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2868개의 다이아 왕관... 영국 왕실 의전에 사용되는 5가지 상징물들과 역사적 의미
[월드 프리즘] 2868개의 다이아 왕관... 영국 왕실 의전에 사용되는 5가지 상징물들과 역사적 의미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9.21 05:48
  • 수정 2022.09.2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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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히스토리채널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과 다가올 찰스 3세의 대관식에 맞춰 영국 왕실의 의전(儀典)에 사용되는 5가지 물건들을 소개했다.

영국 왕실의 왕위 계승 의식은 성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다. 그리고 영국 군주제에 있어 가장 돋보이는 요소는 수 세기에 걸친 영국 역사의 상징이 스며있는 귀중한 물건들이라 할 수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과 찰스 3세의 대관식은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에서 개최된다. 이때 전체 영국이 여왕의 서거를 애도하고, 신이 내린 왕국의 통치자이자 영국 교회의 수장인 새 군주에게 기름 부을 준비를 하는 동안 이 물건들은 왕실의 표상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다음은 이들 5가지 왕실 물건들과 그 표상들이다.

제국 왕관 [사진 = ATI]
제국 왕관 [사진 = ATI]

1. 제국 왕관(The Imperial State Crown)

장례식 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 위에 비치된 제국 왕관은 1937년 조지 4세의 대관식을 위해 디자인된 것이다. 이 왕관은 또 새로운 군주가 대관식이 끝난 후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나설 때 착용하고, 영국 의회의 개원식과 같은 국가적 행사에도 사용된다.

제국 왕관은 성 에드워드 왕관(St. Edward’s Crown)과 마찬가지로 이를 착용한 군주의 머리 위에서 십자가를 형성하는 아치들로 구성된 제국의 왕관이다. 

“이 왕관은 하나님 외에는 아무도 왕의 권위에 앞서지 않는다는 생각을 반영합니다. 다시 말해, 영국 왕은 교황이나 다른 왕에게 종속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빙엄턴대학의 앤드류 워클링 교수는 근대 영국의 초창기 역사와 영국 왕실을 배경으로 이렇게 말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제국 왕관이 ‘다루기에 골치 아프다(unwieldy)’라고 표현한 바가 있다. 이 왕관이 2,868개의 다이아몬드와 17개의 사파이어, 11개의 에머랄드, 4개의 루비, 그리고 269개의 진주로 만들어져서 다루기 힘들 뿐만 아니라 1Kg 이상의 무게가 나간다는 사실에 비추어보면 여왕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제국 왕관이 지니고 있는 역사의 무게 또한 만만치 않다. 헨리 5세는 1415년 아쟁쿠르 전투(Battle of Agincourt)에서 흑태자 루비(The Black Prince’s Ruby)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십자가 형태를 장식하는 세인트 에드워드의 사파이어(St. Edward’s Sapphire)는 성자의 반지(saint’s ring)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650개 이상의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왕관 상층부를 장식하는 구(球)와 십자가는 1838년 빅토리아 여왕의 제국 왕관을 구성하던 구성품이었으며 그 아래 4개의 진주는 엘리자베스 1세 소유믈이었다는 소문이 있다.

한편, 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흑태자 루비를 포함한 일부 왕실 보물들은 나치의 약탈을 피하기 위해 윈저궁 내의 비스킷 상자에 보관되기도 했었다.

성 애드워드 완관 [사진 = ATI]
성 애드워드 왕관 [사진 = ATI]

2. 성 에드워드 왕관(St. Edward’s Crown)

성 에드워드 왕관은 1661년 찰스 2세를 위해 다시 만들어졌다. 왕위가 궐위되었던 공위(空位) 기간 동안 의회파가 파괴한 왕관을 다시 만든 것이었다. 원래의 성 에드워드 왕관은 참회왕 에드워드(Edward the Confessor)가 착용했던 것으로 그가 1161년 시성(諡聖)된 뒤부터 성물(聖物)로 간주되었다.

“왕실의 표상을 재창조하고 원래의 왕관과 똑같이 보이도록 하기 위해 공위 기간 동안 왕관의 광을 내는 일에 초점이 맞춰졌다.”
워클링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1660년 찰스 2세가 왕이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의 치세(治歲)를 왕정복고로부터 시작하지 않고 의회파에 의해 단두대에서 처형된 자신의 아버지 찰스 1세 때로부터 계산하였다. 왕당파는 왕정 기간을 가능한 길게 잡고 싶었던 것이다.”

워클링 교수는 이렇게 분석한다.

성 에드워드 왕관은 1671년 의회파인 토마스 블러드가 이를 훔칠 요량으로 몽치로 짓이겨서 망토 안에 감추었을 때 심하게 손상되었다. 블러드는 이후 사면을 받았고, 왕관은 회수되어 영광을 회복할 수 있었다.

