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워싱턴이 대통령을 그만둔 게 언론의 공격 때문이었다니... [정숭호 칼럼]
조지 워싱턴이 대통령을 그만둔 게 언론의 공격 때문이었다니... [정숭호 칼럼]
  • 정숭호 칼럼
  • 승인 2022.09.26 14:30
  • 수정 2022.09.2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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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대선에서 승리한 트루먼이 자신이 패배했다고 1면에 오보를 낸 시카고 트리뷴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1948년 대선에서 승리한 트루먼이 자신이 패배했다고 1면에 오보를 낸 시카고 트리뷴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조지 워싱턴도 재임 당시 언론에게서 악의적인 공격을 많이 당했다. 의회도서관에서 당시 신문을 살피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나는 워싱턴이 대통령을 두 번만 하고 물러난 중요한 이유의 하나가 언론의 악의적 보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위대한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함 링컨도 재임 당시에는 위대한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당시 큰 신문들은 오늘날 위대한 연설로 꼽히는 ‘게티스버그 연설’을 아예 취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카고 트리뷴은 이 연설을 당일 행사의 ‘부록’으로 여기면서 링컨의 복장이 점잖지 못했다느니 따위를 조롱조로 보도했다. 이는 사건이 벌어진 시점에서 언론이 얼마나 빗나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워싱턴과 링컨이 언론의 공격을 받은 것은 그들이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언론은 권력을 가진 사람은 누구든 습관적으로 그런 공격을 퍼붓는다.”

이거 트루먼(미국 33대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트루먼의 딸 마거릿이 아버지 사후 그의 편지와 메모 일기 같은 기록을 모아 편집해서 쓴 책에 나옵니다. 언론에 대한 트루먼의 ‘반격’은  계속됩니다.

“워싱턴이나 제퍼슨 등 건국의 아버지들은 언론에 종사하는 ‘똑똑한 멍청이들’의 비판과 공격이 아무리 혹독해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언론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말하는 건 오늘날도 마찬가지여서다. 어떤 국회의원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나 취하고, 지역구 유권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만 신경을 쓰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공직자라면 지역구가 아니라 미국 전체적으로, 나아가 세계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 미국 독립 당시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그 토론에서 최선을 끌어냈다. 그들의 목적은 일을 하는 것이었지, 언론에 잘 보이려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트루먼은 자신을 공격하고 무시하는 언론을 자신도 무시하는 전략-기자들 면전에서 “야, 이 똑똑하지도 못한 개XX들아!”라고 말하지는 않았다는 뜻. 대신 자신에 대해 무슨 소리를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내버려 둔 전략을 썼습니다. 트루먼이 재선에 나섰던 1948년 대선 과정과 결과가 그걸 보여줍니다. 트루먼은 현직 프리미엄을 전혀 누리지 못했습니다. 언론은 트루먼은 ‘조지고’ 상대 후보는 ‘빨아’줬습니다. 트루먼에게 좋은 보도는 볼 수 없었고 트루먼이 떨어진다는 보도가 99.9%였습니다. 

뉴스위크가 선거 3주 전 유명 정치부 기자 50명에게 트루먼과 상대 후보 듀이 중 누가 이길 것인가를 물어보았다. 50명 전원이 듀이가 승리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응답자 중에는 선거전 초반부터 트루먼을 따라다닌 기자들이 많았음에도 그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참모들이 뉴스위크의 이 보도를 보고 침울해하자 트루먼은 쾌활한 목소리로 “기자들, 맨날 틀리잖아?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우리 할 일이나 하자고.”라며 분위기를 바꾸었습니다. 다음은 한국에도 팬이 많은 미국 언론인 데이비드 핼버스탬의 회고입니다. “트루먼과 듀이는 비슷한 날짜에 아이오와주에서 유세를 했다. 트루먼은 유세장에 모인 7만5,000명에게 연설했고 듀이는 겨우 8,000명을 상대로 연설했는데도 어떤 신문은 ‘트루먼은 진부한 이야기만 늘어놓았으나 듀이는 큰 박수를 받았다’라는 식으로 왜곡했다.” 

선거 다음 날 시카고 트리뷴의 1면 제목은 트루먼에 대해 언론의 왜곡과 오보의 결정판으로 꼽힙니다. 한 번도 트루먼에게 따뜻한 기사를 쓰지 않은 이 신문은 트루먼 당선이 확정된 날 1면 제목을 ‘듀이가 트루먼을 꺾었다’라고 달았습니다. 진짜 ‘X’ 팔리는 제목이었습니다. 이런 천하제일의 왜곡과 오보에 시카고 트리뷴이 사과를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트루먼 공격에 앞장선 신문의 하나였던 워싱턴 포스트는 사옥에 “대통령 각하, 까마귀 고기를 먹으라면 먹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죽으라면 죽겠으니 한번만 살려주시오”라는 사과문을  이렇게 만들어 내걸었던 겁니다.  

이 이야기 전부 제가 오래전에 쓴 트루먼 평전 『트루먼, 진실한 대통령 진정한 리더십』에서 꺼내 조금 다듬은 겁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께 여쭙습니다. “윤통은 왜 (일부) 언론의 공격을 받고 있나?” “윤통도 트루먼처럼 이 공격을 견뎌내고 폼나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이 무식한 XX들!’이라고 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메타버스인문경영연구원장, 전 한국일보 경제부국장, 신문윤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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