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에게 잡혀 포로수용소에 갔던 17세 우크라이나 소년의 증언을 미국의 ABC 뉴스가 전했다. 블라드 부르야크라는 이 소년은 지난 4월 8일 차를 타고 가던 중 러시아 검문소에서 붙들려 바로 포로 수용소로 가게 됐다고 한다.
부르야크는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그의 휴대폰에서 사진들과 소셜미디어를 확인하면서 친우크라이나 텔레그램 그룹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분노한 러시아 군인들은 죽이겠다고 위협했고, 결국 부르야크는 ‘여과 수용소(filtration camp)’라 불리는 곳으로 보내졌다. 여과 수용소는 적지에서 잡아온 사람들을 분류하고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는 러시아의 시설이다. 그는 이곳에서 포로 수용소로 보내져 48일 간 수감돼 있다가 풀려났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인 수천 명이 전쟁포로로 러시아에 잡혀 있고, 수십만 명이 강제로 여과 수용소로 보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6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들은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으며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유엔은 전쟁 동안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거의 천 명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으며, 500만 명 이상이 원조가 필요한 난민이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르야크는 자신이 보내진 곳이 “살려달라”, “때리지 말라”는 비명이 끊이지 않는 아주 끔찍한 곳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곳에서 마루와 고문에 사용한 방을 청소하는 일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은밀히 수감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는 도움을 줬다고 했다. 메시지가 적힌 작은 종이 쪽지를 몰래 수용소 담장 밖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달하는 일이었다.
부르야크는 폭행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폭행과 고문을 당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모두 지켜보면서도, 러시아 군인들이 자기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를 바라며, 눈에 띄지 않으려고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그가 “끔찍한 일을 보면, 뇌는 그것을 잊으려고 한다”라고 말하며, 수용소에서 보낸 시간의 많은 부분들을 지워버리려 한 것을 말했다고 ABC는 전했다. 부르야크는 당시의 일들을 많이 떠올리면 머릿 속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부르야크가 수용소에서 정신적인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감정을 드러내면, 맞거나 고문을 당하거나 나갈 수 없다는 두려움이 있었다며, “울거나 화내면 러시아 군인들이 죽이거나 고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신을 온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부르야크는 자유를 찾으면 무엇을 할지,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 무엇을 할지, 카페나 맥도널드 같은 곳들을 가는 것을 생각했다고 한다.
48일 간의 수감 생활 끝에 부르야크는 결국 풀려나 아버지와 만날 수 있었다.
그가 “이 감정은 설명할 수 없다. 느낄 수 있을 뿐이다”라고 말하며 나이에 비해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고 ABC는 전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prtjami@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