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샤넬 광고도 붙습네다"... CNN이 소개하는 탈북 유튜버들의 남한 성공 스토리
[월드 프리즘] "샤넬 광고도 붙습네다"... CNN이 소개하는 탈북 유튜버들의 남한 성공 스토리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9.06 06:13
  • 수정 2022.09.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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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유튜버 강나라씨의 채널 [유튜브 캡처]
탈북민 유튜버 강나라씨의 채널 [유튜브 캡처]

CNN방송은 5일(현지 시각) 남한으로 탈출해 적응하기 위해 어려움을 겪다가 유튜브라는 새로운 공간을 통해 돈도 벌고 남북의 소통에도 기여하는 젊은 탈북민 유튜브 스타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북한에서 자란 강나라씨는 북한에 있을 때는 인터넷을 전혀 알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북한 동포들 중 스마트폰을 소지할 수 있는 극소수 계층이라고 해도 국가가 허용하는 극히 일부 제한된 인터넷 접근만이 허용된다. 북한에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구글은 완전히 딴 나라 이야기나 마찬가지이다.

강나라씨는 현재 35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브 스타이다. 또, 그녀가 올린 동영상들 중 인기 있는 것들은 수백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13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스타그램에는 샤넬과 퓨마를 비롯한 스폰서 광고가 붙어 있다.

강나라씨는 남한으로 탈출한 후 유튜버와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라는 독특한 직업을 갖게 된 탈북자들 중 한 명으로, 이 같은 길을 선택하는 젊은 탈북자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탈북자 수십 명이 지난 10년 동안 강나라씨와 비슷한 길을 선택했고, 그들의 동영상과 인터넷 계정은 북한 사람들의 음식, 일상 언어나 생활 등 은둔 왕국의 삶의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채널은 다른 국가들과 북한의 관계를 과감하게 조망하는 정치적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하고, 또 다른 탈북 유튜버들은, 탈북자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해당하는 부자들의 세상과 대중문화와 엔터테인먼트의 세계로 뛰어들기도 한다.

가장 고립되고 빈곤한 국가 중 하나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발전하고 디지털로 연결된 세상인 남한으로 탈출한 이들 탈북 유튜버들이 선택한 길은 생각만큼 어색하지는 않다.

탈북자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이러한 온라인 플랫폼들이 탈북자들에게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적응하기 힘든 새로운 세계에 동화될 때 주체성과 자기표현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자유의 길

탈북은 비교적 최근의 현상이다. 지난 20년 동안 상당한 수의 북한 사람들이 남한행을 선택하기 시작했으며, 그들 대부분은 중국과 면한 긴 국경을 탈북 통로로 선택했다고, 미국에서 활동 중인 국제 비영리단체 ‘Liberty in North Korea’의 한국 지국장 박석일씨는 말한다.

한국의 통일부에 따르면 1998년 이래로 33,000명 이상의 북한 사람들이 남한으로 탈북을 선택했는데, 그 숫자는 2009년 2,914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25세인 강나라씨는 이런 위험한 여정을 선택한 많은 북한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중국의 성매매 조직에 인신매매되거나, 붙잡힌 뒤 북한으로 송환돼 고문, 투옥, 심지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위험한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강나라씨는 10대 시절인 2014년 중국으로 탈북한 뒤 먼저 중국으로 넘어가 있던 어머니와 함께 남한행을 선택했다.

남한 생활은 처음에는 힘들었다. 다른 많은 탈북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외로움, 문화 충격, 재정적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여기에다 자본주의 사회와 일부 남한 사람들의 적대감 모두에 적응해야 하는 탈북자들에게 남한의 악명 높은 취업 문턱은 더욱 가혹하게 다가왔다.

통일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탈북민 실업률은 9.4%로 한국 전체 실업률 4%와 비교된다.

강씨에게는 남한에서의 상담과 학교 입학이 전환점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인생이 정말 살만한 세상으로 느껴지는 계기는 남한 TV 쇼에 출연하면서 찾아왔다.

탈북자 TV

2010년대에 북한 주민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탈북자들을 출현시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탈북자 TV(defector TV)’라는 새로운 장르가 남한 종편 TV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1년 첫 방송된 ‘이제 만나러 갑니다’와 2015년에 방송된 ‘모란봉 클럽’이 대표적 사례이다.

강나라씨는 두 방송 모두에 출연했으며, 그녀는 이즈음부터 유튜브에 눈을 뜨고 특히 메이크업, 뷰티, 패션에 관한 동영상에 매료되었다.

2017이 되면서 그녀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자신의 인지도를 활용하고 “TV 프로그램을 통해 그녀를 좋아하게 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일상을 방송”하기 시작했다.