성 에드워드 왕관은 대관식 때 사용되며, 평소에는 런던타워에 보관·전시되어 순금 틀과 족제비 밴드(ermine band), 그리고 400개 이상의 보석을 반짝거리며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대관식 스푼 [사진 = ATI]
대관식 스푼 [사진 = ATI]

3. 대관식 스푼(The Coronation Spoon)

영국 왕실 대관식을 상징하는 가장 오래된 물품은 12세부터 전해져 오는 대관식 스푼이다. 이 스푼은 새로운 군주에게 성유(聖油)를 부을 때 사용된다. 이들 두고 『왕관과 왕홀 : 영국 군주제의 새 역사(Crown & Sceptre: A New History of the British Monarchy)』라는 책을 쓴 작가 트레이시 보먼은 “이런 의식을 통해 왕이나 여왕에게 하나님의 영이 임재해서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음을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다.”고 말한다.

보먼은 또 이 의식의 유래는, 동물의 뿔을 이용해 성유로 성스럽게 되는 의례를 치렀던 색슨족 족장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는 구약 시대의 왕 솔로몬이 기름 부음을 받았던 모습을 연상시킨다고도 말한다.

성별(聖別) 의례는 매우 성스럽게 취급되어서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에서도 이 부분만은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채 진행되었었다.

한편, 대관식 스푼이 대관식을 표상하는 물건들 중 다른 것들보다 훨씬 오래된 유래를 지닌 데에는 어두운 과거가 숨어있다. 과거 영국 내전(English Civil Wars) 기간 동안 임시로 군주제가 폐지된 적이 있었다. 찰스 1세의 목이 잘린 뒤 왕의 대관식 상징물들은 녹여서 동전을 만들거나 보석으로 판매되었다.

하지만 대관식 스푼만은 살아남아 16실링의 가격에 찰스 1세의 의상을 담당했던 키너스리의 손으로 넘어갔다. 키너스리는 이후 왕정복고가 되어 찰스 2세가 왕위에 오른 뒤 이를 왕실에 되돌려주었다.

십자가 왕홀 [사진 = ATI]
십자가 왕홀 [사진 = ATI]

4. 십자가 왕홀(The Sovereign’s Sceptre with Cross)

“십자가 왕홀은 오랫동안 직위를 상징하는 지팡이로 이용되어왔다. 우리는 고대 이집트 벽화와 페르시아의 부조(浮彫)들에서 왕홀의 흔적들을 볼 수 있다.”

워클링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이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서도 이 왕홀은 관을 장식하는 물건 들 중 하나였다.

새 왕의 대관식에서는 캔터베리 주교가 군주에게 십자가 왕홀을 건내주며 “평등과 자비의 지팡이를 받으소서. 자비로 충만하되 방일하지 않도록 하소서. 정의만을 부르짖다 자비를 잊는 일이 없도록 하소서. 사악한 자를 벌하고, 정의를 수호하며, 백성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소서.”라고 주문하게 된다.

역대 군주들은 이 왕홀에 디자인을 참가해왔다. 1820년 조지 4세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장미, 엉겅퀴, 토끼풀을 추가했지만 가장 유명한 변경은 1910년 조지 5세가 추가한 ‘530.2 컬리넌 I 다이아몬드(530.2 Cullinan I diamond)’였다. 이는 ‘위대한 아프리카의 별(The Great Star of Africa)’로 알려진 가장 큰 무채색 다이아몬드이다.

권위의 구 [사진 = ATI]
권위의 구 [사진 = ATI]

5. 권위의 구(球)

위에 십자가가 얹혀진 권위의 구는 중세 시대 이후부터 기독교 권위의 상징을 표상하는 물체였다. 이 권위의 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때 관 위에 위치하였다.

“군주가 소지하는 권위의 구는 기독교의 권위를 상징하며, 영국의 종교개혁 이후에는 왕이나 여왕이 영국 교회(성공회)의 수장(首長)임을 상징한다.”

작가 트레이시 보먼은 이렇게 말한다.

권위의 구는 속이 빈 황금 구에 보석이 박힌 밴드를 부착해 세 부분으로 나누는데, 각각 이 구가 제작되었을 당시의 알려진 대륙들을 상징한다.

대관식에서 캔터베리 대주교는 이 권위의 구를 새로운 군주의 오른손 위에 올려놓고 “십자가 아래 놓인 이 구를 받으시고, 온 세상이 우리 구세주 그리스도의 왕국과 권능 아래 있음을 명심하소서.”라고 주문하게 된다.

이후 새로운 보석과 왕관들은 식민지 정복 과정을 통해 왕실 컬렉션에 추가되었으며, 왕실의 요구 사항도 변화를 겪게 된다. 예컨대, 공동 군주인 윌리엄 3세와 메리 2세의 대관식을 위해 1689년에 두 번째 구와 홀이 제작 의뢰되었다. 

한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사망한 후 인도의 ‘코이누르 다이아몬드(Kohinoor diamond)’와 같은 일부 약탈 보석을 원산지 국가로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수 세기 동안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진 왕관과 보석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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