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중국은 여전히 월스트리트 필요"...미국과 뉴욕증권시장 상장 유지 관련 계약을 체결한 중국
[월드 프리즘] "중국은 여전히 월스트리트 필요"...미국과 뉴욕증권시장 상장 유지 관련 계약을 체결한 중국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9.02 05:55
  • 수정 2022.09.02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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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 거래 화면에 비친 디디추싱 로고 [사진 = 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 거래 화면에 비친 디디추싱 로고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회계 감사 규정과 관련한 까다로운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1일(현지 시각) CNN비즈니스가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체결된 이번 계약은 글로벌 비즈니스의 최대 쟁점 중 하나와 관련하여 기준점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중 양국 규제 당국자들은 미국 관리들이 관련 중국 기업들의 감사 서류를 조사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미국의 오랜 요구를 만족시키고 양국 기업들과 투자자들의 불안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이번 계약 성사는 160개 이상의 중국 기업들이 세계 최대의 증권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는 당장의 위협을 피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규제 당국자들은 새로운 계약을 시험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관리들이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1차 조사 대상에 알리바바, 얌차이나(Yum China)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을 선정했다고 지난 수요일 미확인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해당 기업들은 논평 요청에 즉답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미 관리들은 이번 합의가 민감한 문제에 대한 첫 번째 단계일 뿐이라고 경고하며, 관련 중국 기업들에 대한 접근이 확보되고 더 광범위한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는 걸림돌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나아가 전문가들 또한 이번 합의로 미-중 비즈니스 관계와 관련된 위기가 빠르게 해소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계약 성사 과정

이번 협정을 통해 미국의 규제 당국은 중국 기업의 회계를 감사하는 중국 본토와 홍콩의 공인 회계·감사 기업을 조사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상장기업 회계 감독위원회(US Public Company Accounting Oversight Board)’에 따르면 이번 협정은 미국과 중국 간에 맺어진 관련 분야의 거래 중 가장 포괄적인 계약이라고 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개리 겐슬러 위원장은 미국 조사관이 “9월 중순까지는” 중국과 홍콩을 방문하여 현지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라시아 그룹(Eurasia Group)’의 중국 부문 이사인 로렌 글로드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시범 조사에 대한 이 같은 합의 도달은 미국 거래소에서 중국 기업의 궁극적인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는 보다 광범위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금석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아시아 기업을 대상으로 회계법인과 감사 및 고문 역할을 맡고 있는 ‘Marcum Asia CPAs’의 공동 회장인 드루 번스타인도 첫 번째 큰 장애물이 제거되었다고 믿는다.

“중국은 해당 기업들이 미국 자본 시장에 계속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믿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이에 따라 중국 측 규제 당국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상당한 양보를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합의로 혜택을 받는 기업들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될지도 모를 꽤 많은 중국 기업들의 목록에는 알리바바, 바이두, 제이디닷컴과 같은 중국 최고의 빅테크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 규정에 따르면 회계장부를 완전히 공개하라는 요청을 준수하지 않는 회사는 2024년 초에 미국에서 거래가 금지되며, 이 날짜는 앞으로 당겨질 수도 있다.

그리고 최근 몇 개월 동안 기업의 투명성과 관련해서 압력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올해 SEC는 거래소에서 퇴출될 수도 있는 기업 목록에 중국 기업 숫자를 늘렸으며, 미국 국회의원들도 이러한 기업에 최후통첩을 하라는 압박을 높이고 있는 중이다.

중국은 과거에는 보안을 이유로 외국 규제 기관이 자국 기업들의 회계 회사를 조사하도록 허용하는 것을 망설여왔다. 그간의 미-중 간 긴장으로 인해 일부 중국 기업은 이미 미국 시장에서 철수한 상태이다.

이번 달에만 5개의 ​​중국 국영기업이 저조한 실적과 높은 비용을 이유로 뉴욕 증권거래소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중국생명보험(China Life Insurance), 페트로차이나(PetroChina), 시노펙(Sinopec), 중국알루미늄(Aluminum Corporation of China), 시노펙 상하이석유화학(Sinopec Shanghai Petrochemical)이 이 같은 자발적 상장폐지를 선택했다.