강나라씨의 유튜브 동영상들은 주로 남북한 간의 미적 기준과 같이 가벼운 남북한의 차이점을 대화적인 스타일로 소개한다. “북한에서는 가슴이 크면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한 동영상에서 이렇게 말하며 남한 여성들이 패딩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유방 보형물을 삽입하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을 웃으며 말한다.

다른 동영상들에서는 탈북자들이 탈북 시 소지하는 물건들(행운을 위한 소금, 가족 사진, 잡힐 경우를 대비한 자살용 쥐약)과 같은 탈북에 대한 일반적인 질문에 답을 한다.

강나라씨의 채널은 인기글 끌면서 에이전시 3곳의 관리를 받고, 전문 동영상 제작자를 고용했으며, 기업 협찬을 받는 인스타그램 콘텐츠의 고객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돈 걱정은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먹고 싶은 걸 사 먹을 수 있고, 내가 원할 때 쉴 수 있어요.”

강나라씨의 성공 모델은 강은정씨와 같은 다른 탈북 유튜버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강은정씨는 177,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또, 허준씨는 올해 채널을 폐쇄하기 전까지 270,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리고 박수향씨는 45,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Liberty in North Korea’의 박석일 국장은 성공한 탈북 유튜버들의 성공 요인 중 하나를 그들의 사업 수완에서 찾는다.

“성공 요인으로 탈북자들 스스로 일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꼽겠습니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는 한국 상사에게 명령을 받지 않고, 한국의 직장 문화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힘든 일이긴 해도 자기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자기 스스로 사장이니까 자신의 스케줄에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북한의 스마트폰 [사진 = 조선의 오늘, 연합뉴스]
북한의 스마트폰 [사진 = 조선의 오늘, 연합뉴스]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하기

‘탈북자 TV’는 이러한 인플루언서들의 인기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었을지 모르지만 탈북자 커뮤니티에서는 논란거리가 되기도 한다.

일부 탈북자들은 ‘탈북자 TV’가 북한을 올바로 묘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박석일 국장은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 동포들의 삶을 더 많이 알려주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다른 많은 사람들은 이런 식의 토크쇼가 선정적이고 과장되고 북한의 실상과는 거리가 있다고 비판한다.

예컨대 이런 프로는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자극하기 위해 종종 부정적 그래픽, 배경 세트를 삽입하기나 탈북자가 과거를 회상하는 동안에는 서글픈 음악과 같은 음향 효과를 사용한다.

이에 대해 박석일 국장은 “결국 다큐가 아니라 예능이다.”라며 “편집권은 탈북민들에게 있지 않고 분명히 남한 TV 프로듀서와 작가들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주류 미디어에서 탈북자들이 표현되는 부정적 방식에 대한 실망은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열망으로 이어져 많은 탈북자들이 소셜 미디어로 눈을 돌리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많은 탈북자들은 “남한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이해도가 낮고, 북한 사람들을 경계의 대상으로 여기는 고정관념이 있다고 느낀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유튜브는 “아파트 등 촬영 가능한 곳이면 어디든지 카메라만 설치하고 시청자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남북한을 잇는 가교 역할

많은 탈북 유튜버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수입을 얻는 것 외에도 남북한 사이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또 다른 고차원적인 목표가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의 핵실험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이견으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민간차원에서 남북한 간의 소통은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긴장 때문에라도 한국에서 인권을 강조하고 남북한 간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2008년 탈북해 2019년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강은정(35)씨는 “유튜브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을 알리는 것이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유튜브는 “탈북자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일 뿐 아니라 내 정체성, 내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를 계속 상기하는 통로”에 해당한다.

이어서 그녀는 “남북 통일이되면 북한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젊은 탈북 유튜버들처럼 남북한 간의 격차를 좁히려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들의 콘텐츠가 주로 1950년대 한국 전쟁과 그 여파를 겪은 남한 세대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가면서 시청자 층이 나이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석일 국장은 “남북을 하나의 나라로 기억하는 세대가 나이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세대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시급할지도 모른다.

강은정씨 채널의 시청자 대부분은 50대 이상이고, 강나라의 시청자는 대부분 30대다.

문제 중 일부는 남한의 젊은이들이 비무장지대 반대편에 있는 동포들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고 안보 상황, 정치적 발언, 군사적 도발에 관한 어두운 뉴스들에 점령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박석일 국장은 그러한 결과에 대해 “한국 젊은이들은 북한 사람들보다 미국 사람들을 더 잘 알고, 일본 사람들을 더 잘 알고 중국 사람들을 더 잘 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인적 접촉, 이해 및 상호 공감을 늘려가야 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젊은 탈북민들이 자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에 많은 친구들을 남겨두고 왔고, 한때는 북한으로 되돌아갈까를 고려하기까지 했던 강나라씨에게 그 격차는 개인적인 소회로 다가온다.

“더 많은 젊은이들이 통일과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기를 원하기 때문에 10대와 20대 구독자를 더 많이 유치하고 싶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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