에 위치한 대한조선 역시 상황은 케이조선과 비슷하다.

대한조선 해남 조선소 전경 [출처=대한조선]
대한조선 해남 조선소 전경 [출처=대한조선]

대한조선의 현재 RG 발행 한도는 5억달러다. 올들어 현재까지 대한조선은 컨테이너선 4척,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1척 등 총 5척, 4억5000만달러 상당의 선박을 신규 수주했다. 4월에 수주한 컨테이너선 4척에 대한 RG는 3개월이 경과한 현재에도 완전히 발급되지 않았다. 선박 건조 공정이 끝나는 단계에 맞춰 분할해서 산업은행으로부터 RG를 발급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월에 수주한 PC선도 공정별 건조가 끝나서 선주사로부터 받는 납입금으로 일종의 ‘돌려막기’식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조선 역시 RG 발행 한도가 1억달러 정도 상향되기를 바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오는 9월 1일부로 인수합병 과정이 마무리되면 부채 탕감이 이뤄져 신용등급이 다소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 때부터 일반 시중은행들로부터 대출받기가 용이해 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만큼 산업은행도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RG 발행 한도액을 증액시켜 줄 것으로 희망한다”고 밝혔다.

부산에 위치한 대선조선은 그나마 한숨을 돌린 상태다.

대선조선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1월 계약한 친환경 1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등 신조 선박 5척(1억5000만달러)에 대한 RG를 발급받지 못해 상반기 내내 애를 태우고 있었다.

대선조선은 지난해 19척, 5억1300만달러 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하면서 RG 한도가 넘어섰다. 지난 1월 수주 계약을 체결한 선주 측에 양해를 구해 6월 말로 RG 발급 시한을 미뤘으나, 이 때까지 수출입은행 등 금융기관은 여전히 RG 발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하영수 대선조선 노조위원장은 당시(6월 말) 정부와 국책은행을 향해 중소 조선사의 RG 확대를 호소했다. 노조위원장이 이례적으로 회사 경영과 관련한 문제를 언급한 이유는 수주에 성공한 선박 계약이 취소될 상황에 직면하게 되자 보다못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천우신조로 대선조선은 이후 발주 선주사와 협의 해 RG 발급 기한을 한 번더 연기했고 최근 5척에 대한 RG 발급을 수출입은행으로부터 확정지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중소 조선사들은 RG 발급 한도가 과하게 제한돼 있으며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같은 국책은행들만 바라봐야 하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적 현상에 대해 과연 RG 발행의 키를 쥐고 있는 국책은행들의 입장은 어떨까?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중소 조선사들의 채무비율이 전반적으로 높고 리스크가 많아 정책금융기관임에도 RG 발행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들 중소 조선사의 주력 건조 선종은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과 겹친다.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열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만 놓고 보더라도 무턱대고 RG를 발행하다가 국민들의 세금을 날릴 위험이 크다. 이는 배임과 진배없다”며 중소 조선사들이 경쟁력을 스스로 제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케이조선 진해 조선소 전경 [출처=케이조선]
케이조선 진해 조선소 전경 [출처=케이조선]

즉, 중소 조선사의 갈급함과 국책은행 사이에서는 여전히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하며 그 간극은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 조선사의 RG 발행 한도 증액의 목소리는 당분간 공허한 메아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위키리크스한국=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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