다른 기업들은 아직 선택의 폭을 열어두고 있다.

서구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는 지난 7월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한 준비 단계를 기본 단계(primary status)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바가 있다. 알리바바의 홍콩 증시 상장은 금년 말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4년부터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주식이 거래되고 있는 알리바바는 업그레이드 변경이 완료되면 기본 단계 상장을 미국과 홍공에서 이중으로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홍콩 증시는 월스트리트에서 퇴출되는 여파를 상쇄하려는 기업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합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에 상장되어있는 중국 주식의 상장폐지 위험은 단기간에 해소될 수 없다.”

교통은행(Bank of Communications)의 투자 은행 부문인 보콤인터내셔널(Bocom International)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렇게 예견했다.

그들은 월요일 보고서를 통해 이중 상장 또는 홍콩의 기본 단계 상장은 당분간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번 합의가 중요한 이유

현 상황은 해당 기업들에 선택을 재고하도록 강요하는 것 외에도 이미 주식 발행 둔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딜로직(Dealogic)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공개(IPO) 건수는 올해 현재까지 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7건에서 크게 감소했다.

IPO의 가치 또한 크게 줄어들었다. 딜로직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현재까지 중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IPO를 통해 3억3200만 달러를 조달했는데 이는 1년 전 약 130억 달러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이다.

전반적으로 우울한 IPO 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주식시장 침체를 포함한 여러 요인들이 경기 침체를 주도하고 있다. IPO 시장에 대한 암울한 전망은 거의 모든 기업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다 일부 중국 참여자들의 경우 자국 내 규제 당국의 집중 단속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중국 최대의 대중교통 호출 서비스 기업인 디디글로벌(Didi)은 경종을 울리는 한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뉴욕에 상장했지만 국내에서 단속에 휘말린 후 나중에 상장폐지되었다.

그러나 미국 의회가 중국이 감사 합의를 준수한다는 증거를 확인할 경우 중국 주식 발행 문제는 반등할 수도 있다.

“우리 경험에 의하면 중국 경영진은 상대적으로 간소화된 상장 절차를 고려할 때 여전히 미국 상장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번스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따라서 IPO 시장이 내년에 회복된다면 2023년에는 중국 신규 상장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합의는 원만히 이루어질까?

애널리스트들은 이번에 새롭게 맺어진 회계감사 합의가 기업 투명성에 기열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주식들이 상장폐지될 가능성을 여전히 약 50%로 보고 있다.

지난주 SEC 국장은 미국 당국이 해당 기업들의 자료에 접근할 수 없는 경우 퇴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확실한 것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입니다.”

‘유라시아(Eurasia) 그룹’의 전문가들은 보고서를 통해 향후 예상되는 감사를 통한 확인은 “양측이 연말이나 비슷한 시기에 광범위한 합의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핵심 규제 기관들은 중국의 합의 이행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홍콩을 여행하는 불편을 자초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 ‘유라시아 그룹’의 지오테크놀로지 부문 이사인 샤오멍 루는 “중국 정부는 국가안보 관련 민감한 정보를 취급하는 국영기업들을 대상으로는 추가로 선제적인 상장폐지를 유도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그녀는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해마다 미국의 감사를 받는 대신” 그러한 선택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번 합의가 향후 미-중 관계 개선에 기여할까?

이번 합의라는 진전에도 불구하고 세계 2대 초강대국은 다른 문제에서 여전히 갈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라시아 그룹의 로렌 글로드먼 중국 담당 이사는 “이번 합의는 전반적으로 건설적인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질 수는 있지만 보다 광범위한 양국 관계 진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대만 정책의 갈등과 중국-러시아 관계와 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강화되면서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다 다가오는 대만과 미국의 선거는 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회계법인 ‘Marcum Asia CPAs’의 공동 회장인 드루 번스타인은 이번 합의는 “서로 으르렁 거리기는 해도 완전히 등을 돌릴 수(decoupling)는 없다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미-중 관계는 싸우기는 하면서도 끝내는 이혼할 수 없는 부부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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